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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만아웃사이더 Mar 09. 2023

대만의 동거 문화

대만은 왜 동거를 많이 할까?  

 동거는 여전히 한국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문화다. 상대방의 동거 경험을 알아서 파혼을 고민한다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한국은 여전히 동거에 보수적인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같은 아시아권 나라 중에서 한국과는 반대로 동거에 매우 오픈된 나라가 하나 있다. 바로 대만. 대만은 정말 놀라울 정도로 동거를 많이 한다. 특히 대만의 수도 타이베이에는 동거를 하는 2030 커플을 매우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친구들끼리도 동밍아웃(동거+커밍아웃)을 하는 게 아무렇지도 않고, 오히려 동거를 권유하는 친구들도 있다. 


 그럼 대만에서는 왜 이렇게 동거를 많이 할까? 5년간 대만에서 살면서 내가 발견한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2가지다.


1. 높은 월세와 집값 

2. 한국과는 다른 연애관


 첫 번째 이유는 매우 현실적인 이유다. 대만, 특히 타이베이에서 월세는 일반적인 수입에 비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신축이 많아 거주 환경이 대부분 비교적 양호한 한국과 달리 대만은 일본처럼 오래된 건물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그나마 괜찮은 환경의 방을 구하려면 월급의 최소 1/3 이상을 월세에 부어야 한다.


  게다가 대만의 집값은 일반 직장인들의 월급으로는 도저히 살 수 없을 정도로 높기로 유명하다. 이렇게 높은 집값과 월세, 격차가 큰 거주 환경으로 인해 아예 두 명이 함께 예산을 합쳐 방을 구하려는 경우가 많아지게 된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대만과 한국의 연애에 대한 인식 차이에서 비롯된다. 한국은 흔히 연애 따로, 결혼 따로라고 하지만 대만에서는 보통 연애와 결혼을 일직선 상에 있는 것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보니 '어차피 우리는 결혼할 사이일지도 모르는데 같이 살 수도 있지!'라는 느낌으로 자연스럽게 동거를 하는 것이다.


 덧붙이자면 내가 생각하기론 대만 사람들이 연애를 시작할 때 자연스럽게 결혼까지 생각하는 이유는 이른바 '썸'의 기간 차이에 있다고 본다. 대만에서는 한국처럼 사귀면서 서로를 알아가자,라는 식으로 연애를 하는 경우가 잘 없다. 대만에서는 오히려 상대방을 정말 잘 안다고 생각했을 때 비로소 연애를 시작한다.


 그래서 대만에서는 서로를 알아가는 '썸'의 기간이 꽤나 길다. 더불어 대만에서는 '우리 사귀자!'라는 식으로 확실하게 말을 하고 시작하기보다는 손을 잡는다든지, 입을 맞춘다든지 등 연인사이에서만 할 수 있는 행동 등을 통해 연애를 시작한다. 이렇게 대만에서는 이미 막 사귀기 시작한 사이어도 이미 서로에 대해 알 건 다 알다 보니 그 사람과 함께 사는 것에도 거부감이 덜 느끼는 것이다. 




 대만이 동거에 개방적인 이유는 더 많이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위 2가지 이유가 큰 영향을 끼쳤다고 본다. 하지만 더 흥미로운 점은 이렇게 동거에 개방적임에도 불구하고 대만은 심각한 저출산 국가 중 하나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집 마련에 큰 어려움을 겪다 보니 가면 갈수록 젊은 사람들이 아이를 낳지 않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쓰면서 다시 한 번 깨달은 것은 대만은 같은 아시아권 국가이지만 정말 생각하지도 못한 부분에서 큰 차이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전에 말했던 동성결혼 인정이라든지, 이번 글에서 얘기한 동거 문화라든지 말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대만의 이런 개방적인 문화는 한국이 조금 배우면 좋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고 급진적으로 한국이 순식간에 180도로 바뀌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저 한국의 보수적인 문화가 과연 정말 좋은 것인지 한 번 생각해보았으면 하는 바람일 뿐이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한국은 행동은 보수적이지 않으면서 사상이 보수적인 나라라고 생각해서다. 이런 문화는 너무나 쉽게 내로남불이 되기 쉽고 이런 내로남불적인 태도는 지금 한국에서 큰 문제가 되는 모든 갈등에 어떠한 해결방안도 제시할 수가 없다. 그렇기에 한국이 조금만 더 개방적인 태도로 새롭고 이전과는 다른 문화를 바라본다면 조금은 더 나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 라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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