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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로니카 May 30. 2020

제 아이는 어떻게든 키울테니 일을 주세요.

경단녀 졸업을 위하여...

둘째가 태어난 지 6개월... 어느새 연말이 다가왔습니다. 첫째는 어린이집 적응도 잘했고, 엄마를 척척 도와주는 착한 아들입니다. 둘째도 순딩 순딩 잘 먹고 잘 자는 공주님.

저는  아이들을 잘 키우기 위해 열심히 육아 서적을 읽고, 아이들에게 맛난 이유식과 간식을 만들고 아이들 성장을 기록합니다. 그런데 뭔가 허전한(?) 느낌?

'첫째 낳고는 면접도 보러 다니고 했던 나였는데... 둘째까지 연이어 낳으니 이제 일은 못하려나?'  새해가 되면 내 나이 서른셋. 이런저런 생각으로 잠이 오지 않습니다.


지도 교수님을 찾아가 박사과정 등록에 대해 의논드리다


저는 석사 학기 중 남편과 결혼했습니다.

"오빠가 박사까지 공부시켜 줄게. 오빠랑 결혼하자." 남편이 제게 청혼하며 한 약속입니다. 결혼 후 석사 졸업 후 바로 필드로 나갔는데 사회생활이 궁금했습니다. 회사 생활 3년 후 두 아이를 낳아 막막하기도 하고, 박사까지 뜻이 있어 시작한 공부였기에 친정 같은 지도 교수님을 다시 찾아갔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제가 박사과정 등록에 대해 의논을 드렸더니 교수님이 말씀하십니다.

"지혜야 네가 내 딸이라면, 지금 박사과정 가는 것 반대할 것 같다. 시장이 너무 안 좋다. 네가 공부에만 뜻이 있어 박사과정에 온다면야 나도 좋지. 그런데 앞으로 취업을 목표로 온다면 말리고 싶어. 서운할 수도 있는데 이게 현실이야."

교수님은  제가 지방에서 올라와 어렵게 공부한다는 것을 아시고 교수님 연구실에 조교로 들여 연구비뿐만 아니라 늘 제 학용품을 챙겨주시고,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늘 점심을 사주셨던 훌륭하신 스승이자 아버지 같은 분이셨습니다. 이런 말씀을 하신데 전혀 서운함 없이 다른 방향을 모색해 보기로 했습니다. 당시 그렇게 말씀해주신 교수님께 아직도 감사드린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때 박사과정에 갔더라면 제 천직이라고 생각하는 부동산 재테크를 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을 내 손으로 키울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
다시 재취업하는 거야!                                         

저는 다시 토익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제 금융권 컨설팅 경력 3년이면 몸값이 1.5배에서 많게는 2배로 뛰게 됩니다. 제가 하던 일을 하게 되면 계속되는 야근으로 제 손으로 아이를 키우지 못하겠지요. 제 전공인 살려 재무파트 신입에 도전해 보자고 마음먹었습니다. 아이 둘을 재워놓고 밤에 토익 공부를 하는데 오랜만이라 참... 어렵습니다. 그리고 졸음이 마구마구 쏟아집니다. 모든 신입 이력서에는 토익점수가 기본으로 적혀야 되는데... 어떡하지? 걱정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둘째인 딸이 10개월이 되던 4월 첫째가 다니는 어린이집에 등원시켰습니다. 한 달 정도 아이를 적응시킵니다. 아직 걷지도 못했던 둘째를 어린이집에 맡기면서 마음이 많이 안 좋았지만, 아이한테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하면 될 거라고 저를 다잡았습니다.

"오빠 여기 있어~! 울지 마~ 오빠가 노래해줄게~ 나비야 나비야 이리 날아오너라~"

낯선 환경에 울음이 잦았던 동생의 울음소리가 나면 옆방에 있던 오빠가 달려가 달래줬다는 선생님의 이야기를 전해 들으면 왜 그렇게 울컥하고 눈물이 나는지... 우리 첫째에게 늘 고맙고 미안한 마음입니다.    

어린이집 등원 전 동생을 혼내고 달래주는 첫째_2013년 초여름

[2013년 일기 일부 발췌]

이번 주부터 영어학원 수업을 듣는다.

