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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만아웃사이더 Apr 05. 2022

입고 싶은 대로 입습니다

당신이 지금 입고 있는 그 옷, 정말 좋아해서 입는 건가요?

 당신은 유행에 민감한 사람인가요? 



 누군가 내게 이렇게 묻는다면 내 정답은 no다. 특히 패션에 있어서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을 고집하는 편이다. 민소매나 크롭탑 같은 노출이 좀 있는 옷도 종종 입는 편이며 톰보이 스타일의 옷도 꽤나 좋아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내가 이렇게 내 스타일링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건 아니었다. 한국에 있을 때만 해도 최근 유행하는 옷을 따라 사는 편이었고, 이른바 '남자친구가 좋아하는 스타일'을 찾아서 거기에 맞춰 입곤 했다. 지금 생각하면 나는 언제나 남들이 좋아해 줄 만한 옷을 입어서 최대한 남의 시선에 거슬리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대만에 거주한 지 3년이 조금 넘은 지금은 정말 입고 싶은 대로 입는 편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대만에서는 남의 시선을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대만은 한국에서 지리적으로 아주 가까운 나라지만, 문화상에서는 다른 부분이 상당히 많다. 특히 큰 차이점은 대만은 한국에 비해 매우 개방적이고 동시에 '시선'에서 꽤나 자유롭다는 것이다. 


 점점 더 변하고 있긴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남의 시선에 민감하다. 그렇다 보니 옷 입는 것도 비슷비슷한 느낌이 많다. 어떤 옷이 유행을 하면 길거리에서 보이는 패션이 다 똑같아진다. 마치 그 옷을 안 입으면 안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실제로 한국을 방문한 외국 친구들 몇 명이 나에게 '한국 사람들은 느낌이 비슷해서 잘 구분이 안 된다',라고 할 정도였다. 


 그런 환경에서 몇십 년을 살다 처음 대만의 자유로운 문화를 접했을 때 꽤나 문화충격이었다. 다양한 헤어스타일은 물론, 나이와는 전혀 상관없이 정말 본인이 입고 싶은 대로 입는 사람들, 그리고 성별을 뛰어넘는 스타일링까지. 한국에선 정말 보기 힘든 풍경이었다. 더불어 대만은 남자든 여자든 화장을 안 한 사람들이 매우 많다. 심지어 출근할 때도 많은 사람들이 화장을 하지 않았으며 복장도 캐주얼 그 자체다. (물론 산업군에 따라 조금 다를 수 있다)


 이렇게 프리한 환경에서 몇 년을 지내다 보니 나도 가면 갈수록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입고 싶은 대로 입기 시작했다. 예전 같았으면 눈치가 보여서 입지 않았을 민소매, 크롭탑 등의 옷을 입는 게 갈수록 자연스러워졌다.


 그 과정에서 어떤 스타일이 나에게 어울리는지, 그리고 또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고 동시에 나 스스로를 조금 더 좋아하게 되었다. 




 현대사회에서 패션은 단순히 어떻게 옷을 입느냐를 넘어, 본인의 개성을 드러내는 하나의 방법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에서는 이 패션조차도 본인의 개성보다는 남의 시선이라는 기준이 더 우선시되고 있다. 그러나 막상 한국에 있을 때는 그걸 잘 느끼지 못한 채, 남의 시선에 맞춰 입는 게 마치 나의 선택인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지금 내가 입는 이 옷이 정말 내가 원해서 입는 걸까, 아니면 남이 좋아해서 입는 걸까? 


 입고 싶은 대로 입기, 이 간단하면서 가장 중요한 일을 참 먼 길을 돌아 겨우 찾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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