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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이상하고 아름다운 하나님 나라

<이상하고 아름다운 하나님 나라> EP, 엔틸드

by 엔틸드
오늘도 새로운 음악은 사람들을 향해 손을 내밀고, 귓가에 닿으려 달립니다. 하지만 모든 음악이 사람들의 선택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에 그 음악이 종교음악이라면, 개중에서도 뭔가 낯선 느낌이라면, 더더욱 들려지기 어려울 겁니다. 오늘은 한구석에서 그런 음악을 만들었다는 한 분을 찾아,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무제1.jpg 이 음악인의 작업실은 본인의 집이었습니다. 이번 앨범에 일렉기타가 많이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가성비를 추구하며 갖추어 놓은 홈레코딩 장비를 활용해 이번 앨범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인터뷰어 (이하 나) : 안녕하세요

엔틸드 (이하 엔) : 안녕하세요. 근데 제가 앨범을 만들었다는 건 어떻게 아시고 연ㄹ

나 : 본인이 연락하셨잖아요.

엔 : 아니 그러니까 어떻게 인터뷰를 수락하셨냐고요.

나 : 예? 뭔가 질문이랑 답변이랑 질문이 꼬인 것 같은데…

엔 : 인터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 : 먼저 자기소개 좀 부탁드립니다.

엔 : 안녕하세요, 이 글을 읽으실 여러분. 저는 이것저것 하면서 음악을 계속 이어가고 있는 엔틸드라고 합니다. 음악은 본격적으로 2013년에 시작했고요, 그 전에는

나 : 그 이야기는 차차 하도록 하죠. 이번 앨범이 기독교 종교 음악이라고 들었어요.

엔 : 하…….님 T세요? 예. 종교음악이고요, 아까 2013년부터 음악을 했다고 했는데 노래를 쓰기 시작한 건 2008년쯤이었거든요. 그땐 교회 열심히 다닐 때라 대부분 예배음악에 가까운 것들을 만들었고, 2013년쯤에는 공연도 하고 노래도 많이 만들었습니다. 그러다가 드문드문 만든 기독교 메시지가 담긴 노래들을 모아서 이번 앨범을 만들게 되었고요.

나 : 이전에는 어떤 활동을 하셨나요?

엔 : 저는 음악 전공자도 아니고, 사회학과 신학을 공부한 사람인데, 다행히 주변에 음악하는 분들이 있어서 같이 공연도 하고 밴드 아닌 밴드도 만들어 활동도 하다가 디지털 싱글 앨범도 냈고요, <첫번째 섬>이라고 EP 앨범도 냈는데 아직 세 번째 섬까지 남아있어서 앞으로 계획중입니다.

나 : 앞으로의 계획은 천천히 말씀하셔도 돼요. 인터뷰 해달라고 부르셔놓고 다른 일정이 있으신 건 아니죠?

엔 : 아니 님이 너무 T 같아서…

나 : MBTI가 무슨 상관인가요

엔 : 거봐요 T 맞네

나 : 자, 앨범 얘기로 돌아가서, 음악을 어떻게 시작하셨는지는 알겠고요, 앨범은 어떻게 기획하시게 된 건가요?

엔 : 사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음악을 그만할까 생각했었어요. 꼭 팬데믹때문만은 아니었지만 그 시기에 묘하게 삶의 의욕이 모두 사라져서 완전히 넉다운된 채로 곡도 안 쓰고 몇 년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좋은 사람들 덕에 생의 의지를 다시 붙들었는데, 시간이 조금 지나니까 예전에 써놨던 곡들이 눈에 밟히더라고요. 그래서 요즘 갖고 있는 삶의 지향이랄까 목적같은 것은 “언제 죽을지 아무도 모르는 이 삶에서 죽기 전에 뭐라도 내가 나임을 증명할 수 있을 만한 것을 남겨놓자”가 되었어요. 그러면서 돈도 없고 여건도 안 되는 지금 상황에서 내가 그나마 해볼 수 있는 작업이 뭐가 있을까? 하다가 이번 앨범을 기획하게 됐고요, 예전에 존경하는 외국 신학자의 자서전을 번역했었거든요. 출간이 되지는 않았지만 오로지 그 신학자에 대한 일종의 덕질로 아무도 시키지 않은 작업을 했던 건데 나도 뭔가 해볼 수 있다는 자신감같은 게 쌓이더라고요. 번역을 계속할 생각은 없지만 뭔가를 도전하고 계획하고 수행하는 삶의 연장에서 앨범 작업도 하게 됐습니다.

