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은 보고 기계인가?
직장인은 보고로 시작해서 보고로 끝난다.
직장 선배 중 한 분이 이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물론 공감하는 바가 크다. 그래야 업무에 대한 진행상황도 체크하고, 책임 소지도 명확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끔은 정말 보고가 진리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게 된다. 팀장이 되고 보니 보고를 하는 입장도 이해가 가고, 보고를 받는 입장도 이해가 가기 때문이다.
나의 보고를 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문제점은 어디까지 보고해야 하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보고를 하고 안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어디까지 일거수일투족 보고를 해야 하는지를 모르겠기 때문이다. 물론 처음에는 A부터 Z까지 보고를 해야 한다고 믿고 그렇게 해왔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다 보니 지적을 당하게 되더라.
대안이 없이 보고만 한다는 것이었다.
그럼 이제 대안을 만들어 같이 보고하려고 하다 보니 보고의 신속성이 늦어지게 되면서 일이 밀리게 된다. 그러면서 또 한소리 듣게 된다.
왜 보고를 빨리빨리 안 해서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이었다.
직원이 마음대로 일처리를 진행하다가 문제가 터졌을 때, 나는 모르는 상황이 되어버리면 진짜 난감하기만 하다. 마음대로 일처리를 한다라는 말의 또 다른 뜻은 뭣이 중헌지 모른다는 것과 같다. 즉, 직원이 보고는 하는데 막상 보고하고 의사결정을 받고 진행해야 할 일은 자기가 스스로 결정하고 일처리를 하거나, 간단한 보고만 하고 진행해도 될 것을 보고하느라 시간을 다 써버리는 것. 이렇게 되다 보면 일거수일투족 보고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직원들을 옥죄는 상황처럼 비치기도 한다.
결국 보고라는 것은 사람이 하고 사람이 받는다. 즉, 보고를 받는 사람의 성향과 보고를 하는 사람의 성향이 제각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은 보고를 다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안 없는 보고이던, 대안을 가지고 하는 보고이든 간에 문제는 보고를 다 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 선배들이 직장인은 보고로 시작해서 보고로 끝난다는 말을 하는지, 양 측의 입장이 되어보니 이해가 간다.
다만, 보고를 받는 사람은 보고를 원활히 할 수 있게끔 너무 감정적으로 대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맘에 안 든다고 화를 내거나 기분을 그대로 다 표현해버리면 보고하는 입장에서는 손발이 떨리고 보고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도록 숨어버리는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기 때문이다.
또한, 보고를 하는 사람도 보고를 받는 사람의 성향을 잘 파악하고 보고할 수 있도록 하자. 무작정 보고부터 하는 걸 원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내 생각을 가지고 제대로 된 양식으로 보고하기를 원하는 사람도 있다. 모든 사람들이 다 다르기 때문에 각각의 처한 환경에서 잘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기를 기원한다. 전제는, 모든 일은 다 보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다시 한번 살펴봐라. 혹시 자투리에 적어놓고 보고를 깜박한 게 있을 수도 있으니.
그리고 보고 받으시는 분들, 좀 너그럽게 받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