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영. 김도영. 한국에서 '야구'를 보면서 그의 이름 석자를 모른다는 것은 피카츄 없는 포켓몬스터,
맥주 없는 치킨, 마시즘 없는 한국 음료와 같다.
프로에 입단한지 불과 3년차인 선수가 한 달만에 10홈런과 10도루(잘치고, 잘 달렸다는 뜻)를 쳐버린 남자. '그래도 설마 30홈런 30도루를 할 수 있겠어?'라는 물음에 한국야구 국내선수 최초 40홈런 40도루를 기록할뻔한(홈런이 2개 부족했다) 남자.
그 기세로 우승컵까지 들어버리더니 국제대회에서 만루홈런을 쳐버리며 소속팀 팬뿐만이 아닌 한국야구팬들에게 '도영아 니땀시 살어야'를 외치게 한 도파민 그자체의 남자가 아니던가.
참을 수 없는 슈퍼스타의 본능. 마시즘이 그의 스타성을 느꼈을 때는 언제일까? 한국시리즈를 우승 했을 때? KBO MVP에 선발되었을 때? (아마도) 골든글러프 트로피를 들 때?
아니다. 바로 그의 손에 '블랙보리'를 들었을 때다. 도영아... 니가 그걸 왜 마셔!
김도영 선수와 블랙보리의 스캔들이 밝혀진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그가 밝힌 바에 따르면 어렸을 적에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블랙보리 광고를 보았던 것이다. '맛있어 보이는데 커피인줄 알아서 마시지 않았다'가 그 첫 만남. 하지만 성인이 되고 프로선수가 되어 둘 사이의 오해가 풀렸다.
어? 그때 맛있어 보였던 음료네? 마셔보니 맛있네.
그때부터 김도영 선수는 블랙보리를 자주 마시게 되었다고. 하지만 여기에서 멈췄다면 블랙보리는 김도영 선수가 좋아하는 여러 음료 중 하나였을 것이다.
그를 지난 3년간 지켜보며 느낀 것인데. 이 선수. 야구가 잘되면 무언가에 깊게 빠지는 성격이 있다. 우리는 이를 '김도영 샤워의 법칙'이라고 부른다.
야구선수들에게는 저마다의 습관이 있다. 오타니 선수는 경기장의 쓰레기를 줍고, 어떤 선수는 타석에 들어가서 야구장갑 찍찍이를 붙였다 떼며, 안치홍 선수는 덕아웃에 들어와서 사용한 야구장비들을 똑같은 순서로 제사상 차리듯 차곡차곡 쌓아놓는다.
타이거즈의 중심 김도영 선수는 경기를 못한 날은 대충 씻고 집에 가고, 경기를 잘 한 날은 30분 이상 길게 샤워를 하고 집에 간다. 이 이야기에 주변 동료들의 증언이 이어지며(로션을 바르는 것까지 1시간 이상이다) 팬들 사이에서 최연소 사이클링 히트를 친 날은 '아침까지 샤워하는 게 아니냐'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이제는 구단에서 샤워장이 아닌 전용 목욕탕을 만들어서 기본 3-4시간씩 즐기게 해야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이렇듯 뭔가 경기가 잘 풀리는 날의 행동들은 프로야구선수 평생의 습관처럼 남게 된다. 그런데 하나가 더 있었다. 그것이 바로 '블랙보리'다. 블랙보리를 마시고 경기를 했는데 너무 잘 풀린 것이다. 심지어 편의점에서 블랙보리를 2+1으로 판매하네? 야구경기는 기본적으로 한 팀과 3연전을 하기 때문에 경기 전 루틴으로 완벽한 음료가 되었다.
하지만 이 사실을 팬들은 알지 못했다. 당연하지 우리의 슈퍼스타, 광주 아이돌, 멋진 아들 젠틀맨이 흔히 볼 수 있는 블랙보리와 사랑에 빠졌을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으니까.
