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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택지 Aug 01. 2021

아이스팩을 다시 얼리고 얼리다

아이스팩 수거와 재사용에 앞장서는 강동구·현대홈쇼핑·러쉬코리아

아이스크림과 같은 냉동식품을 포장해 오면서 받은 아이스팩은 다시 사용하기 위해 습관적으로 냉동실에 넣어 둔다. 버리기도 어렵고 냉동실은 채워 두는 것이 좋다고 해서 그냥 보관하다 보면 어느새 아이스팩이 냉동실의 많은 공간을 차지하게 된다. 


대부분의 아이스팩은 실온에 꺼내 놓으면 녹아서 젤리처럼 몰랑몰랑해 진다.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이 젤 타입의 아이스팩 안에는 고흡수성수지(Super Absorbent Polymer, SAP)가 들어 있다. 고흡수성수지는 수백 배의 물을 흡수하고 보존하는 성질이 있다. 물과 만나면 젤리처럼 굳으면서 물을 배출하지 않아 기저귀나 생리대에 주로 사용된다. 젤 타입 아이스팩은 99%의 물에, 미세한 가루 형태의 고흡수성수지를 1% 첨가해 만든 것이다. 실온에서는 젤 상태이지만 얼리면 일반 얼음보다 냉기를 오래 간직하며 보냉 효과가 높다. 그러나 고흡수성수지는 미세 플라스틱의 일종으로 자연 분해되는 데 500년 이상 소요된다. 아이스팩의 내용물을 하수구에 그냥 버릴 경우 수질을 오염시키고, 하수구가 막힐 우려도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이스팩은 일회용이 아니라 반영구적으로 재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많이 만들어져 유통된 젤 타입의 아이스팩은 최대한 다시 사용하는 것이 환경을 생각하는 최상의 방법이다. 일반 가정에서도 냉동실에 얼려 두었다가 여름철 나들이 갈 때 보냉 가방 안에 넣거나, 음식을 포장해 장시간 이동해야 할 때 재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고흡수성수지를 사용하는 아이스팩 대신 물이나 전분으로 만든 친환경 아이스팩으로 대체하는 사례도 늘었다. 물로 만든 아이스팩은 보냉 효과가 조금 떨어지긴 하지만, 내용물을 하수구에 버려도 괜찮다. 정부에서도 ‘고흡수성수지가 냉매로 들어있는 아이스팩’에 폐기물부담금을 부과하기로 하면서, 친환경 아이스팩 사용 확대에 앞장서고 있다. 관련법 시행령 개정안은 2021년 5월 18일 의결되었으며, 부과요율은 300g 기준 개당 94원으로 결정되었다. 2013년 4월경부터 부과되기 시작하며, 이미 출고된 제품을 재사용하는 경우에는 부과하지 않는다. 폐기물부담금으로 젤 타입 아이스팩의 판매단가가 오르면, 상대적으로 친환경 아이스팩의 생산과 소비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실제로 2019년도 기준 17개 아이스팩 제조사 중 약 71%가 고흡수성수지를 냉매로 사용했지만, 법 개정이 알려지면서 2020년 고흡수성수지 아이스팩 생산 비중은 49%로 대폭 감소했다.


@현대홈쇼핑


아이스팩 수거와 재사용에 대한 인식이 확대된 계기는 2018년부터 현대홈쇼핑이 진행하고 있는 ‘북극곰은 얼음팩을 좋아해’ 캠페인이다. 현대홈쇼핑은 매월 첫째 주 월요일 오전 10시부터 참가 신청을 받아 총 4,000명을 선정해 아이스팩을 무상으로 수거해간다. 8월 캠페인은 2일 오전 10시부터 현대몰 북극곰 서포터즈 페이지에서 ‘캠페인 신청(모바일 전용)’ 탭을 눌러 신청할 수 있으며, 당첨자는 5일에 발표한다. 대상으로 선정되면 젤 형태의 아이스팩 10개를 상온 상태에서 박스 1개에 포장해 택배 기사에게 전달하면 된다. 수거한 아이스팩은 세척과 소독을 거쳐 아이스팩 수요가 많은 전통시장과 식품업체 등에 제공한다. 2021년 6월 기준 총 164만개의 아이스팩이 무료로 수거되어 재사용 되었고 여기에는 12만 2천여 명의 고객이 참여했다. 현대홈쇼핑 본사가 위치한 강동구와 시민단체의 제안으로 2019년부터 강동구청과 강동구 내 주민센터 17곳에도 아이스팩 전용 수거함이 설치되었다. 


