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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시즘 Mar 21. 2024

내가 아는 그 맛 아니야,
새로운 밀키스 딸기 바나나

#딸기와 바나나가 된 밀키스... 그래도 사랑하시죠?

초등학생들이 가득한 학교 앞을 홀로 걷는다. 누구를 만나지도 인사를 나누지도 않는다. 그가 원하는 것은 오직 하나. 조카를 집에 데려다주고 나서 마실 한 잔의 음료뿐이다. 와글와글한 학생들의 진격 소리에서 익숙한 목소리의 이가 외친다. 


"그는 국가가 허락한 유일한 신상털이 마시즘이다."


아니야 오늘은 그냥 삼촌이야 왜 그래.



다음 세대의 밀키스

딸기와 바나나라니요

초등학생을 관찰하는 것은 마치 다음 세대의 아이폰이나 맥북을 보는 것 같다. 분명 생김새는 비슷한 거 같은데... 근본적인 것이 바뀌어 있다. 훨씬 똑똑하다거나, 스마트폰을 기본적으로 한다거나, 밀키스... 엥. 아니 밀키스가 왜 분홍색이냐.


내가 알던 밀키스가 아니다. 일단 분홍색이고. 제로칼로리고. 딸기와 바나나맛이 섞여있다고 한다. 이런 근본 없는 요소가 있을 수 있냐고... 말하고 싶지만 조카의 첫 밀키스는 딸기 바나나였던 것이다. 


음료계의 살아있는 거목이자, 전설이 될 마시즘은 어른스럽게 타일렀다.


"삼촌 한 입만 주면 안 될까?" 



세기의 명작 밀키스 제로의

MZ 스러운 변화

비록 한 팩에 6,500원인 포켓몬 카드와 맞바꾸긴 했지만 이 MZ 스러운 밀키스를 얻을 수 있었다. 이제는 우산이 아닌 딸기를 든 커플이 하늘을 떠다니고 있었다. 귀여운 디자인에 흐뭇했지만 3가지 충격의 콤보를 받고 말았다. 


- 이 녀석은 제로 칼로리라고 적혀있는데 칼로리가 있다

- 게다가 이 녀석은 가까운 편의점에 팔고 있었고 

- 6,500원인 포켓몬 카드를 살 돈이면 3캔을 사고도 남았다 


하지만 귀하게 얻은 물건의 가치는 값으로 환산할 수 없다. 과거 밀키스 우유식빵맛을 사러 고속버스를 타고 타 지역에 원정을 갔던 마시즘이 아닌가. 그때에 비하면 이것은 거저 마시는 거라고 할 수 있지. 그렇게 밀키스 제로 딸기 바나나를 삼켰다. 


조카, 조카 어디 갔지? 이 녀석 잡아와야...!



우유 탄산음료에 떠오르는

딸기 바나나 화채의 맛 

밀키스의 종류를 제법 마셔봤다고 자부하는 나다. 빵냄새나는 우유식빵맛 밀키스도 즐겼고, 해외에서 매우 인기 있는 딸기맛 밀키스, 바나나맛 밀키스, 멜론맛 밀키스 등도 즐겨봤다. 지난해 나온 '밀키스 제로'는 원작인 밀키스 오리지널을 위협할 정도로 잘 만들어진 세기의 명작이었다.


그런데 이 녀석은 종이 다르다. 밀키스이긴 한데 딸기시럽향이 가득하고, 입안에 머금으면 바나나향이 났다가. 다시 딸기의 새콤함, 우유의 부드러움, 바나나의 달콤함으로 끝난다. 우유와 사이다를 넣은 과일화채를 밀키스로 재해석한 것 같은 선명한 맛이다. 


그런데 마시다 보니 기억의 서랍 안에 있는 맛이다. 쥬씨의 딸기 바나나 스무디를 지나서, 최애 과자였던 딸기맛 사탕을 지나서 곰곰이 과거기억으로 페이지를 넘겨갔다.



소풍에 떠오르는

딸기 솜사탕의 맛


역행하는 기억의 초침은 초등학교에 멈추고 말았다. 그렇다. 밀키스 제로 딸기 바나나의 맛은 내가 마시던 밀키스는 아니지만, 비슷한 기억의 음료가 있었다. 바로 누나들이 마실 수 있던 헬로 팬돌이 핑크(솜사탕 맛)였다. 그 달콤하면서 산뜻한 맛이란! 


과거까지 돌이켜보니 밀키스 제로 딸기 바나나 이 녀석은 참 잘 만든 음료다. 밀키스가 변한 것이 아니라, 나의 입맛이 너무 어른이 된 거겠지. 학교를 오가며, 친구들과 이야기하며, 매일매일이 소풍 같은 동심의 맛이 여기 담겨있다. 


비록 나는 너무 어른이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사랑해요 밀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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