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이 Sep 05. 2020

최근 가장 훌륭한 면접자를 봤다

가짜사나이 2기 지원자 김병지의 짬바

어제 가짜사나이 2기 지원자 면접 영상을 봤습니다. 가짜 사나이는 올여름 유튜브 최고 히트작으로 과거 MBC 진짜사나이처럼 무사트 UDT를 체험하는 콘텐츠인데요.


폭발적 인기로 2기에 출연하게 된다면 인지도는 그저 따라오는 거나 다름없죠. 그래서 여러 온라인 방송인, 연예인, 운동선수들이 지원했는데 그중 前국가대표 축구선수 김병지의 면접을 보고 눈물 찡할 정도로 감동받았습니다.


나중에 중요한 면접이 생기면 참고하려고 했는데, 그런 용도로만 보긴 너무 아까워지네요. 이 지쳐 엄살 부리고 싶을 때 지금 느낀 감정을 되새기기 위해 이 글을 남깁니다.


드리블을 사랑했던 남자 김병지

면접 시간 4분
면접 질문 5개
① 지원 동기
② 연장자 대우 없이 고강도 훈련에 임할 수 있나요?
③ 트레이드 마크인 꽁지머리를 자르고 반삭 할 수 있나요?
④ 중요한 임무 vs 팀워크
⑤ 18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드리블 재시도 vs 가짜사나이 2기 합격하기


김병지의 스피치를 보고 진정성은 살아온 인생에서 나온다는 걸 알았습니다. 5가지 질문에 쫓기지 않고 천천히 말하는데 비교나 과장, 거짓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저 자기 인생을 솔직하게 말하면서 명확한 신념과 고뇌를 순수하게 전달했을 뿐이죠.



 연장자 대우 없이 고강도 훈련에 임할 수 있나요?
각오는 당연히 돼있지만, 살아온 인생을 잠깐 이야기하겠습니다.
얼마 전 46살 때 은퇴를 했습니다. 20살 젊은 친구들과 경쟁을 해왔고 저보다 어린 감독, 코치와도 생활을 해왔었어요. 조직 안에서 구성원으로서 맡는 역할, 책임감이 있었기 때문에 30년간 견뎌냈던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지금 염려하시는 그 모든 답은 여기에 있다고 봐요.

축구선수는 이름만 가지고는 할 수 없어요. 경기력, 체력 여러 가지가 다 바탕이 돼야만 경기를 뛸 수 있으니까요. 지금 50살이지만 운동 열심히 하고 있고, 젊을 때만큼 순간의 폭발력은 떨어지지만 20-30대를 커버할 수 있는 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트레이드 마크인 꽁지머리를 자르고 반삭 할 수 있나요?
쉽지 않은 결정이겠죠. 30년 동안 지킨 스타일이잖아요. 그 어떤 것과도 타협을 할 수 없었는데 왜냐면 팬들이 참 좋아한 제 트레이드 마크이기 때문이에요. 이건 신념과도 같은 얘긴데 가짜사나이에 붙는다면 그건 제가 원해서 제 신념대로 가는 거잖아요.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아마 그 준비가 안되어 있었다면 신청 안 했을 겁니다.


작전 중 적진에 혼자 갇힌다면 동료들이 구하러 오길 바라나요?
팀원들이 임무를 수행하길 바라나요?
동료들이 구하러 와주길 바랍니다. 그게 팀원의 정신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제가 동료라도 그렇게 했을 것 같습니다.
(로건 질문) 팀 리더로서도 동료를 구하는데 팀원들을 희생시킨단 말입니까?
감성과 이성의 충돌이 조금 생깁니다만 팀을 선택하겠습니다.


18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드리블 재시도 vs 가짜사나이 2기 합격하기
드리블을 선택하겠습니다. 그때로 돌아간다면 조금 더 잘했겠죠. 제 인생의 터닝 포인트인데 그땐 실패로 끝났지만 그게 오늘의 저를 만들었어요. 당시 팀 내에서 주어진 역할을 제가 수행을 못했죠. 당시 33살이었는데 모두가 제가 은퇴할 거라 생각했어요. 그 후유증이 너무 클 거라고 생각했었으니까요. 하지만 그때 그런 걸 느끼지 못했더라면 지금의 김병지가 있었을까 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김병지의 말은 연륜,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라 따라 한다고 될 건 아니지만 그래도 면접 참고자료로 분석을 해봤습니다.

질문에 두괄식으로 답변한다. 답변에 대한 근거는 자신의 경험으로 이야기한다.

자신의 장점이 발휘된 경험을 얘기하며 강점을 어필한다. 책임감과 어린 친구들과의 조직생활을 말하기 위해 30년 간의 선수 생활을 설명했다.

정답이 없는 질문에 대해선 자신의 신념을 바탕으로 대답한다. 중요한 임무 vs 팀워크 질문에 다른 지원자들은 모두 중요한 임무를 선택했다. 그런데 김병지는 팀워크를 선택하고 이유로 자신이 동료여도 팀원을 선택할 거고, 그것이 팀원의 정신이라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김병지는 말로서 자신을 낮추지 않지만, 리더로서 자신을 낮추고 희생할 수 있는 사람 같았습니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인생을 살아왔는지 느껴지고 큰 울림을 주네요. 이 글을 쓰기 위해 영상을 몇 번이나 돌려봤는데도 계속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12분 15초부터 김병지 면접이 시작됩니다.


작가의 이전글 홍보대행사 퇴사한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