그 둘의 관계는 그가 블랙보리가 없는 세계대회 '프리미어 12'에 갔을 때 펼쳐졌다.
국내대회를 제패하고 이제는 세계대회다. 프리미어 12의 무대를 밝은 김도영 선수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그런데 김도영 선수는 '중요한 경기 때마다 블랙보리를 한 잔을 먹고 야구장에 나온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곳은 대만이고, 대만에는 블랙보리가 없잖아.
그 말을 마치자마자 한국에서 '블랙보리'를 공수해서 대만을 간 팬들이 나타났다. 심지어 블랙보리를 선물 받은 영상이 공개되었는데 김도영 선수의 반응이 함께 담겼다. "나 이거 없어서 하늘보리 마셨는데!"
블랙보리와 하늘보리를 구분하다니. 한 명의 야구선수로도 대단하지만, 보리차 전문가라고 불러도 좋지 않은가. 블랙보리를 출시하는 하이트진로는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다.
그동안 블랙보리 라이트, 블랙보리 다크로스팅과 같은 제품을 내왔지만 그것은 너무나 음료적인 생각이 아니었던가!
블랙보리 김도영 에디션이 나왔더라면! 블랙보리 10-10, 블랙보리 30-30, 블랙보리 사이클링 히트와 같은 제품이 나왔으면 지금쯤 블랙보리는 보리를 넘어 코카콜라와 경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겨우 야구팬들만 좋아할 제품이라고? 올해 김도영 선수의 유니폼만 100억 원이 팔렸다는 소식을 들었던가.
블랙보리는 빨리 김도영을 잡아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KIA 타이거즈 팬들은 김도영을 따라 블랙보리를 살 것이고, 다른 팀 팬들은 경기장 주변 편의점의 블랙보리를 사재기하여 김도영이 블랙보리를 마시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다. 2025년 한국프로야구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삐끼삐끼... 아니 블랙보리가 될 수도 있는 이 기회를 놓칠 수 있을까?
프리미어 12에서 일본 기자가 김도영 선수에게 '넥스트 오타니'라고 했을 때 그는 고개를 저었지만, 김도영과 오타니가 비슷한 점이 있다. 바로 오타니 선수에게는 최애 녹차가 있다는 점이다.
평소 이토엔의 '오이오차'라는 녹차를 좋아했던 오타니 쇼헤이 선수는 "녹차로 한숨 돌리는 시간이 몸과 마음을 달래준다"라고 말을 한 적이 있다. 그가 기자회견장 혹은 트레이닝 중간중간 '오이오차'를 마시는 장면이 목격되면서 이 제품은 '오타니 녹차'로 알려졌다.
때문에 오타니 선수는 '오이오차'의 글로벌 앰배서더가 되었고, 오이오차는 일본은 물론 한국과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 40여 국에서 팔리고 있다.
아마도 한국야구를 넘어 미국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가능성이 높은 김도영 선수다. 세계에서 주목받고 싶은 음료가 되겠다는 꿈을 가진 '블랙보리'의 최고의 파트너는 바로 김도영 선수가 아닐까? 어서 그에게 블랙보리 모델 아니면 블랙보리 평생 무료 시음권 혹은 블랙보리 농장, 블랙보리가 담긴 목욕탕이라도 제공해야 하지 않을까(아니다).
김도영 선수와 블랙보리의 이야기는 여러 생각을 갖게 한다. 우리가 야구를 때로는 그깟 공놀이라며 외면했지만 하루를 행복하고 열심히 살 수 있도록 감동을 주는 것처럼, 잘하는 신인 야구선수가 이제는 '니 땀시 살아'라고 말할 정도로 중요한 사람이 되는 것처럼, 어떤 사람에게는 그깟 보리차나 음료가 오늘 하루를 최선을 다하게 하는 동력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야구를 보며 인생을 생각하고, 김도영 선수를 보며 블랙보리를 떠올린다. 과연 당신의 블랙보리는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