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번째 이야기
대학교 새내기 시절, 나보다 한 살이라도 많은 선배들을 보면 어찌나 어렵던지. 두 학번 이상이라도 차이가 나는 분을 볼 때면 긴장부터 되곤 했다. 그들이 하는 말이며 가히 여유로워 보이는 학사생활까지.. 나도 과연 저런 ’ 선배‘가 될 수 있을까 싶었다.
시간이 흘러 흘러 어느덧 삼십 대를 꽤나 넘긴 나이가 되었다. 나는 선배가 되었냐고? 글쎄다, 싶다.
스무 살 무렵보다는 철이 들었겠다만 아직도 한 치 앞이 막막한 아이 같다. 그냥 스스로 돈을 벌고 있는 학생 같달까. 돈을 벌어도 오히려 돈이 부족한 게 우리네 직장인들이니까, 감히 돈이 많아진 학생이라 나를 지칭하진 않겠다. 아, 아직 학생 같다고 하면 어디선가 한소리를 들으려나. 이렇게 하나둘 눈칫밥 나올 곳이 늘어가는 걸 보니 도통 예전과 다른 것 같기는 하다.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쓰고 싶었는지 하마터면 잊을 뻔했다. 사실 ‘어른’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그때 21, 22살의 형 누나들을 동경하던 내가 생각이 나서 글감이 빙글빙글 돌아왔다.
요새 회사에서 제법 어른 티를 내야 하는 사람이 되어가는 중이다. 이건 생각보다 눈물을 머금는 일이었다.
비가 내리는데 우산이 없다. 알고 보니 내가 우산이었다. 난 아직 방수기능이 없는 천 조각인데, 그래서 일단 머금고 본다. 내 온몸은 금세 녹초가 되고 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빗물인지 눈물인지 모를 것들을 짜낸다. 청승맞지만 그래서 나는 언제 어른이 되는 거냐고 반문한다. 어른들은 대체 어떻게 어른이 되었을까, 다른 어른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할까. 모두가 어른의 탈을 쓴 아이들이라면, 우리는 왜 어른의 탈을 쓰고 있어야 하는 걸까.
이런저런 고민에 옷이 조금씩 마른다. 기침도 조금씩 멎어가는 듯하다. 왠지 다시 한번 비를 맞아도 될 것 같은 컨디션이다. 그리고는 또 추적추적 녹초가 되어 내일 방문을 열고 들어오겠지.
그래도 다시금 문밖을 추슬러 나가는 거, 오늘 닫은 문을 내일 내 스스로 다시 열고 나가는 거, 그게 어른인 건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