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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남자 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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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병준 Apr 15. 2017

남자 혼자 호텔에 간다는 것

#호텔놀이

요즘엔 혼자 하는 일들이 제법 익숙해졌는데도 하나 아직도 익숙하지 않은 일이 있다. 

호텔에 혼자 숙박하는 일이다.      

혼자 호텔에서 숙박을 해보기 시작한 것은 아마도 해외여행이었던 것 같다. 혼자 여행을 떠나는 일들이 잦다 보니 자연스럽게 호텔에서 혼자서 잠을 자게 되었다. 게스트 하우스에서도 잠을 자본적도 있으나 여행에 하루 정도는 호텔에서 머무는 것을 선호했다.  

    

여행 내내 호텔에서 자는 것은 너무 비싸기도 했고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고 느꼈다. 다만 하루 정도는 환상적인 곳에서 단 꿈을 꾸고 싶었다.    

여행 마지막 날에는 주로 호텔에서 잠을 청하곤 했다. 

언제부터인지 그냥 습관처럼 되어버렸다. 마지막 날 여행의 피로를 모두 훌훌 털고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또 다른 이유는, 여행의 모든 순간들이 환상적이었다고 기억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만들고 싶었다. 기억은 자신이 어떻게 조각하느냐에 달렸다고 믿었다. 마지막 날 호텔에서 조금 더 아름답게 조각하는 일이다.    


해외에서는 그래도 잘 다녔었는데 막상 한국에서 호텔, 모텔에 혼자 다니는 것은 더 힘든 일이었다. 주로 블로그 리뷰 때문에 다니긴 했지만 그냥 아무 이유 없이 다닐 때도 많았다. 그냥 하루 정도는 멀지 않은 곳에서 여행의 기분을 내고 싶기도 했고 일 생각 없이 맘 편히 쉬고 싶기도 했다. 누군 사치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물론 나름의 사치이지만) 난 그저 나에게 하는 투자라고 생각했다.     


모텔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예약을 하는 순간까지, 그렇게 불편할 수가 없었다. 물론 좋은 곳들도 많았다. 혼자냐고 물어보면서 더 신경을 써주는 곳들도 있었지만, 이상한 시선을 느꼈던 적이 훨씬 많았다. 한 번은 소곤거리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약간의 비웃음이 섞인 것 같은 남자들끼리의 비아냥거림. 감정이 살짝 나빠졌다가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아마 앞으로도 이런 이야기는 수없이 들을 것이다. 난 또 그러려니 넘어갈 테지. 해외여행에서 편하게 할 수 있는 일을 한국에서는 불편하게 해야 하는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비행기를 타고 멀리 떠나서 자유로운 마인드로 살 수 있다면 한국에서 그러지 못할 이유는 무엇인가. 외국에서 혼자 새로운 곳을 기록하고 가슴에 담아두는 일이 한국에선 창피해야 될 이유는 없다.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한다.      


해외에 나가서 멋진 하늘을 보고 감탄했다면 한국에 와서도 한 번쯤은 하늘을 보고 멋진 하늘에 감탄할 수 있다. 남자 혼자서 가는 호텔의 의미란 단지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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