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작,
너의 오늘밖에 볼 수 없지만

하은이 수학여행 가지 못한대, 내일 너머 오늘에의 리와인드

by MONORESQUE





수학 여행을 하루 앞두고, 이 영화의 매듭은 어디인가? 인생 단 한 번이라는 거창하기 그지없을 수학 여행을 가기 하루 전, 교내는 수선하다. 어떤 옷을 입고 갈지 머리는 어떻게 하고 노래는 또 무얼 부를지 아직 오지 않은 내일에 의 흥분이 영화를 들썩이지만, 카메라는 자꾸만 그 주변 자리에서 서성인다. 당초 교실 밖 운동장에서의 부감으로 시작해 교내로 진입하는 인트로는 이미 여기와 거기, 단절된 교내 풍경을 담아내며 범상치 않았고, 수학 여행이란 동일한 여정의 실은 서로 다른 갈래의 시선이 복잡하게 뒤엉켜있다. 달리 말해 ‘그 날’을 하루 앞두고 서로 감각하는 시간의 흐름이 다르다. 공교롭게도 주인공 세미가 등장하는 건 교실에 장식된 거울의 반사를 통해서였고,(책상에 엎드려 자다 깨는 모습이 거울에 비친 모습을 통해 전달된다), 운동장의 수선한 모습을 비추다 돌연 화면이 전환되며 드러나는 그것은, 어딘가 몹시 수상해 여기가 아닌, 다른 어디에서의 등장과도 같은 느낌을 주고만다. 말하자면 그 첫 인상은 분명, 세미를 여기가 아닌 무엇, 그 무엇에서 일어나게 유도하고 있다. 혹은 그렇게 보이도록 한다. 어쩌면 가장 이상한 아침에서의 일어남, 영화는 익히 알려진대로 세월호 참사의 이후를 그린 작품이다.


거울 속에 거울,

너의 밤과 나의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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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0여 년, 사회적 참사를 소재로 한 영화라고 해도 ‘너와 나’는 제목이 이미 그러하듯, 쉽게 그런 현실의 외피를 내밀지 않는다. 수학 여행이란 소재와 장소가 된 안산이란 공통적 요소가 발견되지만, 어디까지나 수학여행을 앞둔 아이들의 들뜸, 하지만 보다 악몽을 꾸고 일어난 세미의 전날, 이를테면 어쩐지 불길한 의심으로 퍼져가는 하은과의 밀고 당기는 스토리가 가득 매우고 있다.

앞서 근래 영화 중 아마 가장 수상한 일어남으로 기록될 것 같은 세미의 거울 속에서의 기상 이후, 세미는 꿈속에 죽어있던 하은을 위해 또는 하은에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난리이다. 하은을 찾아 다니느라 정신이 없고, 보이지 않자 연락을 돌리느라 바쁘고 선생님이라고 또 뭐가 다를까 싶은데 어떻게든 해달라며 연신 꽁무리만 쫓는다. 한낯 어릴 때 꿈일 수도, 그냥 개꿈일 수도 실제로 이후 개가 등장하기도 하지만, 세미의 하은을 향한, 혹은 하은에의 이 집착은 가히 설명되지도 않으면서, 아니 오히려 그렇기에 내내 지속되고 있다. 여행은 지연되고, 그렇다면 수학 여행의 전날, 그 오늘의 문턱에서 넘어서지 못하고 가로 막고 있는 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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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VOGUE 등 10여 년 잡지를 만들었습니다. 지난해 '도쿄의 시간 기록자들', '때로는 혼자라는 즐거움' 출간. 사람, 그리고 문화에 대한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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