애들 챙기고 어린이집 보내서 신촌으로 고고~ 학원 숙제도 많고 마음은 바쁜데 아이들은 알아줄 리 없다고 생각했는데... 애들 챙겨놓고 부랴부랴 옷 입는데 밖에서 범이가 현이에게 잔소리한다. "현아 엄마 정신없는데 엄마 말씀도 안 듣고! 이 녀석이! 오빠 장난감도 던지고! 왜 그렇게 징징대에~" 빵 터졌다. 정신없는 엄마. 우리 아들이 알아주는구나. 고맙고 미안. 오늘도 엄마는 다그치고 소리쳤구나.ㅠ     


나이 차이 10살 되는 친구들과 토익, 면접 스피킹 수업을 듣다

둘째가 어느 정도 어린이집에 적응되자 저는 아이 둘을 어린이집에 맡겨 놓고 대형 영어 학원으로 달려갔습니다. 1층 로비에는 커피빈이 있던 학원이었는데 제일 큰 사이즈의 카페라테를 사들고 강의실로 향하면 오후 3시까지 점심도 굶은 채 토익 수업과 면접 스피킹 수업을 들었습니다. 면접 스피킹 수업에서는 서로 시너지를 내기 위해 짝을 정해 주셨는데 수강반에 함께 수업을 듣는 사람 중 저는 가장 연장자였습니다. 토익 점수도 안 나오는데 제가 스피킹이라고 자유로웠을까요? 그 친구들과 스터디를 할 때면 커피를 사주면서 "언니 좀 도와줘", "누나 좀 도와주라"를 밥 먹듯 했습니다. 저보다 10살 어린 친구들의 스펙을 공유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어마어마한 스펙을 가진 친구들이었습니다. 외국 어학연수 1년은 기본이오. 대기업 1년 인턴, 각종 자격증... 토익은 이미 900점 이상으로 다들 만점에 도전하고 있었습니다.(그런 친구들의 귀한 시간을 뺏고 있으니 제가 커피를 사줘야죠.)

'내가 이 친구들과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까?  내 나이에 아이 둘... 신입이 될 수 있을까?'

순간순간 이런 생각들이 들었지만, 오후 3시가 되면 마법에 풀린 신데렐라처럼 부지런히 아이들이 있는 어린이집으로 향했습니다. 하원 시간 4시. 엄마가 늦어 아이들이 속상할까 마음을 졸이며 열심히 달렸습니다. 아이들이 있는 어린이집이 보이면 달리기를 멈추고 숨 고르기... 어린이집 문을 두드렸습니다.

'아들, 딸 엄마 왔다~~~!'

아이들을 데리고 집으로 향하는 길...

첫째는 유모차를 잡고 걷고, 저는 둘째를 태운 유모차를 밀며 가는 길. 고단하지만 다시 무엇인가를 시작하고 있는 제가 무척 설레기도 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아이들을 밥 먹이고, 씻기고 재운 후 다시 거실 식탁에서 토익 공부와 학원 숙제를 했습니다. 졸음이 밀려오기도 하지만 저는 다시 일하고 싶다는 마음과 학원에서 함께 공부하는 스펙 좋은 10살 어린 친구들을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취업포탈 검색으로 '재무팀 신입 직원 채용 공고'를 보다 보면 어느새 통이 트고 있곤 했습니다.   


성별, 나이, 경력 무관 신입 직원 채용공고에 원서 30개를 넣다                                          

토익 점수는 말 못 할 정도로 빠르게 늘지 않았지만 열심히 신입 직원 채용 공고에 원서를 넣었습니다. 이력서 자기소개서 쓰느라 또 밤을 새우곤 했던 나날들...

저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저는 순진했나 봅니다. 원서 30군데를 넣었는데 면접 보러 오라고 하는 곳이 한 군데도 없었습니다. 처음보다 눈을 낮추고 낮춰도 한 군데도 연락이 없습니다. 핸드폰이 잘못되었나? 몇 번을 확인해도 핸드폰은 고장 나지 않았습니다.

남편에게도 자존심 상해 말 못 하고...

'나였어도 싱글에 스펙도 훨씬 좋은 10살 어린 사람을 신입으로 뽑을 것 같다...'

생각합니다. 저는 다시 일할 수 없나 보다 낙담합니다.

취업 포털 사이트에 등록해 두었던 제 경력을 보고 헤드헌터들에게서 쪽지와 메일이 왔습니다.

기존의 경력을 살려 일 할 곳을 소개해 준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엄마가 다시 재취업하겠다고 어린아이 둘도 저리 고생인데 뭐라도 해야겠다 싶었습니다.  