나 : 천천히 말씀하시죠. 다음 앨범을 랩으로 준비하시는 건 아니죠?

엔 : 또 얘기 끊으실까봐…

나 : 제가 확인해보니 2017년 아까 말씀하신 <첫번째 섬>이라는 작업물이 마지막이시던데, 근 8년만의 작업물이에요. 그런데 기독교 앨범으로 준비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완전히 개종하신 건가요?

엔 : 개종이요? 아니 저는 30년 가까이 기독교인인데….오히려 기존의 한국 개신교하고 많이 멀어진 상태고 교회도 좋아서라기보다는 책임감과 사람들때문에 나가는 게 더 크고요, 그래도 내가 기독교인이라는 정체성은 부정하지 못하겠더라고요. 다만 더 이상 기독교 음악을 만들거나 예배음악을 하고 싶은 생각은 당분간 없어서, 지금까지 만들었던 곡들 중에 추리고 추려서 지금 제 신앙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곡들만 작업을 했습니다. 물론 더 많은 곡을 작업할 역량이 없기도 했고요.

나 :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미리 들어봤을 때 그냥 혼자 작업하신 티가 많이 나더라고요. 조심스럽지만 데모 수준이랄까요? 의도하신 건가요 아니면 말씀하신 대로 역량의 부족일까요?

엔 : …이거 인터뷰 나갈 수 있는 거 맞죠? 매운맛이시네…근데 말씀하신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오롯이 제가 다 작업했고, 사실을 하면서 계속 온라인이나 책을 통해서 배우면서 했기 때문에 믹싱과 마스터링에 있어서는 습작이라고 봐야 맞고요, 그래서 국내 음원 사이트나 애플뮤직 같은 데서 정식 발매하지 않고 밴드캠프사운드클라우드 에만 공개했어요. 이번 앨범은 그냥 어떻게든 음악을 놓지 않겠다는 제 의지라고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나 : 본격적으로 앨범 이야기를 해 볼까요? 제목이 특이해요.

엔 : 뒤에 얘기하겠지만 제가 기존의 노래나 문구를 변형하는 걸 좋아해요. 제목은 옛날 동요의 가사가 인상적이어서 그걸 바꿔본 거고요, 인트로 트랙과 아웃트로 트랙에 멜로디와 함께 깔립니다.

나 : 이상하고 아름다운 도깨비 나라~ 맞나요?

엔 : 네 맞아요. 이상하고 아름답다는 표현이 모순적이어서 딱 꽂히더라고요. 이상하면서도 아름다운 게 뭐가 있을까… 제 신앙에서 보면 예수가 말했던 하나님 나라거든요. 하나님 나라를 누룩에 비유하는데, 누룩은 밀가루에 부으면 전체를 부풀게 해서 못 먹게 만들어요. 한 편으로 보면 뭔가 망치는 거지만, 한 편으로 보면 세상을 흔들고 기존의 질서에 저항하는 거죠. 그만큼 빠르게 퍼지고요.

나 : 나를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같은 건가요?

엔 : 비슷한 결이에요.

나 : 표절 아니죠?

엔 : …(저 무식한 T 존재를 죽여 살려 하는 표정이었습니다.)

나 : 그런데 굳이 그걸 이상하고 아름답다고 표현한 이유는 뭘까요?

엔 : 많은 사람들이 이상하다고 혐오하고 멀리하는 사람들을 아름답다고 알려주고, 그들과 함께하고, 그래서 세상을 조금이나마 더 아름답게 만드는 게 하나님 나라라고 생각하거든요.

