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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택지 Aug 06. 2021

우리동네 비누공방

플라스틱을 줄이는 가장 쉬운 방법은 비누 사용하기. 선택지는 제로웨이스트 라이프의 첫 시작으로 무리가 없는 비누를 주제로 '전시'같은 팝업샵 비누전(展)을 꾸리고 있다. 비닐, 플라스틱 포장이 없는 총 10가지 브랜드와 70개가 넘는 비누를 소개하고 직접 사용해볼 수 있는 공간을 준비 중.

 

비누전에는 이미 알려진 다양한 브랜드와 더불어 선택지가 위치한 강동구 내 비누공방도 함께 소개된다. 선택지가 동네 공방에 주목한 이유는 동네의 작은 공방이 널리 알려지기를 바랐고 배송 포장 없이 비누를 살 수 있는 곳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우리와 함께 해줄 강동구 내 비누공방을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여러 공방에게 비누전의 취지를 설명하고 컨택한 결과, 감사하게도 두 곳에서 참여의 뜻을 보내주셨다.


이번 선택지의 첫 번째 제로웨이스트 팝업샵 '비누전'에 함께 하게 된 공방은 서울양행 트망트망.


두 곳 모두 수제비누를 만들고 클래스를 진행하며 꾸준히 동네에 자리 잡고 있는 공방이다. 흔쾌히 비누전에 참여해 준 두 공방을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어 인터뷰를 진행했다.



@서울양행

서울양행

주소: 서울 강동구 양재대로136길 58 상가 1층 101호

연락처: 블로그 / 인스타그램 @seoulyanghang_ / 카카오플러스 @서울양행 


흔히 천연비누 혹은 수제비누라고 하면 갈색과 누런색의 밋밋한 비누나 연꽃 모양의 틀에 굳힌 비누를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요즘의 수제비누는 다르다. 비누도 예뻐야 된다. 서울양행에서 만드는 비누는 무채색의 심플한 비누부터 알록달록한 비누까지 다양하다. 바다와 하늘의 풍경을 그린 비누부터 맛있어 보이는 쿠키와 케이크 모양의 비누까지. 


SNS 어딘가에서 본 그 비누, 요즘 감성이 듬뿍 담긴 비누가 가득한 서울양행의 대표님을 만나보았다.


@서울양행


Q. 공방 이름을 '서울양행'이라고 지은 이유가 궁금해요.


'서울양행'은 저희 아버지께서 동대문 의류 도매시장에서 20년 넘게 사용하신 상호입니다. 공방을 시작하면서 상호에 대해 몇 날 며칠 고민했죠. 세련되고 트렌디한 브랜드명도 많이 있지만, 기억에 남기 쉽고 아버지의 상호를 물려받아 사용한다는 개인적인 의미도 있어 '서울양행'이란 이름으로 공방을 열게 되었습니다.


Q. 자녀분의 아토피 때문에 천연비누에 관심을 갖게 되셨다고 들었는데, 공방까지 열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예전부터 비누를 만들어 사용하는 것에 관심이 있어 직접 만들어보았지만 직장생활이 바빠 꾸준히 하지는 못했어요. 하지만 첫째 아이의 아토피로 인해 본격적으로 수제비누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비누가 아토피를 치료하는 치료제가 될 수는 없어요. 하지만 아토피 피부 특성상 자주 씻어줘야 하는데 아무래도 수제비누가 자극이 적을 것 같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집 한 켠에 공간을 마련하여 비누를 만들었지만 저와 제 가족이 사용하면서 좋은 점을 많이 느끼게 되어 다른 분들에게도 수제비누의 장점을 소개하고 함께 만들어보면 좋을 것 같아 공방을 열게 되었습니다.


@서울양행


Q. 천연비누, 핸드메이드 비누라고 하면 '잘 지워질까?', '세정력이 약하지는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서울양행이 생각하는 천연비누의 장점이 있다면?


수제비누의 사용을 망설이시는 분들께 ‘일단 써보세요’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제 주위에서 수제비누를 한 번만 사용해보신 분은 없답니다. (웃음) 비누에 물을 묻히고 한 두 번만 롤링해도 풍성하게 거품이 만들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고, 피부 타입에 맞춰서 레시피를 조절한다면 세정력 또는 보습력에 중점을 둔 비누를 만들 수 있습니다.



Q. 시금치나 당근, 오트밀 등 야채와 곡물을 사용하여 만든 비누가 많은데 이러한 천연 재료를 사용한 비누 만의 특징이 있을까요?


사실 첨가물 없이 수제비누 자체만으로도 어떠한 세정제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화장품과 마찬가지로(실제로 인체용 수제비누는 화장품으로 분류된답니다.) 특정 재료를 첨가하면 재료 자체에 있는 효과를 비누에 녹여낼 수 있다고 기대할 수 있습니다. 특히 곡물가루를 넣은 비누는 스크럽에도 효과가 있습니다.


