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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타이거 Feb 18. 2024

재테크를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나에게 투자하는 것 외에는

주변 사람들을 보면 참 쉽게 돈을 버는 것 같다.

특별한 노하우가 있어 보이지도 않는다.

누구나 알만한 주식을 사고팔면서 수익을 잘도 남긴다.

물론 투자금이 수억을 넘는 경우는 흔치 않은 일이라 수익이라고 해봐야 월 기준으로 따지면 몇십만원 수준이 대부분이다.

사실 누구나 알고 있는 국내외 우량주들은 장기적으로 우상향 중이다. 단기간엔 떨어져서 손해를 보기도 하지만 10년만 묵혀두었다면 최소 2배에서 10배가 넘게 오른 것으로 데이터가 증명해 준다.

누구나 그 사실을 알지만 대부분은 그렇게 하지 못한다. 돈에 매여있으니 일희일비하지 않고 장투 하기가 어렵고 투자금이 적다 보니 오래 묵혀도 수익금이 엄청나게 늘어나기는 힘들다. 


같은 부서였던 후배도 주식으로 경제적 자유를 꿈꿨다. 수억의 자금을 주식으로 굴리며 월 300만원 정도의 배당금 수익이라는 목표가 거의 완성되고 있을 때쯤 과감히 퇴직을 선언했다.

하지만 기다렸다는 듯 경기침체가 시작되면서 주식 시장도 하락세가 이어졌다.

6개월 정도 지나서 다시 구직활동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2년이 넘어 최근 들은 얘기로는 취업을 거의 포기하고 소비를 줄이면서 최대한 편안하게 지내려 한다고 했다.

주식이 이토록 어렵다. 그렇게 어려운 걸 남들 다한다는 이유로 그저 따라 해서는 당연히 성공할 수 없다.




몇 년 전 자녀들 용돈으로 주식을 사주는 것이 열풍처럼 유행했던 적이 있다.

남들 다하는 건 꼭 해보는 스타일이라 휴가를 내서 아이들 주식 계좌를 개설하고 그동안 아이들이 각자 모아놓은 돈을 싹 털어서 이것저것 이름 있는 주식들로 나름 고르게 매수했다.

몇 년이 지난 지금 수익률은 -20%.


몇 년 전 회사 동료의 권유로 그동안 꾸준히 부어오던 은행 연금계좌를 증권사 계좌로 옮겨 해외펀드에 투자했다. 중국펀드가 급락하면서 현재 수익률은 -60%.


몇 년 전 아파트 청약 때 실수로 기회를 놓쳐 할 수 없이 후순위 아파트에 입주하게 되었다. 원래 신청하려던 아파트는 우리 아파트보다 현재 1.5억 정도 시세가 높다.


손을 대는 족족 마이너스다.

사실 나는 재테크에 관심이 없다. 돈을 많이 벌고 싶은 마음이야 누군들 없겠냐만 단지 그뿐이다. 

옛날 사람이라 그런가 하루하루 땀 흘려 일하는 노동수입 외엔 마음이 잘 가질 않는다.

그저 바로 옆에서 쉽게 돈 버는 소리에 마음이 흔들리고 귀가 커질 뿐이다.

아이들을 키우고 노후를 대비하고 부모님을 모셔야 한다는 책임감과 부담감이 맞물려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에 종종 넘어가고 만다.

 



아파트를 볼 때마다 괴롭고 주식계좌를 열 때마다 마음이 힘들었다.

주말에 우연히 책을 읽다가 그간의 과오에 대해 반성하게 되었다.

몇 가지 기억에 남는 글을 정리해 보면,

1. 조금만 해서 되는 일은 이 세상에 없다. 시간 투자를 충분히 할 수 없는 일들은 버리자.

2. 원금을 회복하려 애써서는 안 된다. 지금 내가 처해있는 이 모습, 이 금액이 원금이다.

3. 남의 것에는 내 것이 없다. 탐심을 버리자.

 

투자도 직장 다니는 만큼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해야 될까 말까 한 일이다.

나에겐 그럴만한 시간도 없거니와 그렇게 하고 싶은 열정은 더욱 없으니 미련 없이 포기해야겠다.

사실 돈만 생각하면 머리가 아프다. 생각하기 시작하면 지금도 어딘가 돈이 새고 있진 않은지 불안 해질 뿐이다. 내가 물건을 사고 나면 꼭 할인을 하고, 같은 걸 사도 남들보다 비싸게 사고, 여행을 가면 호갱이 되기 일쑤다. 어제는 오랜만에 아이의 주식계좌를 접속했는데 인증서 재발급이 필요했다. 상담사와 통화했는데 계좌번호도 기억이 안 나고 보안카드도 찾을 수가 없었다. 결국 직접 가족관계증명서와 아이 명의의 기본증명서, 그리고 신분증을 가지고 지점에 방문해야 된다고 했다.

다시 한번 나는 주식을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가만히 있는 게 최고의 재테크가 아닐까 하는 자괴감과 함께.. 


몇 달 전 후배가 말한 종목이 연일 상종가다.

마음이 살짝 조급해진다.

회사에서 우리 사주 청약 안내가 왔다. 

일반 매수자들보다 20%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가격이다.

마음이 살짝 흔들린다. 

차라리 귀를 닫고 눈을 감고 살아야겠다.

난 재테크를 하지 않기로 방금 결심했으니까.

돈에 쓸 에너지를 모아 나의 일상에 온전히 집중해야겠다.


최고의 투자는 바로 나에게 투자하는 것이니까!

스스로 공부하지 않고 남의 말만 듣고 투자하고 수익을 바라는 건 물에 비친 건물처럼 허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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