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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택지 Jul 20. 2021

내 식탁 위 선택적 변화

소재와 방식의 지속가능성_테이블웨어

마음 바쁠 일이 잦은 나는 이런 때 집을 방치한다. 방 구석, 의자 위, 테이블 위 물건이 쌓여 가고 어느새 너저분함이 일상 풍경이 되어버린다. 마음은 편하지 않지만 생활의 불편함은 점점 사라진다. 널부러진 물건들 사이 틈틈을 항상 쓰는 물건들이 채워가고 그 위치는 심상 맵이 습관적으로 알려준다. 선택지 샵 준비로 마음 뿐 아닌 몸도 바쁜 날을 보내고 있는 지금도 예외는 아니다. 


어디부터 손을 봐야 하는지 아득하게 느껴지지만 마음 한 켠 이 시간이 흐르고 내게 짬이 나는 그 ‘순간'을 기다리는 위안이 작동한다. 하나의 일이 끝나기 전 또 하나의 일이 밀고 들어오는 건, 그냥 순리인가 싶고 언젠가는 정리해내고 말테야!는 집안을 거니는 와중 순간 뿐이다.


어느 정도 다들 인테리어 취미를 갖고 있지 않나. 이런 나도 그런 취미가 있다. 혼자 살 때는 좁은 집을 여러 방법으로 사용해보려고 가구 배치 바꾸는 일에 몰두했던 적이 있다. 지금은 이사할 때를 빼면 가구는 붙박이가 되었지만, 소소한 인테리어 소품을 사모으는 취미는 아직 남아있다. 막상 사지 않더라도 구경만으로 눈호강도 힐링도 된다. 


힐링차 눈찜해놨던 선택지스러운 테이블웨어를 소개한다. 나는 아직 내 ‘짬'을 기다리고 있지만 당신의 테이블이 지속가능한 물건으로 빛나는 것에 찬탄해마지 않으련다. 당신이 이 테이블 위 여름과일 얹은 요거트, 달짝한 연유와 미숫가루 담뿍 담은 팥빙수, 보기만해도 혀뿌리에 침 고이는 샤베트를 올려놓은 사진으로 인스타질 한다면 좋아요! 마구 누르며 대리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 



GAEBI 개비 Hand-woven Placement Indigo Navy

소재 : 오가닉면 + 천연염색

3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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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 산지에서 직접 배송하는 상품으로 배송비 3만원 부과, 10만원 이상 구매시 배송비 무료

@개비

요즘 시대에, 베틀로 짠 테이블 매트다. 씨실 날실 정직하게 교차한 우븐 직조 패턴과 질감만 남아있고 색은 무덤덤한 단색이다. 가장자리 프린지가 자연스러운 느낌을 준다. 난 이게 더 마음에 들지만 단정한 느낌을 좋아한다면 테두리를 마감한 테이블 매트도 고를 수 있다.


개비는 2016년 라오스 루앙프라방에서 시작한 텍스타일 제품 브랜드다. 전통방식으로 제작하며, 목화솜에서 실을 뽑고 염색하고 천을 짜는 전과정을 수작업으로 한다. 


@개비

개비는 개비만의 일곱가지 색이 있다. 옐로는 잭프룻우드, 브릭핑크는 레드타로, 웜그레이는 구아바 잎 등 각각의 색은 식물에서 추출한 염료로 만들어진다. 염료 재료에 따라 추출할 수 있는 색이 다르기 때문에 적절한 재료를 골라야 하고, 재료의 양과 염색 횟수에 따른 발색차가 있기 때문에 개비의 색을 만들기 위해 수차례 염색 실험을 했다고 한다. 


그냥 천이라고 하면 비싸보이는데, 목화 따는 손, 염료 식물 거두는 손, 염색통 젓는 손, 베틀 짜는 손을 생각하면 과히 비싸지 않다. 직조한 형태 그대로 장식이 없어 냅킨이나 덮개 등 다양한 활용도가 있다는 걸 고려하면 또한.


스튜디오 다푸르 티코스터

소재 : 대나무 + 수용성 코팅 마감

우븐 18,000원 코일링 1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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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다푸르

동남아 여행 가면 로컬 느낌 물씬나는 패턴이 있는 목기나 대나무 공예품에 눈길이 가고 들고 오기 버겁지 않은 한도 내에서 가방을 채우게 되는데, 여행을 가지 않아도 인도네시아 전통 공예품을 온라인으로 쉽게 구할 수 있다.


