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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icial Kes Jan 31. 2023

재준아, 나도 색각이상자야...

적녹색약자의 불편함에 대해

최근 드라마 더 글로리가 화제이다. 개인적으로 영상물을 좋아해서 드라마, 영화 가리지 않고 보는데 더 글로리는 한참 뒤에 봤다. 뭔가 학교폭력이라는 주제가 조금은 자극적이고 그런 장면을 보는 것이 너무 불편해서 보지 않으려 했는데 하도 주변에서 추천을 해줘서 보게 되었다. 다만, 문동은과 가해자 5인방의 메인 스토리만 집중해서 보고 나머지 부가적인 스토리는 그냥 스킵하였다. 재밌게 보던 도중 전재준이라는 캐릭터가 색각 이상자로 나오는데 색맹 수준이었다. 나는 전재준 캐릭터만큼 심한 것은 아니지만 색각 이상자로서 이와 관련된 삶의 일부를 글로 남겨보고자 한다.


1) 색각이상을 어떻게 알게 되는가?


이건 거의 모든 색각이상자가 비슷할 것 같은데, 초등학생 시절 색깔책을 보고 알게 되었다. 색깔이 있는 작은 원들이 모여 숫자를 보는 책, 이시하라 색맹 검사표를 봤는데 처음 몇 개를 제외하고 하나도 안보였다. 선생님은 나에게 뭔지 물으셨는데 나는 전혀 모르겠어서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학교가 끝나고 남아서 한 번 더 했는데 그때도 안 보인다고 했더니 부모님과 병원을 가보라고 하셔서 그때 처음 알게 되었다. 그때는 이상하게 나에게 적록색맹이라고 진단을 내렸는데 내가 녹색과 적색을 아예 못 보는 것은 아니라 색약이라는 부르는 게 맞는 것 같다. 나의 경우는 보긴 보는데 구분을 못한다. 특히 완전 빨강 혹은 완전 녹색이 아닌 짙거나 혹은 옅은 계열의 적색, 녹색을 보면 무슨 색인지 구별을 못한다. 그냥 그 색이 그 색 같고 빨강인 것 같으면서도 녹색인 것 같으면서 머리가 아파온다.


2) 늘  듣는 질문


다른 곳에서도 색각이상이 듣는 질문들이 많이 나와있다. 나무위키에도 잘 정리되어있기도 하고. 정말 나와 있는 그대로 똑같이 듣는다. 이게 무슨 색으로 보이냐는 등 근데 설명할 길이 없다. 애초에 보는 색이 달라 원래 평범한 사람들이 보는 색이 뭔지 모른다. 그리고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신호등일 텐데 신호등은 파란불은 완전 녹색이 아닌 파란색이 껴있는 녹색이라 볼 수 있다. 아마 예솔이도 파란색은 볼 수 있으니 건너도 된다는 걸 알 텐데 드라마상 설정인 것 같다.


3) 내가 겪은 불편함   


살면서 딱히 크게 불편한 것은 없으나, 종종 물건을 지칭할 때 어렵다. 특히 물건이 빨간색이나 녹색이면 어렵다. 난 녹색인 줄 알았는데 다른 색이라고 하는 경우가 정말 많고 빨간색도 그렇다. 상대방은 그 물건을 못 찾는다. 더 글로리의 예솔이가 겪는 문제랑 같다. 구두색을 모르고 안 보이니까 대충 녹색이겠거니 혹은 빨간색이겠거니 하고 그 색이라고 하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참 이럴 때 정말 답답하다. 


 그리고 또 하나 예전의 충전기이다. 충전 중 일 때 빨간색, 완충되면 녹색으로 변하는데 은근 불편했다. 충전 중인지 완충된 건지 알 수가 없다. 요즘은 이런 게 많이 없어졌는데 아무래도 적색과 녹색은 위험과 안전을 구분하는 상징으로 많이 쓰이다 보니 사소하게 많이 불편하다.


지하철 노선도도 불편하다. 정확히 이유는 알 수 없지만 1호선과 5호선 색깔을 구분 못했다. 둘 다 파란색 계열이긴 한데 녹색이 들은 것인지 빨강이 들은 것인지 여하튼 지하철을 탈 때 1호선이나 5호선을 타게 된다면 참 괴로웠다. 최근에는 색깔이 조금 변한 것인지 모르겠으나 구분이 된다. 앞으로 노선이 늘어나는데 색각이상자를 잘 고려해줬으면 좋겠다. 대표적으로 색을 사용하여 구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4) 내가 보는 색각이상자의 나


아무래도 색에 대해서 틀린 경험이 많다 보니 굳이 색을 지칭하거나 크게 신경 쓰지 않으려 한다. 물론 사바사이긴 하나 나는 좀 색깔에 대해서 남들이 뭐라 하면 짜증이 난다. 종종 "야 이게 무슨 빨간색이야 녹색이지~!" 등의 소리를 하도 들어서 그런지 색에 대한 언급을 피하려고 한다. 그리고 난 아직도 남색이 뭔지 보라색이 뭔지 헷갈린다. 색에 대해 점점 둔감해진 것일지도 모르겠다. 근데 조금은 궁금하다. 일반 사람들이 보는 녹색이 뭐고 빨강이 뭔지. 속시원하게 구분되는 그 기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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