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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재 Jul 02. 2024

비 오는 날에는

수제비, 해물전이 딱이지!

뚜두둑 뚜두둑......


장마가 시작되었다.

하루종일 비가 주룩주룩 계속 내리고 있다.

비 오는 날에는 <수제비>와 <해물전>이 딱이다!


오늘 저녁 메뉴는 물으나마나 <수제비>에 <해물전>이 당첨되었다.


힘 좋은 남편에게 수제비 반죽을 부탁하고 나는 <수제비>와 <해물전>에 들어갈 재료들을 부지런히 손질하여 뚝딱 한 상을 차려냈다. 언제나 마찬가지지만 남편은 <수제비>에 <해물전>을 해 주면 “와아~ 좋다!”하면서 아주 행복하게 먹는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나 또한 행복해서 좋다.


연애 시절 남편은 사업이 쫄딱 망해 소위 말하는 알거지였다. 부랴부랴 사업을 접고 직장에 다니던 시절, 가난한 애인은 사랑하는 애인에게 거의 매번 <수제비>나 <칼국수>를 사 주었다. 물론 나도 좋아하는 음식들이라 다행이었지만, 가난한 애인을 둔 관계로 그것도 감사함으로 얻어먹었다. 내가 사려고 할 때도 남편은 늘 한결같이 <수제비>나 <칼국수>였다.

가난해서 그럴 수도 있었겠지만, 시댁 식구들이 <수제비>나 <칼국수>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로는 취향일 거라는 생각이 더 들었다. 지금도 <수제비>나 <칼국수>는 마다하지 않고 언제나 잘 먹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비 오는 날에는 왜 <수제비>와 <해물전> 같은 전이 땡길까?


언젠가 영상 매체에서 뚜두둑 뚜두둑 떨어지는 빗소리가 <전> 종류를 기름에 지질 때의 소리와 비슷하기 때문에 비 오는 날 <전> 종류가 땡긴다고 들은 적이 있다. 일리가 있는 것 같다.

비 오는 소리와 같은가요?


그렇다면 수제비는 왜 땡길까?


우리 남편은 괜찮게 살았을 때나 가난하게 살았을 때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쾌청한 날이나 아무 날이나 할 것 없이 늘 <수제비>를 즐겨 먹지만, 우리 남편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나를 포함해서)은 왜 비 오는 날 <수제비>를 먹고 싶어 하는 것일까?


궁금하면 인터넷에게 물어본다.


과학적으로 봤을 때, 비 오는 날처럼 일조량이 줄어들면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줄어든다고 한다. 그런데, 밀가루에 이 ‘세로토닌’이 많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밀가루 음식을 많이 찾는 이유 중에 하나라고 한다. 따라서 비가 와서 우울해지기 쉬운 날에는 행복 호르몬이 많이 들어 있는 밀가루 음식을 먹는다면 잠시 우울한 감정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고 한다.


아, 그렇구나!

그래서 옛날 어르신들이 비 오는 날에는 밀가루 음식들을 많이 해 드셨구나!

늘 생각해 오던 일이지만, 옛날 어르신들의 지혜는 감히 따라갈 수 없을 정도인 것 같다.


사실 나는 비 오는 날을 무지 좋아한다.

살아 있는 것들이 모두 차분해지고 경건해지기까지 하는 것 같아 좋다.

거기에 좋은 음악에 따뜻한 차 한잔이면 금상첨화!


우울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비가 오니 대세에 맞춰,

<수제비>와 <해물전>을 할 수밖에 ㅋ.




<수제비> 만들기


<수제비>를 맛있게 하기 위한 재료들


재료는 자유대로 마음껏~~~


* 멸치 육수 내기

멸치 큰 것 10마리, 다시마 반 장, 양파 1개, 생수, 국간장 2 밥숟가락


* 수제비 반죽

밀가루(중력분) 종이컵 3컵, 달걀 1개(없으면 생략해도 무관), 생수 종이컵 3/4 컵, 비닐


* 고명

감자 2개, 애호박 1/3개, 당근 1/5개, 양파 1/4개, 바지락살, 마늘 빻은 것 1/2 밥숟가락, 대파 1/2개


- 육수 만들기


모든 음식이 대부분 그렇지만 특히 <수제비>나 <칼국수>에는 육수가 맛의 좌우를 가늠한다고 해도 무리가 아닐 정도로 육수 내기는 엄청 중요하다. 육수만 잘 내도 음식의 반 이상을 다 한 거나 다름없다. 거기에 맛있는 국간장만 있다면 <수제비>의 맛은 보나 마나다.