기존 일하던 업계 가장 크고 유명한 회사에 이력서를 넣다                                            

다시 돌아갈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지만, '만약 다시 돌아간다면 가장 좋은 조건의 회사에서 일하자'라는 마음으로 업계 가장 크고 유명한 회사에 이력서를 넣어봅니다. 마침 헤드헌터들이 연락이 온 내용을 열심히 보고 있을 때 OOO 회사의 채용 공고 마감 하루 전 날이었습니다. 기존에 썼던 자기소개서와 이력서에 공을 들여 마감 한두 시간 남겨 놓고 원서를 넣었습니다.

...

저희 OOO회사에 지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축하드립니다. 1차 서류 전형에 합격하셨습니다. 2차 적성검사 및 면접 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줄임)                                            

1차 서류 전형에 합격했다는 문자를 받았습니다! 어린아이들을 두고 제 욕심만 내는 것 같아 아이들한테 면목이 없었는데... 정말 꼭 합격하고 싶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면접 보러 갈 때 입을 옷을 열심히 껴 넣어 봅니다. 살이 덜 빠져 숨이 턱턱 막히지만 하루는 버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적성검사 문제도 풀어보고, 제 경력을 들여다보며 '어떤 일을 했었더라...' 잘 생강이 나지 않지만 떠 올려 봅니다. 아이를 낳고 나면 정신이 한동안 멍~~ 합니다. 출산의 경험이 있는 분들은 공감하실 거예요. 영어 단어뿐만 아니라 한국말 단어도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제가 이렇게 어려운 일을 했었나도 싶었습니다. '자신감 잃지 말자. 자신감 잃지 말자. 난 할 수 있어' 마인드 트레이닝했습니다.


2차 전형 후 집에 돌아와 아이들을 데리러 가는 길... 하염없이 눈물 흘리다                                  

2차 전형 날.

2차는 적성검사를 보고, 제공되는 점심을 먹은 후 실무진 면접을 바로 보게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적성검사를 보는데 준비했던 적성검사와 많이 다른 유형의 문제가 나와 당황했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합니다. 점심 식사하며 함께 면접을 보는 분들과 대화를 하는데 신규직과 경력직이 섞여 있었습니다. 당시 면접이 단 1명을 뽑는 자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OOO 회사의 직원 스펙은 업계에서 알아줍니다. 그래도 기죽지 않기로 합니다.

'이제 내가 이 세상에서 못해낼 일은 없겠다'

제가 우량아였던 첫째를 정말 힘들게 자연 분만하고 든 생각이었습니다.

'면접 때 내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자!! 스펙은 부족할 수 있지만, 누구보다 좋은 동료가 될 수 있을 자신이 있어!' 실무진 면접 마지막 순서... 모두 경력직 3명이 들어갔습니다. 1명의 남자분과 저 그리고 경력직 여성... 둘 다 미혼이었습니다. 들어가 인사를 하고 앉았습니다.


실무진 5분이 각자 질문을 주십니다. 다른 분들에게는 현재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내용과 왜 OOO 회사에 이직하고자 하는지 묻습니다. 제게 질문 차례...


"지혜 씨는 이전에 OO회사에서 근무하시고 휴직 기간이 꽤 기시네요. 이렇게 오래 쉬었던 이유가 있나요?"--A면접관

"아이 둘을 연년생으로 낳고 제 손으로 조금이나마 키워내고 싶었습니다. 100세 인생에서 아이를 키우는 3년이라는 시간이 대세 지장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습니다"--답변


"지혜 씨 가족관계를 보니까 아이들도 어리고 고향도 지방이신데요. 일을 해보셔서 아시겠지만 야근이 많잖아요. 아이들을 누가 돌봐주나요?"--B면접관

"이모님이 키워주실 예정입니다. 주변에 좋은 분이 계십니다. 육아로 인해 업무에 지장을 주는 일은 없을 겁니다. 지원할 때부터 야근을 각오하고 있었습니다."--답변


"지혜 씨 아까 아이들을 이모님이 키워주신다고 했는데요. 친척분인가요? 아니면 도우미 이모님인가요?"--C면접관

"도우미 이모님이십니다. 주변에 좋은 분이 계십니다"--답변


"도우미 이모님은 입주식으로 생각하시나요? 출퇴근식으로 생각하시나요?"--D면접관

"야근이 많기 때문에 입주식 도우미 이모님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답변


실무면접 면접관 5분 중 4분이 제 어린아이들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대한 질문만 받았습니다. 다른 한 분만 제 이전 업무에 대한 질문을 주셨고요. 면접 후 면접장을 나오는 길...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함께 면접을 본 친구가 제게 결혼하고 애 낳고 일하시려면 힘드시겠다. 본인은 이직 후 아이를 낳으면 프리랜서 선언을 할 것이라고 합니다.

