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과 도우미육아7
실무진 면접 때고 임원 면접 때고 "아는 이모님이 입주하셔서 돌봐주시니 걱정 마시라"라고 말씀은 드렸지만 그런 #입주식이모님 을 이제 찾아야 했습니다.
#이모넷 이라는 사이트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 사이트는 아이, 노인 등 보호가 필요한 사람들 돌보는 일을 하고 싶은 사람은 '이모'로 본인 정보를 등록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의뢰인'으로 구인 정보를 등록합니다. 각자 서로의 정보를 열람할 수 있고 조건이 맞는 경우 서로에게 연락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포털입니다.(이 외에도 #시터넷 #단디핼퍼 등이 있습니다. 필요하신 분들 참고하세요.)
이모넷에 구인 정보를 등록하고 연락을 기다렸습니다. 이모님들이 문자로 본인에 대해 소개합니다. 최근 이모님을 모시면서 저희가 받은 문자를 예시로 보여드릴게요.
이런 문자들이 옵니다. 문자를 보면 성의 없는 문자도 많고, 본인은 한국인이라고 하지만 문자에서 연변 사투리가 섞여 있는 등 신뢰할 수 없는 문자도 많습니다. 그리고 위와 같은 포털에는 직업소개소 실장님들이 올라오는 정보를 모니터링하고 연결해 주시곤 합니다. 물론, 수수료는 발생합니다.
제가 당시 아이들 돌봐주실 이모님으로 기준은 아래와 같았습니다.
☞한국인일 것 : 아이들이 옹알이를 시작하고 첫째의 경우는 말이 빨랐습니다. 표준어를 써야 옹알이하는 아이들이 모국어를 제대로 배울 것이고, 아이들에게 책을 많이 읽어주길 원했기 때문입니다.
☞학력은 중졸 이상일 것 : 아이들의 책을 읽어주실 때나 한글을 배울 때 아이들의 질문에 바른 답변을 해주실 분이라 생각했습니다.(학습 지도라기보다는 호기심 많은 첫째의 질문에 바른 답변을 해주실 분을 생각했습니다. 첫째는 모든 게 빨랐습니다. 질문의 수준도 또래와 다르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었기 때문입니다)
☞나이는 40세 이상일 것 : 우량아 둘을 입주식으로 키워내려면 체력은 기본이었습니다. 그래서 연세가 있는 분보다는 젊으신 분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를 좋아하고 밝은 분일 것 :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사랑' 없이는 해내지 못하는 일입니다. 기본적으로 아이를 좋아해야 아이와 놀아주는 것도, 아이를 밥 먹이는 것도, 아이를 씻기는 것도 모두 아이를 사랑하지 않으면 절대 어린아이 둘을 키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양육자가 밝아야 아이가 밝다는 것도 당연한 것이고요.
☞위생 관념이 확실한 분일 것 : 아이가 어리고 일찍부터 어린이집을 보내니 위생을 철저히 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요리를 잘하는 분일 것 : 저는 저희 아이들이 미식가로 자라길 바랐습니다. 제가 경단녀로 있으면서 다양한 요리를 해주기 위해 노력도 많이 했고요. 잘 먹어야 아이들이 건강하니 당연하다 생각했습니다.
☞주 5일 집에서 입주가 가능하신 분 : 저와 남편의 야근이 잦다 보니 아이들을 데리고 주무시는 일도 종종 있어야 했습니다. 입주 가능한 분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습니다. 조선족 분들의 경우 '입주'를 선호하지만, 가정이 있으신 한국인분들은 '출퇴근'을 선호했습니다.
도우미 이모님을 구하는 것이 두 번째이지만 아이가 하나 있을 때와 둘 일 때는 다른 이야기였습니다. 게다가 #연년생 어린 남매는 많이 꺼려 하시는 분위기였습니다.(아이 둘 성별의 경우 도우미 선호 순위 : 여아 2 > 남매 >형제) 한 10명 정도 면접을 보았을 겁니다. 한 분당 30분에서 1시간 정도로 약속을 잡고 일주일에서 2주일에 걸쳐 면접을 봅니다.
어떤 분은 한국 분인 줄 알았는데 연변 분이 오시고,
어떤 분은 아이들과 정말 잘 놀지만 음식은 못한다고 하시고,
어떤 분은 이야기하다 보면 아이를 키운 경험이 없는데도 자신 있다고 하시고,
어떤 분은 아이를 정말 사랑한다고 하시지만 아이들을 보는 눈이나 말투에 '사랑'이 느끼지 지 않았습니다.
...
주로 드리는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전에 아이를 돌봐 주신 경험이 있으세요?"
