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나의 로스쿨 생존기2
연재웹소설-1. 펌 (2)
<나의 로스쿨 생존기>
기신
1. 펌(FIRM) (2)
아, 맞아. 나도 '변호사'였지.
새삼 다시 깨닫게 해주시니 고마울 따름이군.
하지만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사람을 불러놓고 30분이 가깝도록 앉혀만 놓으면 안 되지 않을까?
나는 되도록 냉소가 되지 않기를 바라며 웃었다.
"그야 당연히 한국을 대표하는 대형 로펌인 '로펙(LawFac)'이 아니겠습니까."
로펙, 혹은 법률공장(Law Factory).
로펌은 원래 미국에서 '변호사들로 구성된 회사'를 가리키는 말로 한국법상 용어로는 '법무법인'을 뜻한다.
하지만 통상 한국에서는 변호사 업계에서 10위권 이상의 대형 법무법인을 가리키는 말로 쓰여지지.
로펙은 이름만큼이나 감정을 배제한 법률적 대응과 높은 승소율로 명성이 자자한 한국 최고의 로펌이다.
문자 그대로 차갑고 정확하며 철저한 전문가들이 모여있는 곳이지.
물론 동시에 각 분야의 '전관'들을 모셔오는 악명높은 곳이기도 하다.
가장 왼쪽에 있던 면접관이 어이없어 당장이라도 턱이 빠질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걸 알면서도 지금 그렇게 오만하게 말하고 있는 겁니까?"
"그걸 알기 때문에 저를 조금이라도 소개하고 싶은 겁니다. 운 좋게 서류가 통과되어 여기까지 왔는데 면접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나갈 수야 없는 노릇 아니겠습니까?"
"이봐요, 유지호 변호사. 법조계는 한 다리 건너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곳이에요. 지금 여기서 면접을 보는 게 법조인 인생의 끝이 아닙니다. 이런 식으로 면접을 보고 나중에 나가서 법조계에 어떤 소문이 퍼질지 생각 안 해봤어요?"
질문 한 번 했다가 법조계에서 매장당할 판이로군.
물론 당연히 여기 있는 변호사들이 그렇게까지 할 리는 없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어차피 면접을 보러 온 신입 변호사 한 명은 아무것도 아니고, 잠시 면접 때 있었던 헤프닝에 불과할 뿐이다.
단지 이 '펌'의 이름이 가진 무게에 대해 애송이에게 설교하고 싶을 뿐일 것이다.
하물며 눈앞의 애송이가 '정통' 코스를 밟지 않았다면 더욱 그렇겠지.
어쨌든 당황할 필요는 없지만, 한 발 물러설 필요는 있다.
"이 펌에서 일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지나쳤던 것 같습니다. 무례하게 느끼셨다면 사과드립니다. 다만 저를 기왕 여기까지 부르셨다면 서류만 보지 마시고 제대로 면접을 볼 기회를 주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왜 우리가 그렇게 해야 하죠?"
"그야 제 시간당 페이는 아직 1원도 없지만, 제 앞에 계신 변호사님들의 시간당 페이는 최소한 60만원일테니까요."
정곡을 찌른 듯 다섯 명의 면접관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순간 입을 다물었다.
한국 최고의 로펌답게 로펙의 변호사들은 의뢰를 받을 때 미국 로펌처럼 시간당 수당(pay)을 지급받는다.
보통 파트너급이 시간당 60만원 내외의 수당을 받는다고 예전에 들은 적이 있다.
이미 30분 가량 지났으니 1인당 30만원씩, 대략 150만원 가까이 나 때문에 낭비된 셈이지.
오른쪽에서 두 번째 자리에 앉은 면접관이 헛기침을 했다.
"으흠! 우리 법인의 새로운 소속 변호사를 뽑는 일인데, 어떻게 시간을 금전으로 환가할 수 있겠소. 오해가 지나치군. 그래도 벌써부터 수치에 밝은 걸 보니 역시 '로스쿨' 출신이라 '연수원'과는 다른 점이 있는 것 같소?"
로스쿨, 혹은 연수원과 다른 자.
30분 동안 앉혀놓기만 한 이유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어쩐지 심장을 찌르는 구석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
지금은 2010년대, 한국에서 법조인이 되는 길은 2가지가 있다.
작가의 말 : 요새 대형 로펌에서는 이렇게 사람 안 뽑아요. 신입 변호사로는 시보를 지낸 사법연수원생이나 법전원생을 주된 채용 대상으로 선발합니다. 물론 예외는 언제나 있습니다.
시간당 수당은 대형 펌은 비싸긴 비싸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