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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병장수 Sep 01. 2024

스토너_존 윌리엄스

평범해도 열정적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내는 자는 모두 주인공이다

1965년 처음 미국에서 출간되었을 때는 주목받지 못하다가 2011년 유럽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소설이다. 가난한 농부의 외아들인 윌리엄 스토너가 1910년 19세에 미주리 대학교에 입학하여 운명처럼 영문학에 매료되어 박사학위를 받고 강사가 되어 동대학 영문과 교수가 되었으나 조교수 이상 올라가지 못하고 1956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의, 언뜻 보면 그럭저럭 괜찮기도 혹은 시시해 보이기도 하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패작처럼 보이는 그의 삶에 대한 이야기이다.


외견상 별다른 감정 표현을 하지 않고 과묵한 영문과 교수인 주인공의 일대기를 주인공이 살아가는 삶 속에서의 시대적 특성, 얽힌 인간관계에서 받는 직간접적인 영향, 황당하게 직면하게 되는 부조리한 상황에 따라 그리는데, 상황에 따른 감정 변화를 계절 변화와 함께 섬세하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기술하여, 읽는 독자가 주인공 대신 극적인 감정을 느끼며 눈물을 쏟기도, 분개하기도, 기쁨의 박수를 치게도 만든다. 한 사람의 인생에는 개인의 기본적인 소질이나 노력뿐만 아니라 수많은 외부적인 요인들이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데 이처럼 인간이면 결코 피할 수 없는 부조리 아래서 어느 정도 비참한 삶을 포기하지 않고 꾸역꾸역 살아내는 나 자신 혹은 주변 사람들이 그의 삶에 투영되기 때문인 것 같다.


상상 속 인물이 아닌 육체와 피를 가진 살아있는 인간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태어나 생의 무자비함 앞에서 무기력하게 굴복하며 살아가다가 무로 돌아간다. 스토너의 삶은 삶의 가치를 정의하는 여러 차원에서 대부분 실패한 것처럼 보인다. 그는 자신을 인류의 일원으로 붙잡아줄 친구로서도, 다른 사람과 연결된 열정의 대상이 되어줄 남편으로서도, 삶의 가치를 잃고 깊은 우울의 수렁으로부터 빠져나올 수 있게 해 준 사람의 사랑하는 연인으로서도, 문학에 대한 열정을 전달해 주는 선생님으로서도 실패했다. 그는 온전한 성실성과 순수성을 꿈꾸었지만 몰려드는 시시한 일들에 타협했고, 지혜를 추구했지만 결국에는 무지로 귀결됨을 깨닫는다.


그러나 그의 타고난 기질과 성향 때문에 조금 기묘한 방식을 이용하였고, 나약한 인간이기에 어떤 것들은 포기하고 회피하여 결국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리기도 했지만, 그는 분명 지식의 세계에도, 아내에게도, 연인에게도, 강의에도 그 대상이 무엇이든 자신이 선택한 인생의 모든 순간에 정신과 마음으로 열정을 주었다. 그 과정을 통해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발견하고,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가 무엇인지 잃지 않으면서 자신의 삶을 창조해 살아냈다. 세상의 기준이 주는 성공한 삶의 지표로부터 자유로운, 자기 자신만의 인생을 살아낸 사람의 삶은 마치 독창적인 예술작품처럼 타인으로부터 평가될 수 없는 존엄성을 갖는다.


물질주의 사회로부터 주입된 성공의 기준을 충족하느라, 혹은 나와 엮인 소중한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기 어려워서 자신의 삶을 꾸역꾸역 살아내고 공허한 자신의 삶에 맞서기 힘든 자신을 술이나 미디어와 같은 자극을 통해 무감각하게 만들어 하루하루를 조용하게 버텨내듯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가? 아니면 열등감과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타인을 괴롭히고 있지는 않은가?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어떤 사람이 되기로 선택하였는가?

내가 하는 일의 의미가 무엇인가?

나는 삶에서 무엇을 기대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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