스튜디오 다푸르는 인도네시아 서부 자바에 있는 사회적 기업으로 인도네시아 대나무 장인들과 협업하여 대나무 제품을 만든다. 인도네시아 대나무 공예의 맥을 이어 로컬 문화와 가치를 지키는 것, 지속가능한 재료 중 하나인 대나무를 사용하여 윤리적인 방식으로 생산하는 것이 이 기업이 추구하는 바다. 


일정한 제품 색상 유지를 위해 대나무 수확 시기를 고르고, 만들어진 제품을 샌딩, 코팅하는 일에 공을 들이는 만큼 마감이 깔끔하다. 막 만든 제품과 디테일이 다르다는 것. 


뜨거운 음료에도 물론이지만 여름철 차가운 음료잔에 맺힌 물이 테이블에 고이는 건 막는 게 좋으니까 꼭 필요한 티코스터. 내 안의 두 개의 자아가 있는 지 패턴도 느낌도 만든 방식도 다른 티코스터 두 개 중 고르지 못해 두 개 다 가져왔다.


my island 마이 아일랜드 100% 리얼 코코넛 보울

소재 : 코코넛 열매 껍질 + 코코넛 오일 마감

내추럴 9,000원 소프트 9,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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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아일랜드

별로 크게 한 것 없이 쓸모를 만들어내는 것이 갖는 매력이 있다. 재료 자체가 가지고 있는 원시적 매력에 원형의 쓸모를 다른 쓸모로 전환하는 상상력이 더해진 매력. 이런 단순한 아름다움을 지닌 그릇이 있다. 마이 아일랜드의 코코넛 보울이 바로 그것. 


그러고보니 코코넛은 여러모로 쓸모가 많다. 과즙과 열매는 먹을거리가 되고, 껍질을 둘러싼 외피는 직조물로 만들어지고, 단단한 껍질은 그릇이 된다. 코코넛 소비가 늘어나 증가한 껍질 쓰레기를 이렇게 활용하면 되니, 버릴 게 하나 없는 녀석이다. 


@마이아일랜드

코코넛 보울은 코코넛 오일로 마감이 되어 일반 나무 그릇처럼 가볍게 세척하여 사용할 수 있다. 밥공기 보다 약간 큰 크기로 씨리얼, 요거트, 샐러드 용기로 쓸 수 있고, 무엇보다 플라스틱 그릇을 대신할 아이들 간식 용기로 딱이다. 


이 코코넛 보울을 판매하는 곳이 여러군데 있지만 제로웨이스트, 플라스틱프리를 지향하며 지속가능한 리빙 제품을 취급하는 이왕이면 마이아일랜드 것을 골라야 선택지다. 제주도에 갈 일이 있다면 제로웨이스트 매장에 직접 방문해보는 것도 좋을 듯.


수이57아뜰리에 옻칠 나뭇잎 저받침

소재 : 삼베 + 옻칠

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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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57아뜰리에

옻칠은 가구나 젓가락, 그러니까 나무에만 할 수 있는 건 줄 알았다. 그런데 삼베에 옻칠로 이런 질감의 이런 색상의 공예품을 만들 수 있었나보다. 이 나뭇잎 모양 수저받침은 박수이 옻칠공예가의 '그야말로' 작품이다. 


박수이 옻칠공예가는 나무, 삼베 등 자연재료에 옻나무에서 채취한 천연도료인 옻으로 방수성, 내구성을 더한 트레이, 보울, 디저트 플레이트를 만든다. 내 테이블이 너무 자연자연한 우드톤이거나 모노톤이라면 수이57아뜰리에의 접시, 쟁반 그리고 저받침이 컬러 포인트가 되어줄 것...이었는데, 이 수저받침과 라지 사이즈 트레이를 제외하고 대부분 품절이다. 미디엄 사이즈 트레이는 보라색 컬러가 유일하게 남아있으니 탐나면 서두르시라. 


@수이57아뜰리에

이런 색감과 질감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었던 것을. 나무와 삼베에 옻칠을 하고 건조하기를 반복하여 작업한다고 한다. 그래서 주문하면 제작까지 7일 소요. 손으로 하나 하나 만들고 색을 입히는 기다림의 시간이 이런 꽃보울 같은 꽃봉우리를 피우게 하는 것이겠니 하자. 


