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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택지 Jul 23. 2021

샐러드를 먹겠다는 의지

쓰레기 없는 샐러드 구독 서비스,샐러드윅스

어느 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정기적으로 빠져나가는 돈이 늘었다. 범인은 유튜브 프리미엄 같은 구독 서비스들. 정작 유튜브 채널 구독은 인색한 주제에 이런 유료 서비스는 잘도 구독한다. 아무래도 유료 구독은 서비스가 값어치를 할 것이라는 신뢰와 함께 내가 이 값어치만큼 써야 한다는 의지를 주니까.


나에게 e-book 구독 서비스가 그렇다. 적어도 결제 알람이 뜨는 날에는 책을 읽게 된다. 의지를 돈 주고 사는 셈. 그리고 이번엔 이 유료 의지를 이용해 건강을 챙겨보고자 샐러드 구독을 시작했다. 퇴근 후 저녁 식사의 90%가 오직 탄수화물임을 자각하고 나니 야채를 챙겨 먹어야겠다는 충동이 들었으므로. 소화 불량과 잦은 배탈을 야채가 해결해줄 거라는 근거 없는 믿음도 결심에 한몫했다.



무엇이든 배달되는 우리나라에 샐러드 구독 서비스는 정말 많다. 플라스틱 용기, 비닐, 아이스팩과 스티로폼 박스를 구독하면 샐러드를 주는 서비스 말이다. 쓰레기 없이 샐러드를 구독할 수 있는 방법은 정녕 없는 것인가, 하루 종일 인터넷을 뒤지다 포기하려던 와중 '샐러드윅스(Salad weeks)'를 만났다.


참고로 선택지는 광고가 없다. 광고였으면 좋겠다...



샐러드윅스는 샐러드 구독 플랫폼으로, 샐러드윅스에 가입된 가까운 '샐윅하우스'를 선택해 구독하고 지정일에 직접 픽업해오는 서비스다. 여기서 중요한 건 샐러드를 다회용 용기에 담아준다는 것. 따로 용기를 챙길 필요 없이 픽업에 필요한 큐알코드 화면을 켜놓은 스마트폰만 덜렁 손에 쥐고 가면 된다. 


바로 이 점이 나를 결제하게 만들었다. 꼭 집을 나선 뒤에야 챙기지 않은 물건이 생각나는 나 같은 덜렁이에게 용기를 꼬박꼬박 챙기는 것만큼 어려운 건 없으니까.



용기 뚜껑에는 손잡이가 있어 따로 가방이 필요 없다. 이미 준비된 내 몫의 샐러드를 받아 오니 기다릴 시간도 필요 없고, 뚜껑만 열고 바로 먹으면 되니 그릇도 필요 없고, 식사 메뉴 고민도 없다. 분리배출할 쓰레기까지도 없다! 모든 과정이 간편해진 식사 덕분에 여유 있는 저녁은 덤이다. 


용기는 구독 기간이 끝난 다음 주 금요일까지 모두 반납하면 보증금을 적립금 형태로 돌려준다. 내가 생각한 완벽한 샐러드 구독 시스템이 여기 있었다.



이게 샐러드 전문점에 따로 용기를 챙겨 포장해오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돈을 이미 냈다는 사실이 다르지.

구독은 선 결제고 샐러드는 신선 식품이다. 지정한 날에 샐러드를 픽업해 가지 않으면 당일 폐기 처분된다. (따로 판매하는 제품이 아니기 때문) 즉, 내가 샐러드를 꼬박꼬박 픽업해 가지 않으면 내 피 같은 돈이 증발한단 소리다. 이만큼 사람의 의지를 끌어올리는 조건이 또 있을까.


나쵸를 부셔 넣으면 바삭바삭한 식감이 더해져서 추천!

샐러드 기본 구성은 양상추, 잎채소 4종, 방울토마토, 올리브, 적채, 메추리알, 스위트콘, 계절과일. 여기에 토핑을 추가하면 닭가슴살이나 연어 등 가게, 요일마다 다른 토핑 메뉴가 올라간다. 


하지만 여러분이 비건이라면? 샐윅은 구독 신청 시 비건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비건을 위한 토핑 메뉴도 후무스나 두부 등 가게마다 다르니 꼭 확인해볼 것.



드레싱도 샐윅하우스마다 선택할 수 있는 종류가 다양하다. 아쉽게도 드레싱은 일회용 용기에 준다. (샐윅하우스마다 상이할 수 있다.) 처음엔 몰라서 받아버렸는데 그다음부터 쭉 드레싱 없이 받아온다. 집에 있는 발사믹 식초와 올리브유를 뿌려 먹으면 되니까.



이런 구독 서비스는 대게 구독 기간을 길게 설정할수록 가격이 낮아져 왠지 구독을 짧게 하면 손해 보는 기분이 드는데, 샐러드윅스는 기간이 1주든 4주든, 횟수가 3회든 5회든 상관없이 샐러드 하루치 가격이 동일하다. 현재는 3,950원. 샐러드 체인점 가격이 어마무시한 걸 생각하면 아주 저렴하다.



가끔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 이란 소명에 가득 차 야채를 잔뜩 사 올 때가 있다. 비타민과 무기질, 식이섬유로 가득 찬 냉장고를 보고 뿌듯해하는 순간도 잠시, 챙겨 먹지 않아 냉장고에서 상해버린 야채들을 하나하나 음식물 봉투에 담아 버릴 때면 죄지은 기분에 한숨이 푹푹 나왔다.


@샐러드윅스

먹을 수 있는 만큼 쓰레기 없이 사 올 수 있다는 건 정말 합리적이다. 그리하여 좋은 건 같이 쓰자는 마음과 내가 계속 사용하고 싶다는 욕망으로 샐러드윅스를 무료 광고한다. 쓰레기를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와 샐러드를 먹겠다는 의지 모두를 살 수 있는 서비스. 이런 건 없어지면 안 된다. 


현재 서울, 경기, 부산, 대구, 대전 등 전국 곳곳 샐윅하우스가 늘어나고 있다. 혹시 여러분 동네에 샐윅하우스가 없다면 여기서 요청할 수도 있다.


샐러드윅스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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