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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환 Apr 25. 2017

나 중국인 아니야! 그럼 뭐냐고?

보통 사람의 아프리카 여행법 - Gondar, Ethiopia

*커버사진: www.diplomaticourier.com/the-long-term-dangers-of-chinese-investment-in-africa


 다른 자리보단 좀 낫지 않을까 싶어 승합차의 맨 뒷자리를 냉큼 차지했다. 처음엔 편했는데 앞사람이 의자를 뒤로 젖힌 이후로는 무릎이 앞좌석에 딱 붙은 채로 꼼짝없이 있어야 했다. 불편함을 잊기 위해 억지로 잠을 청해가며 3시간을 참아 곤다르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열 명도 넘는 호객꾼들이 무서울 정도로 달려든다. 호텔이 필요하냐, 좋은 식당을 소개시켜 주겠다, 택시를 타라. 정신을 못 차리는 와중에 한 남자가 승합차 위에 실렸던 우리 짐을 내리더니 호객꾼들 사이를 뚫고 다가와 대뜸 화를 내면서 수고비를 달라고 한다. 최소한의 예의라도 지켜줬으면 줄 수도 있었을 텐데 어깨를 밀치며 반협박을 하니 줄래야 줄 수가 없다. Tourism Center에 들어가서야 겨우 떼놓을 수 있었다.


이튿날, 파슬 게비 궁전에 잠시 들렀다. 졸업식을 마치고 온 듯 한 학생.


 곤다르는 바흐다르보다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대표 유적지인 ‘파실 게비 궁전’이 주는 옛 도시의 정취뿐 아니라 사람들의 차림새와 거리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도 휴양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런데 곤다르에 오고 나서부터 붙은 감기 기운은 좀처럼 떨어질 줄을 몰랐다. 말라리아 초기 증상이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는 불안해졌다. 한국에서 일주일에 한 번 먹는 말라리아 약을 가져오긴 했는데 부작용이 심하다는 말을 하도 많이 들은 데다가 에티오피아에서 만난 한국 사람들 중 아무도 약을 복용하는 사람이 없어서 나도 처음부터 먹지 않았던 터였다. 온몸에 모기 물린 자국이 있는지 찾아보기도 하며 불안에 떨다가 종합 감기약을 먹고 잠이 들었다.

 결과적으로 곤다르에서는 감기 때문에 줄곧 호텔에만 머물러서 제대로 본 게 거의 없었다. 방에서 콧물이나 닦다가 이틀을 그냥 보내버렸다. 다행인 건 이 날 이후로 여행하는 6개월 내내 감기 한번 걸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디스아바바로 돌아가는 날. 곤다르 공항은 바흐다르 공항보단 그나마 뭔가 갖춰져 있었다. 심지어 기념품 가게도 있었다! 예정시각보다 훨씬 일찍 보딩을 시작하더니 사람이 대충 다 탄 것 같으니 비행기 문을 닫는다. 승객이 다 탔는지 제대로 확인은 한 걸까. 아무튼 비행기는 한 시간이나 일찍 이륙했다.




"헤이~차이나~"

“니하오”

“칭쳉총”


 저런 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아디스아바바에 돌아온 게 실감이 난다. 바흐다르와 곤다르에서도 그랬지만 아디스아바바는 유난히 동양인을 보면 조롱하는 문화가 잘 정착(?) 되어있는 곳이다. 길거리를 걷다 보면 최소 5분에 한 번꼴은 저런 소리가 들릴 정도니까. 저 정돈 애교 수준이고 다짜고짜 내 면전에 대고 ‘후진타오’라는 사람도 있고(도대체 언제 적 후진타오냐),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이며 옛 중국 무사 흉내를 내는 사람도 있다. 처음엔 이것도 다 관심이려니 하고 씩 웃어주거나 손을 흔들곤 했는데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나중엔 귀찮아져서 바로 옆에서 떠들어도 쳐다도 안 보게 됐다. 

 

 현지에 오래 계신 분들의 말을 들어보니 최근 몇 년간 중국인 노동자들이 엄청 많이 들어왔다고 한다. 중국 기업이 아프리카에 진출하면서 현지인을 고용하는 대신 자국 노동자들을 아프리카에 데려오기 때문이다. 이를 달가워할 리 없는 에티오피아인들에게 중국인들은 길을 가다가도 조롱과 희롱의 대상이 되는 것이고 우리 같은 한국인은 거기에 덤으로 함께 피해를 보는 것이었다. 

 

 그래도 5분마다 기분 나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나는 생각을 좀 바꿔보기로 했다. 

 ‘차이나’라고 하면 ‘코리아’라고 받아치는 것이다. 여기서 한국이란 나라는 혈맹국가라는 혹은 선진국이라는 인식이 있어서 사람들은 내가 ‘코리아’라고 하면 ‘오호’ 이러면서 고개를 끄덕이거나 엄지손가락을 추켜올리곤 한다. 그런데 한 번은 내가 ‘코리아’ 하니까 콧방귀를 뀌며 ‘차이나, 재팬, 코리아 Same’이러는 녀석이 있어서 홧김에 나도 ‘우간다, 소말리아, 에티오피아 Same’이라고 쏘아붙인 적도 있다. 

 그것도 귀찮으면 아예 중국인 흉내를 내 버리는 방법도 있다. 한 번은 내 앞에서 중국 무사 혹은 무술인 흉내를 내는 사람이 있길래 나도 마주 보고 이소룡 흉내를 냈다. 그랬더니 주변에 있는 사람들까지 같이 박수를 치며 웃는다. 민망하게 하려고 한 행동인데 역효과가 나니 미칠 노릇이었다. 코를 훔치고 몇 번 발차기를 주고받다가 창피해서 얼른 자리를 피했다. 

 

 비단 아프리카를 여행할 때뿐 아니라 전 세계 어딜 가든지 친절하게 어디서 왔냐고 묻는 사람들의 패턴은 거의 똑같다. 중국? 일본? 그것도 아니면? 


그때마다 응수하는 나의 답변도 항상 똑같았다.


나 중국인 아니야!

일본인도 아니야!

그럼 뭐냐고? 

한국! 꼬레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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