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다섯 번째 이야기
10월이 오기 전, 9월이 가기 직전의 어느 날
이유 모를 두통으로 며칠간을 앓았다.
어떠한 과음도, 뒤늦은 늦더위를 못 이겨 매일 같이 쐬던 에어컨 바람도, 유독 일거리가 몰렸던 그 주차의 일과들도 모두가 그 두통의 원인은 아니었다.
혹시나 싶어 코로나 검사도 해봤지만 일단 다행스럽게도 음성이었다.
나는 닥치는 대로 잠을 잤다.
사실 잠이 부족한 게 아니라면 침대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것이 퍽이나 아까웠을진대
목요일 점심, 느닷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도망치듯 연차를 내고 회사에서 뛰쳐나와 집으로 들어오자마자
침대에 누워 해가 지고 달이 뜨는 것을 바라보는 내내 몸을 일으키지 못했다.
아주 컴컴하고도 밤과 새벽 사이의 그 늦은 시간이 되어서 겨우 조금 정신을 차렸지만 두통과 그 두통의 불명함은 슬프게도 여전했다.
꽤나 긴 어둠을 적막한 허공으로 시선을 채워가며 보내던 그날 생각했다.
세상엔 이렇게 막막한 아픔도 있다는 것을,
무엇 때문에 아픈지 아는 것은 차라리 불행 중 다행이었다는 것을
그럼에도 당신 때문에 아팠던 그 시간만큼 막막하진 않은 것이 이렇게도 신기한데 그때의 나는 그 긴긴 시간을 대체 어떻게 보냈었는지를,
왜 내 심연 속은 아직도 당신으로 가득 차서 이렇게도 그때를 떠올리게 하는 지를
아직도 시간이 멎어있는 나는,
느닷없이 찾아올 이 고요와 서늘함이 조금씩 두려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