(이 사실은 전화 통화 등으로 거의 필터링을 하지만 다시 한 번 더 확인을 합니다) 경험이 있으신 분들은 어떤 집, 어떤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냈다가 술술술 나옵니다. 그리고 아이들을 정말 사랑하셨던 분들은 키워낸 정을 굉장히 소중히 하고 애틋해하십니다.
"아이들에게 주로 어떤 음식 해주시나요?"
4세 이상의 아이들만 돌본 경험만 있는 경우 아이들 반찬 이야기에서 추측해낼 수 있습니다. 4세 이하의 아이들을 돌보셨던 분들은 아이가 어떤 음식과 간식을 먹어야 하는지 잘 아시니까요. 가령, 갓 돌이 지난 우리 둘째 음식을 물어봤는데 김치찌개 간을 약하게 한다던가... 이런 이야기를 꾸며내시는 경우는 대부분의 이야기가 허구임을 알 수 있습니다.
"저희 아이들 책을 좋아하는데요. 책 많이 읽어주셨으면 해서요"
아이를 기른 경험이 풍부하신 분들은 책을 읽어줬던 경험도 풍부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분들의 경우 이전 아이는 어떤 책을 좋아했다가 술술술 나오지요.
"실례지만 가족관계가 어떻게 되시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저희는 일주일에 5일은 저희 집에서 주무셔야 하는데 가능하신가요?"
이런 질문을 하면 대부분 이모님의 살아온 인생을 간략히 파악할 수 있습니다. 어떤 분은 일찍 남편분과 사별하시고, 어떤 분은 일찍 이혼하셨고, 어떤 분은 남편과 멀리 떨어져 계시고요... 자녀분들 이야기도 들려주십니다.
"저희가 야근이 많아서요. 종종 아이 둘을 데리고 주무셔야 하는 게 괜찮으시겠어요?"
난색을 표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대부분 어린아이를 케어해 보신 분들은 아이들과 많이 주무셔봤기 때문에 당연하게 생각하시기도 합니다.
"이전에 입주하셨으면 주말에 집에서는 대부분 쉬시나요?"
이런 질문의 경우 이모님들의 취미나 종교가 파악됩니다.
"아이들과는 주로 어떻게 놀아주셨어요?"
아이들과 놀아 본 경험이 있으신 분들은 또 여기서 많은 이야기가 나오지요.
"저희가 생각하는 월급은 OOO만 원인데 괜찮으세요?"
서로에게 가장 중요한 질문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어떤 이모님들은 본인이 한글 학습 등을 본인이 할 수 있으니 월급을 더 올려달라고 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이런 이야기를 예의를 갖춰 세세하게 질문하고 답변해드립니다. 이런 대화 속에 긍정적이고 건강하고 아이를 사랑하는 이모님의 순위를 머릿속에서 매깁니다.
경단녀에서 다시 사회생활하며 돈도 벌고 경력을 쌓은 들 우리 아이들을 남의 손에 맡겨 기르다 혹시나 잘못되기라도 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에 정말 심사숙고했습니다. 결국, 아이 둘의 첫번째 이모님은 이혼하신지 10년 이상 되신 딸은 장성해서 지방에 떨어져 지내신다던 분으로 40대 후반의 건강한분이었습니다. 말씀이 많진 않으셨지만, 아이들이 뭘 하든 담담하게 아이를 대하고, 산을 좋아하시던 이모님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위 사진은 어버이날 기념으로 아이들이 어린이집에서 만들어 온 케이크를 먹는 사진입니다. 저 사진을 찍을때는 제가 아직 취업이 확정되지 않았던 시기입니다. 한창 영어 학원에 다니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을 때지요...
옛날 사진을 찾다 마음이 뭉클해서 첨부합니다. 저 사진을 볼 때마다 괜히 더 미안하기도 합니다. 아직 첫째는 기저귀를 떼지 못했고, 둘째는 걷지 못하던 때 저는 이모님에게 아이를 맡기고 일을 시작했습니다. 3년 만에 이전 업무로의 복귀... 저는 어땠을까요? 그리고 입주이모님과의 생활은 어땠을까요?
이모님들을 집에 모실 때마다 이모님들도 본인의 장점을 이야기하는 것 처럼 "우리 아이들 좀 돌봐주세요! 우리집에 오시면 편안히 모실게요. 저희 아이들과 부부가 정말 착하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사랑만 가득 주세요! 우리 아이들도 정말 착하고 잘 먹고 잘 잔답니다~"라고 저희도 마음에 드는 이모님들께 잘 보여야 햇습니다. 입주식 이모님을 '쓴다'라고 말씀하시는 분들 많습니다. 저희는 '모셨습니다' 그 이야기는 다음편에 쓰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