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숙재 May 09. 2024

엄마의 손

  엄마의 자식 사랑

지금의 내 나이쯤 되었을 때, 엄마는 평범한 가정 주부로서의 삶을 살게 되었다.

그동안에는 생계를 책임지시느라 삯바느질부터, 파 장사, 식당의 찬모 등… 돈 되는 일이라면 모든

마다하지 않고 다 하셨다.

그동안 누리지 못한 평범한 주부의 삶에 엄마는 무척이나 행복해하시는 것 같아 보였다.

특히 음식을 아주 잘하셨고, 재미있어하셨다.

덕분에 우리 가족은 맛있는 것들을 많이 먹을 수 있어 좋았다.

밖에 나갔다 집에 돌아오면 구수한 된장국에 조기 구이, 오이 무침, 어묵 볶음 등 식탁 가득히 맛있는 음식들로 가득했다. 나는 맛있게만 먹어주면 내 할 일 다한 것 같았고, 엄마는 그걸로 만족해하시며 행복해하시는 듯했다(요즘 나와 딸의 사이처럼. 엄마가 되어보니 맛있게만 먹어줘도 기분이 엄청 좋다. 행복하다 ㅎ).


우리 엄마는 손으로 하는 일은 모든 다 잘하셨다.


손바느질, 뜨개질, 요리 등… 나중에 아주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우리 엄마는 그림도 아주 잘 그리셨다. 그렇게 재주가 많으신 분이 먹고사는데 너무 힘들어 본인의 달란트를 발휘하기는커녕 발견조차 하지 못하셨던 것 같다.


결혼 전, 친정아버지, 친정 엄마, 친정 외할머니, 나, 4명이 함께 살 때였다.

전날 허리를 삐끗해서 잘 걷지 못하던 엄마가 아침에 나가는 내게 “몇 시에 오냐?”라고 물으셨다.

나는 “아마도 오후 5시쯤이면 올 거야!”라고 대답을 했다.

그런데 밖에서 있다 보니 그만 5시를 훌쩍 넘기고야 말았다.

‘어! 큰일 났다!’

전에 내가 약속한 시간보다 늦게 들어가는 바람에 아버지와 외할머니까지 엄마에게 들볶이느라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터라 최대한도로 빨리 귀가를 해야 했다(늦은 것은 나인데 화가 난 엄마는 괜히 옆에 있던 아버지와 외할머니한테 화풀이를 하신 듯하다).


그런데……

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달려가고 있는데 저 멀리서 우리 엄마가 마치 거북이처럼 네 발로 엉금엉금 걸어오는 것이 아닌가!

‘어, 뭐지???’

얼른 달려가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허리도 아픈데… 왜 나왔어?”

“너 오나, 보러 나왔지!”

“엄마! 어련히 알아서 올까 봐!”

순간 화가 나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는 내게 엄마는 씨익 웃으며 말씀하셨다.

“5시에 온다던 애가 1시간이 넘도록 안 오니 걱정돼서 그랬지!”

“아이코! 엄마~ 빨리 들어가요.”

“그래, 들어가자!”


그 길로 나는 서서, 우리 엄마는 내 옆에서 네 발로 엉금엉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미안하기도 하고, 걱정스럽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하고, 숨 막히기도 하고……


집에 들어와 엄마의 손바닥을 보는 순간 또 화가 났다.

“엄마! 손바닥이 다 긁혀서 피가 날 지경이야!”

“괜찮아… 얘, 우리 밥 먹자!”

“엄마! 일단 씻고 약부터 바르자!”

“괜찮아~~~”

“엄마! 뭐가 괜찮아!!!”

엄마 손바닥에 약을 바르는 동안 나는 화가 나서 머리 뚜껑이 열렸다 닫혔다 하는데, 우리 엄마는 마냥 행복해 보였다.

“참, 괜찮테도, 얘는……”

괜찮긴 뭐가 괜찮았을까?

분명 괜찮지 않았을 텐데 딸한테 또 한 소리 들을까 봐 아픈 내색도 하지 못하던 우리 엄마.

허리도 아플 텐데 늦게 들어온 딸을 위해 생선 살을 발려 밥숟가락에 얹어 주시던 우리 엄마.

참, 유별나다, 유별나!

그래도 무지무지 고맙다!!!




우리 엄마는 손으로 하는 일은 모든 다 잘하셨다.

손바느질, 뜨개질, 요리, 그림 그리기……

손바닥으로 걷는 것도ㅠㅠㅠ.

참, 못 말린다, 못 말려!

그래도 무지무지 고맙다!!!






* 5월 16일.. 우리 엄마(친정 엄니)88세.

이 세상 소풍을 마치고 영원한 집, 하늘나라로 가신 날입니다.

보고픈 엄마를 생각하며 5월 17일까지 엄마와의 추억을 그릴 예정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엄마의 발톱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