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소설 <레지스탕스>를 떠나보내며
- 소설에 대한 두려움과 고백
문학에 흠뻑 취해있던 시절, 동경하던 작가들을 질투했다. 그들이 창조해낸 이상적 인간의 메타포-평범을 넘어선 특수로 귀결된-를 나도 소유하고 싶었다. 카잔차키스의 조르바, 피츠 제럴드의 개츠비, 오르한 파묵의 오스만, 헤세의 데미안, 서머셋 모옴의 찰스 스트릭 핸드, 괴테의 파우스트, 니체의 차라투스트라. 나도 그러한, 나만의 것을 소유하고 싶었다.
소설가가 되어서 나만의 메타포를 창조하기로 했다. 그래서 레지스탕스를 통해 '민재'를 만들어냈다. 이제 레지스탕스는 세상에 나아갔다. 두렵다. 한계를 알고 있기에. 원대한 포부와는 달리, 레지스탕스는 그저 내가 마주한 세계, 맞닥뜨린 문제의식, 그리고 그 속에서 모색한 해답만이 담겨있을 뿐이다. 그것의 집약체가 민재이다. 과연 이것이 누구에게 울림을 줄 수 있을지도 미지수이다.
고대 연금술의 세계에는 전설이 하나 있다. 연금술사들은 연금술로 인조인간을 창조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인간의 결점은 제거하고 오직 장점과 이상만을 집약한 인조인간을 말이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호문쿨루스'이다. 하지만 이러한 이상의 집약체도 한계가 있었으니 조그마한 플라스크를 벗어나면 이내 죽고 마는 것이다. 호문쿨루스는 플라스크에서 밖에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나는 레지스탕스의 가장 첫 페이지에 조그맣게 새겨놓았다. '첫 번째 호문쿨루스' 한계를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나의 이상적 인물인 '민재' 역시 호문쿨루스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플라스크 밖에 나오면 죽는 인조인간처럼, 민재도 소설 밖 세상 속에서 '호문쿨루스'로 귀결되고 말 것이다. 그래서 나는 플라스크와 함께 민재를 내보냈다. 지금, 서점에는 플라스크 속에 '민재'가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