"프리랜서 선언이오?"

프리랜서의 경우 일하고 싶을 때 일할 수 있고, 프로젝트도 골라 일할 수 있는 장접이 있다고 설명해주었습니다.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습니다.


아이들 데리러 갈 시간에 맞춰 택시를 타고 집에 가서 꽉 끼던 정장을 벗고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었습니다. 급히 유모차를 끌고 어린이집으로 가는 길...

자꾸 눈물이 나고, 콧물이 났습니다. 옷소매로 닦아 내는데도 눈물과 콧물이 하염없이 흘렀습니다. 저기 아이들이 있는 어린이집이 보이는데 큰일입니다. 잠시 인적이 드문 골목에 서서 진정시켰습니다. 시뻘겋게 충혈된 눈은 아무래도 진정이 안돼 어린이집 문을 두드렸습니다.                        

 "아들, 딸 엄마 왔다~~"(코맹맹)

항상 엄마를 살피는 우리 아들.

"엄마? 울었어요? 어디 아파요?"

"아니야~ 엄마 괜찮아~"

제 속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역시... 경력단절은 제가 생각한 것보다 제 인생에 큰 지장을 주는 건가 보다 하고 끙끙 앓았습니다.     


3차 전형 임원 면접 통보를 받다

평소처럼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영어학원 다녀오는 길...

2차 면접 합격 소식과 함께 3차 임원 면접 일정 문자가 왔습니다! 문자를 받고도 믿어지지가 않았습니다! 두근두근두근...

이번에는 어떤 질문을 할까?

임원 면접 날 최종 4명... 경력직 남자 1명, 신입 지원 남자 2명, 그리고 저 여자 한 명... 쟁쟁한 후보겠지만 다시 자신감을 가득 불어넣었습니다. 여기까지 온 이상 하고 싶은 말은 다 하고 가자 싶었습니다.

역시 아이들은 누가 키워 줄 것인지, 도우미 이모님은 믿을 수 있는지, 일을 할 자신이 있는지... 등 최종 면접자 모두 개인적인 인성 질문에 집중되었던 것 같습니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저는 결국 최종 3차 전형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았습니다.   


프리랜서 제의를 받다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급히 학원으로 가는 길.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옵니다.

"김지혜 씨 전화번호 맞나요? 저는 얼마 전 OOO회사 실무면접에서 뵈었던 K팀장입니다. 최종 통보받으셨죠? 만나 뵙고 드릴 말씀이 있는데 괜찮은 시간과 장소 말씀해주시면 찾아가겠습니다"

'무슨 일이지?' 궁금하면서도 뭔가 좋은 제안을 해주실 것 같다는 생각에 만남을 약속합니다. 학원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학원 인근에서 뵙기로 합니다.

"저희가 면접 때 너무 실례가 많았죠. 아이 어떻게 키울 것이냐는 질문만 드렸던 것 같아요. 저희도 함께 일하려면 무엇보다 김지혜 씨 여건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그랬던 것이라고 생각해 주세요.

혹시 이 업계 프리랜서가 있다는 거 알고 계세요? 아이들도 어리고, 지방은행으로 프로젝트 장기간 다녀오는 것은 힘드니 가능하시다면 저희 회사와 프리랜서로 일해보는 것이 어떨까요?"

                                              

2차 면접 때 함께 들어갔던 친구가 얘기해 줘서 알게 된 업계 프리랜서! 내게 기회가 온 것이었습니다! 얼떨떨하고, 그래도 노력하니 기회가 왔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그날 남편에게도 많은 축하를 받았었고요. 무엇보다 어린아이들에게 엄마가 해냈다는 생각으로 미안한 마음도 덜 하고, 고마웠습니다. 이제 정말 아이 둘을 키워주실 좋은 입주식 도우미 아주머니를 구하는 미션이 제 앞에 닥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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