@현대홈쇼핑


러쉬 코리아도 강동구청과 함께 자원 순환에 대한 인식을 확산하기 위한 '러쉬로운 자연 순환#아이스팩재사용' 캠페인을 7월 19일부터 8월 31일까지 진행한다. 특유의 강한 향으로 기억되는 영국의 코스메틱 브랜드 러쉬는 자연에서 얻은 재료와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재료를 사용해 모든 제품을 손으로 직접 만든다. 제품의 불필요한 포장을 없애고, 화장품 용기도 매장에서 직접 수거하는 등 친환경을 실천하는 기업으로도 알려져 있다. 러쉬는 캠페인 기간 동안 강동구에 설치된 전용 수거함에 모인 아이스팩을 전달 받아 냉장이 필요한 온라인 주문 제품을 배송할 때 사용한다. 


@러쉬코리아


캠페인에 참여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러쉬코리아 공식 홈페이지의 해당 캠페인 안내 페이지에서 '냉장배송 제품 모두보기'를 클릭한다. 냉장배송이 필요한 제품으로는 프레쉬 마스크, 보디 버터, 마사지바, 고체 파운데이션, 배쓰 오일 등 총 100개가 있다. 필요한 제품을 골라서 장바구니에 담은 후 ‘주문하기’를 클릭한 후 주문내역을 확인할 때 '젤 아이스팩 재사용 캠페인에 참여합니다'라는 항목에 표시하면 된다. 캠페인 내용은 팝업 창으로도 안내중이다. 재사용 아이스팩을 선택하지 않으면 기존의 물로 된 친환경 아이스팩으로 배송해 준다. 캠페인을 통해 받은 재사용 아이스팩을 인스타그램에 인증하면 추첨을 통해 10명에게 깜짝 선물도 준다. 러쉬 코리아의 캠페인은 단순히 아이스팩을 수거하는 차원을 넘어 재사용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앞장섰다는 점에서 새롭게 다가온다. 기업 입장에서는 특정 상호가 크게 인쇄되어 있는 아이스팩 재사용을 꺼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러쉬코리아


필자는 그동안 모아 둔 젤 타입 아이스팩을 챙겨 선택지 사무실에서 가장 가까운 성내2동주민센터를 방문했다. 아이스팩 전용 수거함은 주민센터 건물 뒤편 폐건전지·폐형광등 수거함 옆에 있었다. 야외라 주변이 다소 어수선하고 수거함이 깨끗한 상태는 아니었지만, 24시간 개방되어 있어 지나가는 길에도 넣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이스팩을 넣고 수거함 안을 들여다보니 누군가가 먼저 넣은 아이스팩 외에 대형 우유팩도 보였다. ‘일반 쓰레기는 버리지 마세요’라는 문구가 붙어 있는 데도 소용없다. 강동구에서 수거된 아이스팩은 시민단체 ‘환경오너시민모임’이 선별한 후 전문소독업체에서 세척하고 소독하는 과정을 거치니 위생적인 부분은 안심해도 된다. 강동구 외 타지자체까지 수거 시스템이 확대되어 참여하는 시민이 많아지고, 아이스팩 사용량이 많은 기업, 시장 등에 공급되는 순환 시스템이 잘 갖춰진다면, 이미 만들어 놓은 젤 타입 아이스팩을 반영구적으로 재사용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 본다.



추가 정보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수퍼마켓(GS더프레시)에서도 '아이스팩 선순환 캠페인'을 지자체와 협력해 진행하고 있다. 지난 4월부터는 서초구에서 아이스팩을 자체 수거해 세척 과정을 거쳐 GS수퍼마켓에 공급한다. GS수퍼마켓은 이 아이스팩을 냉장·냉동상품 구입시 보냉팩이 필요한 고객에게 제공한다. 소비자는 해당 아이스팩을 사용한 후 다시 서초구 수거함에 넣거나, GS수퍼마켓 방문시 매장에 반납할 수 있다. GS수퍼마켓은 현재 서초구 외에도 의정부시, 포항시와 협력해 해당 지자체의 점포에서 캠페인을 진행중이며 2023년까지 아이스팩 재활용을 모든 GS수퍼마켓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아이스팩 수거함 찾기 바로가기


참고 자료

러쉬 코리아 ‘러쉬로운 자원 순환’캠페인

https://www.lush.co.kr/board/view.php?period=current&bdId=event&sno=298 

https://www.lush.co.kr/board/view.php?&bdId=article&sno=232

대한민국 정책브리핑(2021.05.18.) 고흡수성수지 아이스팩에 폐기물부담금…친환경 제품 전환 유도 

https://www.korea.kr/news/policyNewsView.do?newsId=148887551

현대홈쇼핑 환경 친화 경영

https://company.hmall.com/html/business/business_ecofriendly-2.html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공감(2021.06.21.) “아이스팩 재사용 다함께 실천해요”

https://gonggam.korea.kr/newsView.do?newsId=GAJc9CumIDGJM000

머니투데이(2021.05.21.) GS수퍼마켓, 지자체와 '아이스팩 선순환 캠페인' 전개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1052108404675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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