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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타이거 Aug 16. 2023

40대 중반, 다시 대학생이 되다.

대체 무엇 때문일까.

자꾸만 뒤늦게 공부를 한다.

그렇다고 엄청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닌다.

호기심과 욕심이라고 하기엔 왠지 설명이 부족해 보인다.


정확히 20년 전에 남들처럼 대학을 졸업했다.

그리고 10년 전에 회사를 다니면서 대학원에 입학했다.

여전히 회사원인 올해 또다시 대학생이 되었다.


내가 이토록 공부에 집착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여러 가지 복합적인 원인이 있겠지만 대략 이런 이유인 것 같다.


첫째, 정작 학교 다닐 때는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다는 게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

사회에 나와보니 똑똑한 사람들이 참 많다.

학교에서 공부한 걸 사회 나가서 과연 써먹을 일이 있을까란 의문을 핑계 삼아 공부를 안 했다.

그런데 사회생활을 해보니 학교 공부도 꽤 중요했고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이란 생각이 든다.

학창 시절에 공부를 열심히 안 했다는 죄책감과 부족함을 만회하기 위한 몸부림인지 모르겠다.


둘째, 나이가 들수록 하고 싶은 일들이 더 명확하게 다가온다.

젊을 때는 몰랐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그래서 목적 없이 방황하고 허투루 보낸 시간들이 아깝고 후회가 된다.

오히려 직장을 다니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더 잘 알게 되었다.

이젠 돈이 있으니 배우고 싶은 게 있다면 예전처럼 망설일 필요도 없다.


셋째, 배우고 성장하는 일이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게 되었다.

젊음은 그 자체로 빛이 나고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존재다.

하지만 조금만 나이가 들면 그 실체가 드러난다.

배우기 위해 애쓰지 않는다면 점점 빛을 잃고 속 빈 강정이 될 뿐이다.

내가 얼마나 부족하고 보잘것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 온다.

날마다 배우고 성장한다는 건 나를 증명하는 것이고 아직 꿈을 꿀 수 있는 자격이 있다는 것이니까.




진로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남들 따라 전자공학과에 진학했다.

회사에서 맡은 새로운 업무에 관심이 생겨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했다.

그리고 내 삶의 풍성함과 인생 2막을 위해 영어영문학과에 지원했다.


배움은 즐거운 일이지만 적지 않은 고통을 동반한다.  

학위를 취득하는 것도 탐나고, 영어를 잘하는 것도 있어 보이는 일이지만 무엇보다 배움의 과정을 즐겼으면 좋겠다. 영어에 자신은 없지만 학사가 있어 한국방송통신대학교 3학년에 편입할 수 있었다.


사실 그동안 영어공부에 투자한 비용을 계산하면 방통대 학비는 저렴한 편이다.

x스쿨, 스피x맥스, x픽, 벼x영어 등 많은 영어교육 마케팅의 희생양이 되어왔다.

공부방법에 문제가 있는 콘텐츠는 단 하나도 없었다. 그저 꾸준하게 끝까지 제대로 공부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 전공 공부를 열심히만 하면 영어를 잘할 수 있을 것이라 속는 셈 치고 또 믿어본다.


그동안은 영어를 잘해야겠다는 목표만 보고 쉽게 도전하고 쉽게 실패했다.

하루하루 그 꾸준함의 힘을 믿지 못했다.

아무리 온라인 수업이라지만 회사를 다니면서 강의를 듣고 과제를 내고 시험을 본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하지만 최선을 다한다면 그 과정은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비록 기대만큼의 결과가 아닐지라도 말이다.




오늘은 2학기 개강일이다.

새로운 시작은 늘 설렌다.

반면 잘 해낼 수 있을까란 두려움도 항상 따른다.

하지만 배움엔 실패가 없다.

실패를 통해 또한 배우고 성장한다고 믿는다.

돈은 좀 아까울 수 있겠지만.


그래서 오늘도 난 즐거운 도전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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