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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재 May 08. 2024

엄마의 발톱

 엄마의 자식 사랑

마늘을 볼 때마다 늘 돌아가신 우리 엄마의 발톱이 생각난다.

살아생전 우리 엄마의 발톱은 마치 마늘의 꼭지 모양처럼 거칠고 들쑥날쑥했다.

켜켜이 쌓인 고된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발톱에 아로새겨져 있는 것 같았다.

손톱깎기로도 깎을 수 없을 정도로 두꺼워진 발톱을 깎기 위해 엄마는 커다란 재봉용 가위를 늘 꺼내 들었다.

그리고 발톱을 잘 깎기 위해 먼저 뜨거운 물에 발톱을 불렸다.

퉁퉁 불은 발가락이 신호를 보내면 커다란 가위를 들고 발톱을 톱질하듯이 깎으셨다.

어떤 날은 잘못 깎아 발톱에서 피가 날 때도 있었다.

그때는 엄마의 이상한 발톱이 무좀 때문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인터넷 같은 것이 거의 없던 시절이라 병원에 가지 않고는 알 길이 없었다.


그때 왜 병원에 모시고 가지 않았을까?

아니 병원에 모시고 갈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까?


그냥 우리 엄마의 발톱은 그렇게 생겼거니 하면서 스스로 ‘엄마의 발톱’이라고 명명 지었던 것 아닐까

ㅠㅠㅠ…

뒤늦게 엄마의 발톱이 무좀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치료를 해 보았지만 그때는 이미 많이 늦은 상태라 회복이 되질 않았다.


얼마나 속상하셨을까?

참, 무심한 딸이었다.


동트기 전, 리어카 가득 파를 싣고는 아현동 고개를 넘으시던 우리 엄마.

연희동에서부터 아현동 시장까지 깜깜한 새벽길을 가르며 우리 4남매 생각에 힘든 줄도 모르고 걷고 걷고 또 걸으셨겠지…

신발 안에서 발이 부르트는지 발톱에 무좀이 생기는지도 모르고 그 무거운 리어카를 끌고

다니셨겠지…


마늘을 볼 때마다 고생하셨을 우리 엄마 생각에 가슴이 미여온다.









* 5월 16일.. 우리 엄마(친정 엄니)88세.

이 세상 소풍을 마치고 영원한 집, 하늘나라로 가신 날입니다.

보고픈 엄마를 생각하며 5월 17일까지 엄마와의 추억을 그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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