방배동에 아뜰리에 쇼룸이 있다. 옻칠 공예품 외에 도예, 금속, 섬유 공예품 구입이 가능하고 카페를 이용할 수 있다. 


박선민 리:엔티크 플랫잔 세트

재료 : 폐공병

7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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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번드

박선민 유리공예 작가의 여름 한정 리미티드 에디션 유리잔이다. 박선민 작가는 폐유리병을 업사이클링하여 유리잔, 화병 등 생활오브제를 만든다. 2014년 제주도에서 진행한 전시에서 바다에 버려진 유리병을 재활용하는 작업을 진행한 이후, 폐유리병을 재가공하는 Re:bottle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국내 맥주병, 소주병은 ‘빈용기보증금' 제도를 통해 수거되고, 표준용기를 사용하여 제조사에 관계 없이 재사용되고 있다. 문제는 수입산이다. 재사용되지 않는 건 두 말 할 나위 없고, 재활용 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있다. 우리가 재활용하는 투명, 녹색, 갈색 3색 기준에 맞지 않는 병이 많아서다. 와인병, 양주병은 대부분 해당된다. 재활용되지 않으면… 버려지는 거였지만. 


이 문제에 대한 해결안을 제시하는 것과 동시에 소장 가치 있는 오브제로 만드는 일을 박선민 작가가 하고 있다. 유리잔 만든다고 새 모래 쓸 일이 없다. 유리병을 녹여 다른 형태의 유리 제품으로 만드는 에너지와 자원을 들일 일도 없다. 


@KCDF 한국공예디자인진흥원

대신에 유리잔에는 비워낸 것만큼 작가의 경험과 생각과 체력과 시간이 채워져 있다. 폐공병을 형태와 색상에 따라 분류하고 자르고 연마하고 광을 내거나 무광 제품은 모래를 쏴서 매트한 질감을 낸다. 면을 이어 붙이는 제품의 경우 접착 후 경화까지 36시간을 기다린다. 그래서 잔 하나 만드는 데 3일 정도 시간이 소요된다. 


그 시간이 지나면 원래 폐공병이었는 지 모를 유리잔이 만들어진다. 잔 밑단에 남아 있는 병 일련번호의 흔적이 본래를 슬며시 보여줄 뿐. 흔적만 남은 병 일련번호와 함께 박선미 작가 유리잔의 또 하나의 아이텐티티는 손잡이. 잔 손잡이는 유리병 입구를 슬라이스해 이어 붙였다. 누가 그러리라 짐작이나 했을까. 


Reglass 리글라스 호가든 꽃병

재료 : 폐공병

7,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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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글라스

폐공병으로 생활오브제를 만드는 또 다른 곳, 리글라스다. 리글라스는 매일 아침 유흥가 골목에 버려지는 수입 맥주병, 와인병, 양주병을 수거해 제품을 만든다. 유리병 수집, 세척 후 종류별로 분류, 라벨 제거, 커팅 작업 후 열처리하는 것이 작업의 과정이다. 이렇게 유리병을 업사이클해 유리잔, 화병, 조명을 만든다. 


이 중 내가 고른 건 호가든 꽃병이다. 꽃병을 보며 호가든 병이 이렇게 생겼었나 다시 뜯어보게 된다. 입구만 자른 것 같은데 느낌이 많이 다르다. 리글라스 제품을 보고 있으면 병 모양과 색깔이 이만큼 다채로웠나 새삼스럽다. 


많은 변형을 가하지 않고 유리병 자체의 형태, 색상, 브랜드 로고를 활용해서 제품을 만드는 것이 리글라스의 특징. 애정하는 맥주 브랜드가 있다면 브랜드 이미지의 정점, 그 실루엣을 소장해보자. 


참고

버려진 유리병의 우아한 변신, 매거진 Brique

https://magazine.brique.co/article/%EB%B2%84%EB%A0%A4%EC%A7%84-%EC%9C%A0%EB%A6%AC%EB%B3%91%EC%9D%98-%EC%9A%B0%EC%95%84%ED%95%9C-%EB%B3%80%EC%8B%A0/

유리병의 재탄생! 업사이클링 브랜드, 리글라스

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isHttpsRedirect=true&blogId=designpress2016&logNo=22125228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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