나 : 깊은 뜻이 있었네요. 그러면 “이 땅 위에 임하시면 무엇이 될까”라는 가사도 그런 의미겠네요.

엔 : 그렇죠. 과연 하나님 나라가 펼쳐지면 어떻게 될지 생각했던 건데, 수록된 곡들이 그렇게 희망차지는 않거든요. 끽해야 “상상”과 “거룩함은”이 기존의 기독교 음악과 좀 비슷한 느낌인데, 그래서 이 앨범이 하나님 나라를 표현했다기보다는 하나님 나라의 다른 그림을 보여준다고 해야겠죠.

나 : 그게 그거 아닌가 싶긴 한데, 말씀하신 김에 곡들도 설명해주시면 좋겠어요. 인트로를 제외하면 첫곡인 “눈물로 여는 노래”부터 심상치가 않네요. 초장부터 눈물 파티인가요?

엔 : 개신교인들이 좋아하는 “아름다운 마음들이 모여서”라는 오래된 찬양이 있어요. 가사도 멜로디도 귀염뽀짝한데, 교회에서 부르는 노래가 맨날 밝은 거 아니면 죽여주시옵소서 식으로 양극단 밖에 없는 게 싫더라고요. 일반 교회에서 자신의 슬픔을 회개가 아닌 방식으로 표현하면 이상하게 보기도 하고요. 그런 정서가 싫어서, 신이고 뭐고 나 지금 너무 고통스럽고 슬프다 이런 정서를 말하지만 그걸 오열하듯이 말하지 않고 꾹꾹 눌러가면서 표현하고 싶었어요.

나 : 가사가 “무너지는 마음들이 모여서”로 시작하는 걸 보면 아까 그 찬양을 변형한 건가요?

엔 : 가사도 바꾸고 멜로디는 마이너 키로 아예 새로 썼고요. 윤동주 시인의 팔복이 생각나기도 했고, 오래된 기독민중가요인 “혀 잘린 하나님”이 생각나기도 했는데 그런 예술작품에 비하면 그냥 지향성만 가진 노래죠.

나 : 다음 곡이 장르로나 내용으로나 좀 튀어요. “일인시위”요?

엔 : 2012년 즈음이었나, 제주도 강정마을에 해군기지가 건설된다고 한창 투쟁하던 때가 있었는데, 아는 사람이 강남에서 일인 피켓 시위를 하자고 해서 따라갔었어요. 저도 거의 처음으로 얼떨결에 일인시위라는 걸 해봤는데, 그 사람 많은 강남 한복판에서 혼자 있으려니 사람들의 반응이나 제 내면의 느낌이나 정말 새로운 게 많더라고요. 그리고 문득 십자가에 달린 예수와 겹쳐보이는 거예요. 제가 예수라는 게 아니라… 예수가 자신의 몸으로 무언가를 알려줬듯이 지금 일인시위하는 사람들도 그런 예수와 같은 사람들이 아닐까…

나 : 사운드도 좀 독특한 느낌이 있어요.

엔 : 가장 공을 많이 들였지만 가장 실패한 편곡이라고 해야 할까요? 패드 사운드로 레이어를 많이 깔고 위에 록킹한 일렉기타를 얹었는데, 집에서 작업하다보니 보컬 녹음에도 한계가 있고 제 믹싱 마스터링 실력으로는 당장 사운드를 제 추구미까지 끌어올리기에는 무리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아쉽긴 하지만, 그냥 내기로 했습니다. 당장 현실이 변하지 않는데 묵혀만 뒀다가 후회했던 세월이 너무 길어서…

나 : 추구미가 뭔가요?

엔 : …추구미랑 도달미 몰라요?

나 : 아아, 대충 맥락은 알겠네요. 가사에서 “너무 늦기 전에”가 여러 번 반복되는 건 듣는 이를 향한 직접적인 호소라고 봐도 되나요?

