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 되면, 나는 하루를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본다. 하루라는 개념은 사실 따지고보면 시간이 만들어 낸 잔상에 불과한 것일지도 모르는데, 끝나가는 하루가 못내 아쉬우면서도, 결국 자조만 하다 잠이 드는 꼴이 된다. 하루라는 아주 작은 일생의 단위를 마치 인생의 전부처럼 착각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한 달의 삶, 일 년치의 삶을 기록하고 또 평가하기 위해 가장 간단한 방법은 결국 하루라는 기준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생활계획표를 세워 구체적인 일상을 먼저 시뮬레이션하는 것은 내 형편상 바람직하진 않다. 그것이 하루보다 앞선 기준이 되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만일 하루를 정말 뜻깊게 보내야하는 시한부의 삶이라면 계획표가 궁극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만약 내 하루에 계획표가 개입되면, 그것은 결국 살아가는 것이 일 따위가 될 것이다. 하루를 잘 살아보는 것이 일이 되어선 안된다.
단지 나는 하루를 잘 보이도록 넓게 펼치고 싶은 것 뿐이다. 언젠가부터 잠에 들 때면 벌써부터 먼 미래를 걱정한다. 결혼은 언제하지? 하고나서부턴 어떻게하지? 어떻게 어떻게 잘 살아가게 된다면, 다음 위기는 어떤 게 있을까? 하는 것 따위에 밤 잠을 설치기 일수다. 그래서 한번 하루를 천천히 짚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앞으로 내게 어떤 하루가 있을까?
하루를 전개한 내 생각의 뿌리는 어디에 있었을까?
나는 그 사람을 어떤 이유로 시샘하고 질투해서 결국 싫어하게 됐을까?
하는 것들을 천천히 되돌아보고 또 기록해야겠다.
그렇게 꼼꼼하게 기록하다보면 내일을 기대하며 잠에 들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