@서울양행


Q. 최근 제로웨이스트(zero-waste)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데, 서울양행도 제로 웨이스트에 관심을 갖고 계시는지, 또는 관심을 갖고 찾아오시는 분들을 위한 클래스나 제품의 포장방법 등이 따로 있는지 궁금합니다


많은 솝퍼(Soaper)들이 그렇듯 저도 제로웨이스트에 관심이 많습니다. 되도록 비닐포장을 지양하고 종이를 사용하여 포장하고 있습니다. 또 클래스를 진행하는 데에서도 저희는 종이컵, 일회용 막대 대신 계속 사용할 수 있는 비커와 스푼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클래스 후 세척하는데 시간이 걸리지만 친환경적인 수제비누를 만들면서 환경보전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노력하자는 취지입니다. 




서울양행 대표님께서는 본인의 아이의 아토피 때문에 관심을 갖게 되어서인지 수제비누에 대한 애정이 물씬 느껴졌다. 서울양행에서는 아이들이 직접 비누를 만드는 키즈 클래스부터 취미로 듣는 클래스 등 다양한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커플분들이 오셔서 데이트 겸 수업을 듣는 경우도 종종 있다.


코로나로 어디든 편하게 놀러 가지 못하는 요즘, 친구나 연인, 아니면 혼자서 특별한 체험이나 취미생활을 해보고 싶다면 수제비누 만들기는 어떨까. 비누를 만듦으로써 내가 쓸 비누를 얻고, 덤으로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해 볼 수도 있다. 혹 만들어보고 싶은 비누가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문의해 보시기를. 대표님께서 친절히 답변을 해주실 것이다.



@트망트망

트망트망

주소: 강동구 동남로49길 60-11 1층

연락처: 블로그 / 인스타그램 @teu_mang


제로웨이스트, 비건을 가장 잘 실천하고 있는 비누 공방이 여기 말고 또 있을까? 트망트망은 공정무역 인증 코코넛 오일을 사용하고 팜유, 동물성 원료, 합성화학성분은 사용하지 않는다. 또 가장 특별한 한 가지.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기 위해 한지 포장을 하고 있다.


사실 난 트망트망에 대해 이번에 알게 됐는데 이미 제로웨이스트나 비건에 관심이 많은 분들 사이에서는 은근히 알려진 곳인 듯했다. 원래는 성수동에서 공방을 운영하셨지만, 얼마 전 강동구로 공방을 옮기신 덕분에 운 좋게도 트망트망과 함께 할 수 있었다.


트망트망 대표님과는 시간이 맞아 직접 만나 뵐 수 있었다. 직접 찾아간 트망트망은 싱그러운 비누 향기가 공방 안 가득했고 대표님은 밝은 얼굴로 우리를 맞이해주셨다. 인터뷰 질문에 차분하면서도 확실하게 의견을 전달해주시는 모습에 트망트망의 신념과 자부심이 느껴졌다. 



비누 외에도 순면으로 만든 티셔츠와 손수건 등 판매 중


Q. 공방 이름을 '트망트망'이라고 지은 이유가 궁금해요.


트망트망은 제주도 방언으로 '틈틈이'라는 뜻이에요. '공존을 위한 라이프스타일을 더 많은 사람들이 생활 속에서 틈틈이 실천했으면 좋겠다'라는 뜻을 담아 트망트망이라고 지었어요.



Q. 어떠한 계기로 제로웨이스트나 비건에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단순히 동물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마음으로 동물에 관한 강의를 듣게 되었는데, 그때 동물들이 어떠한 현실에서 살고 있는지 알게 되었어요. 전시동물들은 동물원에 갇혀 구경거리가 되는 것을 견디지 못하고 정신을 놓아버리고, 야생동물들은 산에 도로를 내고 건물을 짓는 과정에서 보금자리를 잃어버리고, 농장동물들은 태어난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상품' 취급을 받으며 평생을 학대와 착취를 당하다 도살되었죠. 전 그런 사실을 전혀 몰랐던 제 자신이 부끄럽기도 했고, 학교에서도 이런 사실들을 전혀 알려주지 않았다는 것에 화가 나기도 했어요.


그때부터 비거니즘에 관심을 갖고 조금씩 생활방식을 바꿔 나가기 시작했고, 그 연장선에서 제로웨이스트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트망트망


Q.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해 한지 포장을 하고 있으신데 특별히 한지를 선택한 이유와 장점을 말해주세요.


