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콜라 제로에 라임이 있었더라면?
인파가 가득한 거리를 홀로 걷는다. 식당에 들어가지도, 가게에 들어가지도 않는다. 그가 원하는 것은 오직 하나. 신상을 발견했다는 요원과의 접선뿐이다. 건물 1층에서 만난 요원은 이렇게 말한다.
국가가 허락한 유일한 신상털이. 마시즘이다.
요원이 종이상자를 건네며 말한다. "태국에서 라임 제로 콜라를 가져왔어요." 그래 태국에서 라임 콜라라, 태국까지 가서 라임 콜라라니! 라임 제로 콜라는 이미 한국에 팔리고 있잖아. 펩시 제로 라... 응?
그렇다. 수상하게 생긴 연두색 피콜로 컬러. 라임도 맞고, 제로도 맞는데... '코카콜라 제로 라임'이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야. 너무 궁금한데?
그렇다. 코카콜라와 펩시. 라임으로 대결하는 순간이 온 것이다.
코카콜라 제로 라임을 조사해 보자. 현재 태국에서 나왔고, 칼로리는 당연히 제로다. 이 컬러감은 기존 코카콜라와 함께 배치하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낼 수 있을 정도로 형광 초록빛이다(아니다).
캔을 따서 잔에 따라보면 옅게 시큼한 라임향이 풍겨 나온다. 콜라 위에 라임을 슬라이스 해서 반장 정도 올려놓은 정도의 향이다. 맛 자체는 기존의 코카콜라와 다를 바가 없지만 향 덕분에 콜라에서 나는 신맛이 라임의 새콤함처럼 느껴지는 효과가 있다.
자칫 이렇게 말하면 똑같이 향을 넣은 '펩시 제로 라임'과 다를 바가 없지 않냐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그것은.
펩시 제로 라임과 코카콜라 제로 라임을 컵에 담아 섞어서 마셔봤다. 사실 마시기 전에 향만 맡아도 구분할 수 있었다. 펩시 제로 라임은 향의 임팩트가 독보적이기 때문이다.
맛으로는 코카콜라 제로 라임이 우리가 아는 콜라맛을 가지고 균형감 있게 잘 살린 음료라고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펩시 제로 라임을 좋아할 사람들도 분명히 많다. 아니 이미 펩시 제로 라임이라는 임팩트를 겪은 사람들에게 어지간한 향이 첨가된 콜라는 성에 차지 않을게 분명하다.
개인적으로 마시즘은 펩시 제로 라임을 처음 만났을 때 라임 향 때문에 어려워했었다. 이쯤 되면 라임향 콜라가 아니라 콜라맛이 첨가된 라임탄산음료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달랐다. 그전까지 제로 탄산음료에서 느껴지는 이질적인 끝맛을 향이 덮어버리자 환호한 것이다. 그렇게 '대 제로음료 시대'를 열고 말았지.
같은 재료군을 썼는데 왜 다른 맛이 나는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두 음료의 지향점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과일의 향을 첨가하는 콜라를 만들 때 코카콜라는 기존의 코카콜라 맛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데코레이션 정도로 활용해 왔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맛의 아이덴티티니까.
반대로 펩시의 중요점은 '코카콜라와의 차별화'다. 코카콜라와 차이점을 통해서 대중들에게 펩시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 보다 세련된 모습, 그리고 당신이 사주면 1위가 뒤집힐 수도 있다는 언더독스러운 요소를 보여줘야 한다.
라임의 유무를 떠나서 코카콜라와 펩시는 이런 방향으로 100년이 넘는 콜라 전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맛있으면서 즐거운 대결이 아닐 수 없다. 신제품이 나오면 좋잖아.
펩시 제로 라임, 코카콜라 제로 라임. 당신이 궁금한 라임향 콜라는 무엇이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