엔 : 그런 셈이에요. 영상매체에서 갑자기 보는 이에게 말걸듯이 하는 거 별로 안좋아하는데, 그런 식 말고는 달리 표현할 방법을 못 찾겠더라고요.

나 : 첫 곡은 좀 우울했다가, 록킹한 사운드가 나왔다가, 또 다음 곡은 다시 텐션이 떨어지는데요, “길 위에 임하소서”네요.

엔 : 2013년도에 재능교육 해고노동자 복직투쟁에 함께할 때 서울시청 근처에서 기도회를 했었거든요. 한창 기도회를 하는데 광장에서 폭죽을 터뜨리는 바람에 우리 기도 소리가 하나도 안들리는데, 외침 하나로 저 소리를 제압하고 싶다는 분노와 울분이 샘솟더라고요. 뭔가 야생성? 야성 같은 게 생겼다고 할까, 그 느낌을 노래에 담아보자 해서 가사부터 멜로디를 만들기까지 5분 정도 걸렸던 것 같아요.

나 : 오, 말로만 듣던 그 천재 모먼트인가요?

엔 : 가사는 어떤 목사님이 사용하신 “쩔쩔매는 하나님”이라는 표현이 신을 인간적으로 묘사해서 마음에 들어서 간직해놓고 있었고, 야성을 폭발시키되 아무데나 하는 게 아니라 딱 정확한 지향을 갖고 하고 싶더라고요. 기독교 전통에 “키리에 엘레이손”이라는 문구가 있는데 “하나님 우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이런 뜻이거든요. 그게 우리 처지랑 겹치면서 “길 위에 임하소서”라는 가사와 발음이 비슷하더라고요. 그래서 둘을 같이 붙였고, 쩔쩔매는 하나님이라는 표현을 넣고, 멜로디는 그 당시 데미안 라이스의 Delicate 라는 노래를 기타로 치려다가 이 노래를 만들었던지라 리듬이 똑같아요. 우연찮게 Delicate에는 할렐루야라는 표현이 들어가요. 좋은 의미는 아니고요. (웃음)

나 : 야성이 들어있다기에는 곡이 되게 조용하던데요.

엔 : 야성을 표현하는 방법은 다양하겠죠. 다만 원래 거리에서 부를 때는 엄청 질러대는 곡이고요, 기타로 부릅니다. 밴드 세션을 갖춰서 불렀던 기억은 거의 없어서, 아마 거리에서만 들었던 분들은 좀 신선하실 거예요. 편곡의 전체적인 방향은 역시 데미안 라이스를 많이 참조했고요.

나 : 다음 곡 “상상”은 이 앨범 제목과 상통하는 느낌이네요. 부제가 Let Your Kingdome come 이에요.

엔 : 후렴 가사인데, 번역하면 “당신의 나라가 오게 하시며, 당신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예요. 한국 개신교인들에게는 “나라이 임하옵시며, 뜻이 하늘에서 이룬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리이다”가 더 익숙하겠네요. 이 노래도 2013년에 만들었는데, 하루 하루 자고 깨는 생활을 하는데 자기 전에 기도는 안해도 이런 저런 공상은 자주 하더라고요. 지금도 그런데, 저는 그런 공상이나 상상의 힘을 믿는 편이거든요. 내가 기독교인으로서 어떤 상상을 할까 생각하다가, 그 상상이 현실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쓴 곡입니다.

나 : 전체적으로 사운드가 안정적으로 들려요. 기타 리프도 좀 신기한 것 같고…

엔 : 사실 작업 초반에는 가장 걱정했던 곡인데 성서의 “먼저 된 사람이 나중 된다”는 구절처럼 제일 완성도 높게 만들어진 것 같아요. 기타 리프는 계속 고민하다가 인터넷 서치로 파워 코드 잡는 법을 보고 그냥 급하게 응용해본 건데 어쩌다보니 얻어 걸린 것 같아요. 이런 저런 레퍼런스를 찾다가 예전에 기독교 음악 한창 들을 때 “오디오 아드레날린”이라는 밴드의 “Get Down”이라는 곡을 좋아했던 기억이 나서 좀 참고했어요.

