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력 위기의 시대,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법
이 책의 명성(?)은 <도파민네이션>과 함께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정작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한 건 누군가의 서재에서 슬쩍 집어들어 펼친 페이지에 인쇄된 한 문장 때문이었다. “나는 게이다.”
뻔하디 뻔한 디지털 시스템의 폐혜는 뇌과학적으로 어떤 근거를 갖고 있으며 우리의 노오력으로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를 담았을 것 같아서 슬쩍 제쳐놓은 책에서 본 문장이 나는 게이다 라니…
최근 자주 가기 시작한 지인이 운영하는 서촌의 작은책방 <책방 79-1>에 <갈대 속의 영원>을 사러 갔다가 다시 만난 이 책을 보고 이야기를 꺼냈을 때 책방 주인도 추천을 했고, 그래도 아직 사야할지는 망설여져 동네 도서관에 신청을 했다. 도파민네이션도 읽어볼까 했지만 이미 예약자까지 있는 인기도서. 그 책만큼 이 책도 인기가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약간의 분노와 서글픔이 느껴지는 장면. 하지만 뭐 익숙하다. 마음 가는 길은 죽 곧은 길이지만 그 곧은 길을 따른다는 건 생각보다 어려우니까.
이 책을 말해보자면 진하게 우려낸 사골국…음…너무 육식주의적인 발언이니까 고쳐보자면 갖은 채소를 때려넣어 우릴때까지 우려 진하게 살아난 국물맛이라고 할까? 저자가 기자라서 그런지 자신의 경험으로부터 출발해 방대한 취재를 바탕으로 집중력 약탈 산업 자체로 문제의식을 확장하며 긴장감있고 흥미있게 풀어내는 필력이 인상적이다.
여기저기서 주워들어 이미 알고 있을만한 이야기들도 많았지만 그것들을 어떻게 구성하느냐가 더 중요한지를 다시금 느끼게 해주는 책이었다. 오늘은 나를 사로잡은 ”나는 게이다.“ 문장이 나오는 챕터까지 읽었는데, 역사 속에서 페미니즘 투쟁, 성소수자 인권 투쟁이 작은 사람들로부터 시작해 결국 거대한 사람들의 편견과 시스템의 문제를 어떻게 뒤집었는지를 알려주는 내용이었다.
나도 요즘 유튜브를 줄이면서 크고 작게 집중력의 변화를 느끼고 있다. 우리의 주위를 빼앗는 건 비단 스마트폰과 인터넷만은 아니지만, 이 책의 부제처럼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목표에 ‘집중’한다면 우리 각자의 힘을 빼앗고 있는 도둑이 무엇인지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글을 정작 SNS에 쓰고 있군’ 이라고 조소하는 내 안의 군상들이 슬쩍 떠오르지만, 어차피 변화는 지금 처한 그 자리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 체제의 변혁과 소멸도 ’내파‘에서 이루어지며, 예수운동도 비루하고 보잘것없이 반복되던 일상의 자리에서 시작됐다.
여튼 이 책은 한 권 ’종이책으로‘ 모셔두고 집중력을 빼앗겼다 싶을 때마다 꺼내읽기로 했다. 당신에게도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