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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우 Oct 20. 2023

소설가는 연대할 수 있을까

한국문학에 대한 도전장, 문학서울의 시작

둘도 없는 문우였던 헤밍웨이와 피츠제럴드


어느덧 소설가의 꿈을 안고 살아온 지도 10년의 세월이 지났다. 부족한 여정을 뒤돌아보니 그간 7권의 책을 출간한 소설가가 되어 있었다. 문인의 길은 기나긴 마라톤이거늘 100미터 경주인 양 기세 좋게 달려온 날도 많았다. 정말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억지로 끌고 스스로를 견인해 온 날도 있었다. 소설가로 지내며 힘든 일을 꼽자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현실(경제)적으로 안정적이지 않기도 하고, 주위에서 그리 고운 시선(보통 걱정의 시선이다)으로 바라보지도 않으며, 어떤 것도 보장된 것이 아니기에 너무나 불안정했다. 하지만 소설가가 되고자 하는 열망은 이 모든 것을 극복하고도 남았다. 내게 가장 힘든 점은 따로 있었다.


소설가는 너무나 파편적인 존재였다. 인류의 집단 무의식 속에 잠재되어 있는 소설가의 이미지는 천편일률적이다. 주위에 소설가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무엇이냐 물어보면 항상 늘 같은 대답이었다. 골방에서 책상 앞에 앉아 홀로 글을 쓰는 누군가. 세상에 괴리되어 조금은 고독한 존재. 나 또한 이 이미지에 부합하며 살아왔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문장이란 고요한 시간에 홀로 책상 앞에 앉아 있어야만 나오는 것이니 말이다. 내가 가장 힘들었던 건 이러한 이미지가 삶까지 이어졌다는 것이었다. 집필하는 나 자신만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나 조차도 고독한 존재였다. 공감하고 함께 나아가는 존재가 부재했다.


우연한 기회에 나는 예술가들과 점점 교류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문인이 한 명도 없었고 모두 화가들이었다. 그림에 관심이 많아 드로잉 클래스도 듣고, 전시도 찾아가 보고 하다 보니 그들과 친해지게 되었고, 어울리게 되었다. 그들과 교류하며 느낀 건 화가도 소설가와 마찬가지로 고독하게 작업하는 존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너무나 세련되게 연대하며 살아갔다. 정기적으로 만나 예술가의 노고에 대해서, 작품에 대해서, 삶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로 전시회를 할 때면 든든한 지원군처럼 가서 자리를 빛내주었고, 자신들의 채널을 통해 서로의 작품을 조명해 주었다.


그들은 연대의 가치를 알고 있었다. 예술가에게 소소한 일상에 대해 고민을 나눌 수 있는 건 삶에 크나큰 위안이었다. 학창 시절 친구처럼 함께 나아가는 존재가 있는 셈이나 마찬가지였다. 또한 작품 세계를 공유하며 서로 영감을 주고받으며 발전해 갔고, 이를 통해 화가로서의 존재 의식을 고양시켜 갔다. 이러한 연대는 작가로서의 값어치를 올리는 일이기도 했다. 그들은 함께하며 자신들의 단가를 공유했고, 자본과의 계약 방법을 세밀하게 나누었고, 보수의 적정선을 정했다. 반면 소설가들은 허울뿐인 인정과 인세만 생각하며 홀로 고독하게 집필만 했다. 나 역시 그러했지만, 이제는 화가들로부터 배워야 한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소설가는 연대하지 않는 존재들인가. 그렇지 않았다. 소설가도 연대하며 성장하는 존재들이었다. 아직 누구에게도 조명받지 못했던 소설가들은 서로를 알아보고 둘도 없는 문우가 되곤 했다. 헤밍웨이와 피츠제럴드, 콘래드와 골드워시, 그리고 캐루악과 긴츠버그가 그러했다. 그들은 아무것도 아닌 시절부터 교류하며 인정받는 작가가 된 뒤에도 그 관계를 소중히 이어갔다. 한국문학에도 그런 관계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자료를 조사해 갔다. 한국문학에도 야심 찬 연대의 시도가 있었다. 소설가 김동인과 주요한은 동인 <창조>를 설립하여 문인의 연대를 모색했다. 그 명맥은 <폐허>와 <백조>로 이어졌고, 연대의 역사가 되었다.



김동인 소설가와, 소설가에 의해 탄생한 한국 최초의 순수문예지


소설가는 스스로 무섭게 정진한다는 전제 아래 동료 문인들과 연대한다면 발전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했다. 나는 이 시대의 젊은 소설가로서 연대의 장을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내게는 작품으로 알게 된 문우가 한 명 있었다. 바로 대표작『창문 없는 방』을 집필한 소설가 류광호였다. 그와의 만남은 선물과도 같았다. 우리는 처음 만나 반나절동안 좋아하는 작가와 작품들에 대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를 비롯하여 작품으로 교류하던 주얼, 이수현, 신세연 작가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그리고 <창조>의 정신을 이어받아 소설가들의 연대의 장인 <문학서울>을 설립하겠다고 했다. 그들은 모두 나와 함께하기로 했다.




https://www.instagram.com/leewoo.dem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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