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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경 Dec 28. 2022

안녕, 그리고 안녕

스물한 번째 이야기

2022년의 마지막 월요일이 시작되었다는 이야기를 보고 아,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되었구나 싶었다. 순간 또 마지막이라는 감성에 젖어 글을 남겨보려다, 바삐 흘러가는 일상에 쫓겨 잠시 접었다. 수요일이 되어서야 출근길 여유를 잠시 빌려 그래도 2022년에게 안녕을 고한다.


원래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곧 연말이 오고 한 해가 가는 것일진대, 이제는 모든 게 그냥 흘러가는가 보다 싶다. 예전에는 무한도전 몇 번 보면 내년이라고, 그렇게 셈을 해볼 때도 있었는데 아무래도 무한도전이 끝나서 내가 이렇게 심드렁한가 보다.


어릴 때는 1년, 또 1년이 지날수록 내가 많이 달라졌다. 초등학생에서 중학생이 되고, 고3이 되고. 군대 전역을 하고, 복학을 하더니 취업 준비를 하고 회사원이 되었다. 올 해가 가는 것을 아쉬워했던 것은, 그 자체로 아쉽다기 보단 또다시 새로워질 내년에 대한 내 자아의 암묵적 두려움이 만든 회피가 아니었을까 싶다.


지금 와서 보면 별 거 아니었다고 말하진 않겠다. 매 순간 나는 최선을 다해 긴장했고, 늘 최고의 선택을 하기 위해 고민하며 살았다. 결과가 최고가 아닐 수 있지만 그래도 후회는 하지 않는다. 지금 다시 돌아간다 해도, 나는 똑같이 두려워할 것 같다.


그 시절의 떨림을 이렇게나 길게 회고하는 건, 지금과 내일의 나에게는 어떤 새로움이 없어서 일지도. 올해와 내년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알아서, 나는 다음주가 새해라는 것에 무던하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이 지루하다거나 슬프다거나 하지는 않다. 나는 지금의 안정감이 무척이나 좋다. 오히려 평생 이랬으면 좋겠다 싶다. 그건 너무도 어려운 일이기에 지금 쉽게 일희일비하면 나만 지칠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그 소원을 쉬이 입 밖으로 내지 않고, 그저 오늘의 행복에 감사하고 딱 내일도 이만큼 행복하기를 매일 바라며 살고 있다. 그렇다 해도 2022년이 가는 것이 아쉽지 않다는 것을, 흘러가는 시간에게 말해본다. 내가 올해 받은 것이 너무 많아 이 시간을 결코 잊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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