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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icial Kes Mar 24. 2024

3개월 만에 한 서비스 출시 경험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2월

나에게 2024년 2월은 기억에 없다. 2월이 있다는 건 알지만 2월 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나는 1월부터 느꼈다. 지금 뭔가 프로젝트 잘못되어 간다는 사실 말이다. 12월 적응을 마치고 1월이 되어서 주변이 보였다. 출시는 2월이라는데 지금 현재 개발 상태로는 절대 2월에 출시가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는 보좌하는 입장에서 주어진 일을 할 뿐이지만 내가 프로젝트를 핸들링하는 입장이라면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내부적으로 프로젝트 관리가 안되어 있다는 느낌도 들었고 고객사 역시도 정말 엉망이었다. 누가나 알 법한 기업이 이렇게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 맞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입으로만 불평불만을 나불거리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매 순간 주어진 일,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최선을 다했다. 


2월 초 야근이 조금씩 시작되고 2월 설이 들어가기 전 나름 정신무장을 했다. 이거 쉽지 않겠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리고 설이 끝난 직후, 이전 야근은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듯이 회사에 24시간을 보내는 것이 익숙해져 갔다. 자세히 여기에 모든 이야기를 풀 수는 없지만 기획/PM라인은 마비가 되었다.


1) 수많은 버그로 인한 QA 테스트 무용화

- 수없이 버그가 쏟아졌고 QA의 의미가 없어졌다. 이상하게 우리 회사 시스템은 QA 미통과건이 기획으로 넘어왔고 다시 개발에 재요청하다 보니 이게 뭔가 싶었다. 애초에 개발에서 테스트를 제대로 한 것인지 생각이 들고 화가 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미기획된 내용을 보충할 시간에 QA 하기 바빴다.


2) 고객사의 갑작스러운 요청사항 폭풍

- 고객사는 자사에 IT 부서가 크지 않기 때문에 우리 같은 SI 업체에 일을 맡긴다. 잘 모르기 때문에 그 돈을 주면서 서비스를 맡기는 것이다. 그것과 별개로 나는 이들에게 의지가 있는 것인지 자기 안위만 챙기기 바쁜 것인지 헷갈릴 때가 많았다. 특히 몇몇 사람은 정말 눈에 띄게 좋지 않게 행동하여 프로젝트에 오히려 방해가 될 정도였다. 그러면서 갑작스러운 요청 사항이 늘어났고 1분 1초가 개발에 힘 쏟아도 부족한 상황에 커뮤니케이션에 많은 공수가 들었다.


3) 고장 난 프로젝트 핸들

- 내 관점에서 이 프로젝트는 고객사의 잘못 7 우리의 잘못 3으로 하고 싶다. 3을 잘 해냈다면 2월 한 달 야근이 절반으로는 줄었을 것 같다. 눈앞에 큰 이슈들이 산재했음에도 처리가 안 되는 모습들이 떠오른다. 이건 개발의 잘못도 기획의 잘못도 아닌 어찌 보면 모두의 잘못이라는 조금은 상투적인 답을 내놓고 싶다. 우리 역시도 핸들링하는 사람이 없었고 그렇다 보니 프로젝트가 지지부진해졌다. 결정적으로 일을 하는 사람과 결정하는 사람이 분리되어있다 보니 게다가 결정권자가 바쁘다 보니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연출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결국 출시일이 미뤄졌다.


주저리주저리 썼지만 4번째 항목 만들어 정리하자면 마지막 이유는 엉성한 기획이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내가 읽은 책과 주변 현업자들의 조언 속에서 늘 빠지지 않는 이야기가 있다. '완벽한 기획'은 없다라고. 하지만, 지금 현시점에서 나는 조금 더 잘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기획과 나쁜 기획은 존재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엉성한 기획이 될 수밖에 없었던 주변의 이유는 차고 넘친다. 그럼에도 기획을 말하는 이유는 기획에 더 잘해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욕심 때문이다. 최근에 세균무기라는 사람이 쓴 책을 보았는데 기획하는 시간이 늘어나면 오히려 프로젝트 전체 기간이 줄어든다고 주장하는데 이 말을 믿어보고 싶은 마음도 한 몫한다. 물론 그렇다고 이 말이 반드시 맞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번에 메인으로 들어가는 작은 프로젝트를 통해서 나만의 답을 내려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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