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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무 Aug 24. 2020

당신의 ‘부캐’는 누구인가?


나도 ‘깡’에 빠져들었다. 잘 알지도 못했던 그 노래의 뮤직비디오를 보다가 자연스레 ‘비’의 옛 시절을 훑어 내렸다. 유튜브는 매번 손쉽게 마치 타임머신처럼 과거 여행을 떠나게 만든다. 뽀송뽀송하지만 눈빛이 살아있는 ‘나쁜 남자’, 유명 선글라스 브랜드의 상징 같던 ‘태양을 피하는 방법’,  슈트 입고 남성미 뿜뿜하는 ‘Rainism’, 급기야 무대에서 만화 아니고 옷을 찢어버린 ‘널 붙잡을 노래’, 진짜 태진아 코러스인 줄 알았던 ‘La Song’... 김태희에게 바치는 ‘최고의 선물’ 즈음해서는 그의 인기가 그러했듯 나도 별 기억이 안 난다. 10년 넘게 음반 장사를 해서 잘 안다, 그런 흐름. 화려한 조명을 휘감던 가수가 점차 달라지는 굴곡의 그래프를 이미 그리기도 전에, 감으로 먼저 알게 되니까.


급기야 새우깡을 먹으면서 MBC <놀면 뭐하니?>의 ‘싹쓰리’에 또 빠져든다. 여름이라서? 90년대 레트로가 반가워서? 너무 잘난, 뭘 해도 될 수밖에 없는 그들이라서? 글쎄, ‘다시 여기 바닷가’ 가사가 처음 공개되었을 때 나, 왜 울컥했던 거지? 효리가 그랬던 것처럼.


다시는 널 볼 순 없을 거라고 

추억일 뿐이라 

서랍 속에 꼭 넣어뒀는데

흐르는 시간 속에서 

너와 내 기억은 

점점 희미해져만 가

끝난 줄 알았어 


손편지를 쓰다 이메일로, 삐삐를 치다 효리가 광고하던 애니콜을, 그러다 지금의 모바일 세상까지. 카세트테이프와 CD에서 멜론으로, 또 더 다양한 플랫폼으로 옮겨지는 동안 우리 세대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모두 경험했다. 음악 시장이 변하는 걸 체감하면서 놀라웠던 것은 LP. 닫았던 공장 문도 다시 열고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LP 플레이어를 드디어 샀다며 신나 하는 20대 지인의 인스타그램을 보며 생각했다.

‘아, 세상은 정말 돌고 도는구나.’




끝난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다. 인생의 찬란한 순간을 떠나보냈다 싶던 세 사람은 ‘린다G, 비룡, 유두래곤’으로 새롭게 탄생한다. 다시 바닷가에서 맛깔난 매력을 뽐내는 그들을 보며, 꿈만 같던 나의 전성기 내 리즈 시절을 떠올려 본다. 이젠 지도 않는 빛바랜 인화 사진처럼 어디 있는지도 잊었는가? 그렇다면 고이 접은 고동색 필름은 어두고, 새롭게 우리도 ‘부캐’로 태어나자.



>> 부캐


본래 게임에서 사용되던 용어로, 온라인 게임에서 본래 사용하던 계정이나 캐릭터(본캐) 외에 새롭게 만든 부캐릭터를 줄여서 부르는 말이다. 이후 일상생활로 사용이 확대되면서 '평소의 나의 모습이 아닌 새로운 모습이나 캐릭터로 행동할 때'를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부캐를 만드는 이유를 백과사전이 3가지로 추가 설명한다.

-본래 캐릭터를 다 키우게 돼 즐길 콘텐츠가 부족해지거나

-새로운 캐릭터를 키움으로써 본캐릭터로는 해보지 못한 콘텐츠를 즐기고 싶거나

-본캐릭터로 더 이상 게임을 할 수 없는 등의 상황


젊고 순수했던 그 시절이 다 지나서, 이제 뭘 해도 시큰둥하거나 두려워서, 그냥 미친 듯 일하고 돈 벌어야 서, 난 어떻게 되든 부모로서 책임을 다해야 해서, 지금 이것도 저것도 자신 없다면...? 그럼 부캐를 만들어라. 지난 과거에도 오지 않은 미래에도 얽매이지 않을, 나의 현재를 명랑하게 살아낼 깨발랄 생생한 캐릭터. 주변에서 지랄발광한다 손가락질해도 싹 다 갈아엎어주자.


세상만사 어차피 파도처럼 흘러오며, 흘러간다. “덤벼라 바다야!” 외치는 부캐가 순간의 물결을 즐길 수 있다. 그저 좋아서 기꺼이 바람에 몸을 맡기는 부캐를 그대로 서핑하게 내버려 두라.   

바로 지금, 바다 위 당신의 부캐는 누구인가? 무엇을 간절히 원하는가?

나는 그 부캐의 멋들어진 이름까지도, 몹시 궁금하다.   


(사진 출처 : '다시 여기 바닷가' MV)






*매거진 [ 쑥떡을 씹으며 ]

 쑤욱 떠오른 기억 -> 쑤-욱 떠—억 -> 쑥떡

쫄깃 오묘한 ‘쑥떡’의 식감과 향내 같은 일상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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