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은 이달보다 덜 아프기를

아픈 건 당연하지 않다는 마음으로

by 미미최

올해로 마흔셋이 되었다.


살면서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사실 중 하나는 마흔셋의 내가 살아온 모든 나이 중에서 가장 건강하다는 것이다. 당연히 나이 들수록 더 약해질 줄 알았고 아픈 곳이 늘어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일주일에 두 번씩 운동을 하고 매주 산에 가며 매일 아침밥과 한약을 챙겨 먹는다. 무엇보다 월경통이 전혀 없는 날을 살고 있다. 평생 진통제를 못 버릴 줄 알았는데.


진료하면서 가장 안타까울 때는 아픈 사람이 낫지 않을 때가 아니다. 뭘 해도 낫지 않던 사람이 몸이 조금 좋아지기 시작하면 뛸 듯이 기뻐하며 너무 빨리 만족할 때다. 한 번도 나아져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좋아졌다는 자체를 너무 신기해한다. 그리고 감사인사를 표하고 이 정도면 만족한다며 치료를 끝내려고 한다. 안돼!!


환자는 정말 좋아졌다고 하는데, 나는 그건 좋아진 것도 아니라며 싸운다. "아닙니다! 더 좋아질 수 있어요! 지금은 좋아진 것도 아닙니다!" 비용이나 시간, 끊임없이 내 몸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정성, 그 모든 것을 할애할 여유가 없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아예 기대 자체가 없었다. 체념하는 마음, 왜 모를까. 지금보다 덜 건강하고 더 많이 아팠던 어린 날의 나도 그랬으니.


치료의 의지를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을 치료할 방법은 없기에 내가 환자에게 가장 바라는 건 늘 단 하나, '다음번엔 이번보다 좀 덜 아프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길은 찾는 사람의 눈에만 보이게 마련이다.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종교가 없는 나 같은 사람도 담고 있는 이 경전의 문구처럼.




몸을 관찰하고 치료하는 일을 하면서 몇 가지 깨달은 것이 있다. 사람의 몸이 비슷하면서도 다르다는 것, 같은 증상이라도 원인은 제각각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비슷하게만 보아도 다르게만 보아도 문제를 해결하긴 어렵다는 것. 세상에는 월경을 겪는 여자들의 수만큼 다양한 월경의 모양이 있고 각자에게 맞는 치료도 다 다르지만 비슷한 부분을 찾아 유형을 파악하고 그 유형에서 벗어난 디테일을 추가하는 것은 진료의 기본이다.


이건 내가 한의사로서 하는 진료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나의 역할은 동네의원으로 표현되는 1차 의료기관이지만 우리 모두는 '나라는 단 하나의 VIP'를 모신 0차 의료기관이어야 한다. 이 단 한 명의 환자를 파악할 때에도 이 룰은 똑같이 적용된다. 한번 더 정리하자.


1) 공통점을 찾아 유형을 파악한다 2) 유형에서 벗어난 디테일을 추가한다.


우리는 VIP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고 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의 병력도 모두 파악하고 있다. 척하면 컨디션이 좋은지 나쁜지를 알아챌 세부 지표들을 수도 없이 가지고 있다. 의료적인 지식은 부족해도 우리 VIP의 상태가 '뭔가 이상한데' 하는 낌새는 기가 막히게 알아 챈다.


건강검진과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건강정보들은 1) 공통점을 찾아 유형을 파악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여기에서 끝나지 말고 2) 유형에서 벗어난 디테일들을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매일 이 과정을 반복하면 내 몸에 대해 상당히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병원에 가더라도 가지 않더라도 이 과정은 중요하다. 분명한 건 의사는(한의사도 마찬가지고) 사람의 몸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몰라도 나보다 내 몸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우리의 월경은 제각각의 모양을 하고 있지만 그 모두가 우리 각자에게는 '아주 보통의 월경'이다. 어마어마한 통증을 진통제를 쏟아부으며 견디고, 콸콸 넘쳐나는 출혈양도 그러려니 넘어가곤 하는 건 늘 그래왔기 때문일 것이다. 눈에 띈 무서운 병보다 눈에 띄지 않은 작은 증상이 때론 더 큰 문제를 일으킨다. 습관은 무섭고 미지근한 물속의 개구리는 자기가 익어가고 있는 것을 모른다.


나에게는 보통이지만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보통이 아닌 것을 확인하자. 내 생활에서 유난히 튀어나온 불편함을 습관처럼 감당하지 말자. 아픈 것을 느끼지 못하는 것에 만족하지 말자. 설사 그냥 익숙해진 방식으로 다루는 것이 새삼 문제를 삼아 들쑤시는 것보다 평화롭더라도.


그러니 우리 모두, 다음 달은 참지 말아요. 오늘은 아팠지만 내일은 좀 덜 아프기를 바라요.



(이미지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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