나 : 저는 다음 곡 “거룩함은”이 아웃트로인 줄 알았어요. 길이도 짧고 노래도 일반적인 기독교 음악 느낌이에요.

엔 : 사실상 아웃트로죠. 원래 교회에서 부를 땐 몇 번 더 반복하는데, 짧게 해서 나름 여운을 주고 싶었어요. 지금 다니는 교회에서 함께 불러볼만한 노래로 만들었는데, 한국 개신교가 자꾸 거룩함을 이상하게 신비화시키고 스테레오타입으로 만드는 게 싫었거든요. 성서에서 바울이 같이 울고 웃자고 했던 구절이 떠올라서 그걸 바탕으로 가사를 썼습니다.

나 : 말씀하신대로 누구든 쉽게 따라부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고보니 인트로와 아웃트로에 예배실황이랄까 그런 소리가 들어갔던데, 지금 다니시는 교회인가요?

엔 : 네 맞고요, 앨범 전체가 하나의 전례로 이어지는 느낌을 주고 싶어서 넣어 봤습니다. 앨범 전체적으로 제 한계 내에서 다양한 음악적 표현을 시도해봤는데, 역시 하다보니 어느 정도씩 타협하게 되더라고요. 이게 제 현재 역량이라고 받아들이고 앞으로 더 발전해야겠죠.




나 : 자연스럽게 앞으로의 계획을 이야기하면 될 것 같아요. 슬슬 지루해지던 참이라… 노래는 설명하는 게 아니라 들어야 맛 아니겠어요?

엔 : 킹받는데 맞말이라 반박불가네요. 가능하면 올해 안에 <두 번째 섬>과 <세 번째 섬>이라는 EP 앨범을 발매하고 싶어요. <첫번째 섬>처럼 대중에게 내놓을 생각이기 때문에, 전문가와 협력해서 좋은 퀄리티를 내고 싶습니다. 요즘 “판”의 중요성을 계속 느끼고 있어서 앞으로는 공연이라든지 앨범 발매 활동도 음악 판에 있는 사람들과 같이 하고 싶습니다. 이미 데모 성격으로 곡 작업은 어느 정도 해놓은 상태라서 제안은 수월할 것 같아요.

나 : 이번 기독교 앨범으로는 따로 활동 안하시나요?

엔 : 네.

나 : 전에 없이 단호하신데…이만 끝내자는 거지요? 마지막으로 이 인터뷰를 보실 분들께 한마디 하신다면요?

엔 : 예전에 어떤 기독교 행사에 공연을 하러 갔는데 질의응답 시간에 누군가 “기독교 음악인으로 계속 살아가려면 뭐가 제일 중요한가요?”라고 묻길래 “지속가능성이요.”라고 대답한 적이 있어요. 기독교 음악인이 아니더라도 예술인으로 살기 위해선 버틸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저도 다시 유급노동을 시작해야하는 상황이라, 솔직히 다음 앨범이 언제 나오게 될지 잘 모르겠네요. 내란으로 시절도 너무너무 수상해서 정신적으로도 버티기 쉽지 않은 상황인데, 맨 처음에 말씀드렸듯이 언제 죽을지 모르는 인생 속에서 나라는 사람이 살았다는 증명을 뭐라도 남기려고 음악 작업을 놓지 않고 있어요. 여러분에게도 각자의 삶의 이유나 의미가 있으실텐데, 끝까지 그걸 놓지 않는 것만으로 이미 훌륭한 저항이고 투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우리 함께 살아서 제 음악도 꾸준히 들어주시고 관심 가져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무제.jpg 인터뷰 후, 힘든 시기이지만 빛을 따라 나아가자는 메시지를 남기고 싶었다며 자신의 발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모든 예술인과 예술작품을 누리는 이들에게 빛의 축복이, 신의 가호가 있길


글 : 나, 사진 : 엔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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