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루었어요.
나는 눈 뜨는 것조차 늘 이렇게 하곤 해요.
가까스로 몸을 일으켰지만,
오늘도 눈 앞엔 미뤄 온 것들로만 한가득.
그것들을 어떻게 하면 또 다시 미룰 수 있을까 생각하다,
일단 카페인과 당충전을 하기로 했어요.
정신 못 차리고 빠져들
구수한 커피를 내리고,
달콤한 호떡을 구울 거예요.
몇 차례 호떡을 만들어 보고 알아낸 것이 있어요.
호떡을 터지게 굽는 법.
처음엔 잘 구워보겠다고
앞 뒤로 힘주어 열심히 눌러댔는데
굽는 족족히 터졌어요.
그런 경험 때문에
호떡은 초반에 앞면만 제대로 찍어 눌러주면,
뒷면은 누르지 않고 냅두기만 해도
아무 힘 들일 필요 없이 알아서 잘 익는다는 걸 알게 됐어요.
나도 초반에 제대로 잘만 눌러줬어도 안 터지고
그럴싸한 모양새로 구워졌을까요?
엊그제 동생 앞에서 내 눈물샘이 터져버렸어요.
동생은 내게 강박이 있는 거 같데요.
어려운 건 알겠지만 그래도 떨쳐보는 게 좋겠데요.
하지만 몇 번이나 강하게 찍혀 눌린 호떡을
다시 매끈하게 되돌릴 방법은 도무지 모르겠는걸요.
오늘은 힘을 더 빼고 호떡을 눌러보았어요.
정말 안 터지고 멀쩡해 보였어요.
그렇게 뒤집어 설렁설렁 구웠는데...
막판에 또 터져버렸어요.
애초에 속에 설탕이 과도하게 들어가 너덜너덜해진 반죽은
아무리 살살 달래도 터져버리고 말죠.
거슬러 오르다 보면 문제가 끝도 없이 계속 나와요.
과연 내 손으로 안 터진 멀쩡한 호떡을 구워내는 일이 가능이나 할까요?
이제는 뭘 해도 각잡긴 글른거 같아요.
그래도 불판에 들여 온 이상,
내빼기 전까진 긴장을 늦출 순 없겠죠.
막판에 불조절까지 잘 못 했다간
호떡 아닌 시꺼먼 재가 될 수 있으니까요.
멋스럽진 않아도 노릇노릇하게라도 구워봐야죠.
따뜻한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따뜻한 호떡을 한 입 베어 물면
생각도 잠깐 따뜻해져요.
“터진 호떡도 다른 매력이 있는걸...
그럼 앞으로 난 터진 호떡이나 구워 팔며 살아 볼까?”
하지만
생각은 호떡보다 더 빨리 식어버려요.
”이런걸 누가 좋아하겠어.. “
아무도 안 좋아할 거 같아서... 그래서...
오늘도 그냥 나 혼자 터뜨리고 말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