플라스틱 포장을 하고 싶지 않았던 이유는, 이제는 누구나 잘 알고 있듯이 플라스틱은 몇백 년 동안 썩지 않아, 자연과 동물에게 큰 해를 끼치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종이를 사용하고 싶었고, 종이라 하더라도 코팅 등의 이유로 썩지 않는 재질은 피하고 싶어 처음부터 한지를 사용하기로 정했어요. 한지는 습기를 잡아주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화학 성분 없이 제작해 습기에 취약한 팜프리 비건 비누를 포장하기에 딱 좋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한지는 비닐 포장지에 비해 가격이 비싸고 진공포장이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유통에 어려움이 많은 게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플라스틱 문제에 공감하는 분들은 한지 포장을 무척이나 좋아해 주시고, 무엇보다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큰 장점이 있어서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습니다. 

 

@트망트망


Q. 클래스 이름들이 독특해요. 조금은 긴 이름의 클래스인데 어떠한 의미와 과정들을 담고 있는지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사실 저는 '공존을 위한 라이프스타일을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라는 마음에서 클래스를 시작했어요. 그런 마음을 클래스 이름에서 표현하고 싶었기에 이름이 조금 길어졌는데요, 그 의미와 과정을 소개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비누 공방에서 시작하는 비거니즘, 비건 비누 만들기]


비거니즘을 어렵게만 생각해서 아예 시작도 못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그런 분들에게 좀 더 쉽게 비거니즘을 소개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이론 수업에서 비거니즘에 대해 소개하고, 왜 팜유와 일반 코코넛 오일을 사용하지 않는지 설명한 후 실습을 진행해요.


비거니즘에 대해 알고 난 후에도 막상 실천하려면 막막한 경우가 많은데요. 이 클래스에서는 비건 비누를 직접 만들기 때문에 클래스가 끝나고 나면 욕실에서만큼은 비건을 실천할 수 있어요.

@트망트망

[욕실에서 시작하는 작은 변화, 비건 샴푸바 만들기]


샴푸바 클래스에서는 이론 수업으로 계면활성제에 대해 자세히 다뤄요.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샴푸, 폼클렌징, 바디워시, 심지어 주방세제, 세탁세제 등 모든 세정 제품에 계면활성제가 들어있는데 계면활성제에 대해 자세히 아는 소비자는 드물어요. 하지만 저는, 거의 평생 동안 매번 돈을 지불해서 사용하는 제품에 어떤 성분이 들어있는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샴푸바 클래스에서는 계면활성제라는 게 무엇인지, '어떤' 계면활성제가 '왜' 문제인지 자세히 다룹니다. 


그리고 샴푸바의 가장 큰 장점은 액체로 된 샴푸 대신 고체로 된 샴푸바를 사용함으로써 매달 배출되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욕실에서부터 작은 변화를 시작하자는 뜻을 담아 클래스 이름을 지었어요.

@트망트망

[비건 비누로 실천하는 공존, 일상생활 바꾸기(프라이빗 4주 클래스)]


4주 클래스는 누구나, 쉽게, 바로, 공존을 위한 라이프스타일을 시작할 수 있도록 기획한 클래스예요. 이렇게 말해도 막막해하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이론 수업에서 공존을 위한 라이프스타일이 무엇인지부터 시작합니다.


우리가 비누를 만들 때 사용하는 재료들이 자연과 동물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 다루고요, 그 외에도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공존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자세히 다뤄요. 그리고 무엇보다 4주 클래스에서는 온몸 비누, 주방 비누, 세탁비누까지 일상에서 사용하는 모든 세정 제품들을 팜프리 비건 비누로 제작하기 때문에 4주가 끝나고 나면 일상생활을 확 바꿀 수 있어요.  



이처럼 제가 진행하는 클래스는 재밌게, 가벼운 마음으로  비누 한 번 만들어 보는 것과는 차이가 있어요. 그동안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던 것들, 혹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피하고 싶었던 불편한 진실에 대해 다룹니다. 그래서 단순히 비누만 배우고 싶은 분들에게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어요. 


하지만 저는 아는 것에서부터 변화가 시작된다고 믿어요. 알지 못하면 왜 변해야 하는지도 모르니까요. 내가 외면하고 싶었던 것들을 직시하고 할 수 있는 것부터 바꾸어 나간다면,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한다면, 언젠가는 크게 변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트망트망은 비누를 만드는 실기 과정만큼 이론수업에도 큰 비중을 두고 있다. 그만큼 단순히 비누를 만들러 가는 의미보다는 내가 만드는 비누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또 플라스틱, 동물실험 등 환경에 관한 내용도 다룬다. 그렇기에 대표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가벼운 취미로 배우고 싶은 분들보다는 제로웨이스트나 비건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계신 분들, 제대로 배워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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