1. 멸치 내장을 제거한 뒤 예열된 냄비에 멸치를 넣고 덖어낸다.

‘덖는다’는 말은 물이나 기름 등의 어떤 것도 넣지 않고 마른 상태로 볶는 것을 말한다. 이 과정을 거치면 눅눅하던 멸치가 보송보송해지면서 국물이 훨씬 구수하고 진해지기 때문에 귀찮더라도 반드시 거쳐야 할 작업이다(늘 말하지만 음식은 정성에 따라 맛의 차이가 엄청나게 많이 난다는 사실 잊지 마세요ㅎ. 맛을 포기할 것이냐 귀찮음을 포기할 것이냐는 각 자의 가치관(?)에 따라 맞춰하세요~).


2. 다시마를 흐르는 물에 씻어 1의 냄비에 넣고, 양파 1개도 듬성듬성 썰어 넣는다.


3. 2에 생수를 냄비의 3/4 가량 붓고 강 불에서 끓을 때까지 끓인다.


4. 물이 끓으면 중간 불로 옮긴 뒤, 약 10분 정도 더 끓인다.


5. 4 중에서 다시마를 건져낸다.

다시마는 오래 끓이면 끈적끈적한 진이 나와 육수가 탁해지고 떫은맛이 날 수도 있기 때문에 끓은 뒤 10분 정도 뒤에 건져내야 한다. 건져낸 다시마는 버리지 말고 착착착 채를 썰어 고명으로 이용해도 좋다.


6. 양파가 투명해지면 멸치와 양파를 건져낸다.

멸치와 양파는 재활용을 해본 적이 없어 자신은 없는데… 요리는 창의적이기 때문에 용기 내어 한 번 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다.


-수제비 반죽


1. 커다란 볼에 밀가루와 달걀을 넣고 잘 섞는다.


2. 1에 생수를 부어가며 반죽을 한다.

물의 양은 수제비 반죽이 손에 쩍쩍 달라붙지 않고 부드러운 덩어리가 될 때까지 조절해서 넣으면 된다.


3. 2의 밀가루 반죽을 빨래하듯이 치대며 반죽이 부드러워질 때까지 반죽한다.


4. 3에 기포가 생기지 않을 때까지 반죽해 놓은 반죽을 비닐에 넣어 30분 정도 냉장고에서 숙성시킨다.

이 과정 또한 가능하면 지키는 것이 좋다. 수제비를 떠 넣었을 때 수제비의 식감이 훨씬 더 부드럽기 때문이다. 마치 아기의 속살처럼 ㅎ.

빨래하듯이 벅벅...


- 고명으로 쓰일 재료들을 손질하자!


1. 감자는 반달 모양으로 잘라 찬물에 담가둔다.

감자 안의 전분을 제거하기 위한 작업으로 맑은 <수제비>를 만들기 위함이다.


2. 당근은 굵은 채로 썬다.

사실, 음식에 들어가는 재료는 가능하면 같은 모양, 같은 크기로 하는 것이 보기에 좋아 보이지만, 당근을 감자만큼 크게 썰면 씹을 때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에 감자보다는 작은 크기의 굵은 채로 썰어주는 것이 좋다.


3. 애호박도 감자처럼 반달 모양으로 썬다.


4. 양파도 굵게 썬다.


본격적으로, <수제비 만들기>


1. 만들어 놓은 육수에 반달 모양으로 썬 감자를 넣고 먼저 끓인다.


2. 감자가 반 정도 익었을 무렵(감자의 끝이 약간 투명해질 때), 당근을 넣는다.


3. 중간 불로 옮긴 뒤에 수제비 반죽을 두 손을 이용해서 떠 넣는다.


4. 수제비 반죽을 떠 넣는 중간중간에 안의 내용물이 잘 섞이도록 휘휘 저어준다.


5. 국간장으로 간을 맞춘다.

육수가 뜨거울 때 간을 맞출 때는 약간 싱거운 듯 간을 맞춰야 식었을 때 간이 딱 맞는다.


6. 빻은 마늘을 넣는다.


7. 수제비 반죽을 다 떠 넣은 뒤에 양파, 바지락살, 애호박 순으로 넣어 수제비 반죽이 다 익을 때까지 끓인다.


8. 넓은 대접에 <수제비>를 담은 뒤, 어슷 썬 대파를 고명으로 장식한다.




남편은 맑은 <감자 수제비>,

나는 들깨 가루를 잔뜩 넣은 <들깨 수제비>,

거기에 <해물전>까지

한 그릇씩 뚝딱 해치웠다!


비 오는 날,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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