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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로니카 Aug 25. 2020

투잡러가 될 줄이야

워킹맘과 도우미육아9

지난 편 #시어머님의말씀과내결심 이라는 제목으로 4살, 2살 아이 둘을 이모님께 맡기고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야기를 썼습니다. 벌써 7년이 지난 이야기였네요.


2013년 겨울 저는 무사히 프로젝트 하나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프로젝트 내내 얼마나 스스로를 자책하고 힘들었는지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뭘 해도 서툴고, 잘하려고 하면 할수록 실수하는 것 같았던... 데이터를 다루는 일이고, 숫자에 민감한 금융권에서 '실수를 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더 많이 긴장했던 것 같습니다.


입주식 이모님과의 생활

이모님과의 생활은 오전 아침에 잠깐 얼굴을 뵙고 밤에 퇴근 후 뵈었습니다. 아이 둘에게 담담하지만 기복 없이 잘 대해주셨던 것 같습니다. 야근이 있는 날을 아이 둘을 데리고 주무셨기에 나름 마음 놓고 야근을 할 수 있었습니다. 프로젝트를 마치고 잠시 쉬는 동안 아이들을 돌봐주셨던 이모님이 따님이 있는 지방으로 가셔야 한다기에 보내드리고 제가 다시 아이들을 돌봤습니다.


당시 이모님은 이혼한 지 10년 넘으신 분이셨는데 제게 본인 연애하는 이야기를 많이 하셨습니다. 제가 집에만 있을 때 아이들과만 대화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기 때문에 퇴근 후 시간이 되면 차도 한잔하고, 맥주도 한잔하며 이 얘기 저 얘기 들어드리곤 했습니다. 이모가 행복해야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니까요. 처음 연애 이야기를 하실 때는 좀 당황했었습니다.


경단녀를 탈출하고 사회생활도 힘들었지만, 집에서 입주식 이모님과의 생활도 적응해나가는데 시간이 걸렸고요. 아이들을 잘 봐주셨기 때문에 이모님의 연애 이야기도 차츰 적응했던 것 같습니다.

'나이가 들어도 연애할 때 기분은 20대 연애와 다름이 없구나... 설레고, 감출 수 없고, 자랑하고 싶고 그렇구나... 이모님 혼자되시고 많이 외로우셨겠다.'

' 나이가 들어도 '감정'이란 게 조금은 무뎌질 수 있겠지만 사랑받고 싶은 여자임은 변하지 않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동안 여러 이모님을 모시면서 그분들의 관심사, 인생을 통해 저도 어쩔 수 없이 많이 생각하고, 공감했던 것 같습니다. 때로는 그 공감으로 감정 소모가 많이 힘들기도 했지만요. 제가 프로젝트를 마칠 무렵 이모님은 따님이 있는 부산으로 가신 다기에 보내드리고 제가 다시 아이들을 돌봤습니다.


다시 경단녀?

다음 프로젝트를 대기하고 있던 중 중대한 사건 하나가 터집니다. 이 사건으로 제 새로운 재능을 발견하게 되기도 했는데요. [2014년 대한민국 개인정보 대량 유출 사건]입니다.                                                                                  

제 업무의 특성상 은행 고객의 정보를 기반으로 모형을 만들어내는 일을 하는데, 동종 업종에 있던 한 직원이 저지른 행위로 은행 보안에 대한 문제가 크게 이슈가 됩니다. 이 일이 있고 예정되어 있던 프로젝트들이 줄줄이 지연됩니다. 정직원들도 프로젝트에 투입이 안 되는 상황에서 프리랜서인 제가 투입이 될 리 없었습니다. 드라마틱했던 경단녀의 업무 복귀가 또다시 언제 일을 할지 모르는 상황이 돼버린 것이죠. 씁쓸했습니다.

'남편에게 경제적으로 독립한다' 얼마나 호기롭게 재취업을 준비했던 저였던가요...




개인적으로는 2009년도에 생애 첫 내 집 마련했던 아파트 23평을 매도하고 같은 단지의 31평으로 이사를 갔습니다. 2013년 연말쯤 우리 아파트 인근의 미분양 아파트들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을 목격한 저... 당시 정부에서 일정 조건에 해당하는 아파트 구입 시 한시적으로 5년간 양도세 면제 혜택을 주는 정책을 펼칩니다. 이로 인해 미분양 아파트들이 주인을 찾아가게 되었는데요. 저는 그 타이밍을 놓치고 2014년 좀 더 넓은 평수의 아파트로 이사를 갑니다.             

 사랑하게된 아파트 전경
부동산 재테크의 시작

'정부가 자꾸 집을 사라고 하네...' 실거주를 조금 더 넓은 평형으로 옮기고, 그 많던 미분양 아파트 매물들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모습을 목격한 저는 '부동산 공부가 필요한 것 같아' 하는 강한 확신이 들었습니다. 언제 또다시 복귀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공부나 하자'싶어 집어 들었던 부동산 소액투자책이 지금의 저를 만들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저는 그 확신이 들자마자 부동산 책을 읽어 들이기 시작했고, 부동산 카페에 가입해서 수업을 듣게 된 것이 지금 투잡족 7년 차의 저로 살아가게 된 계기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삶이 참 재밌습니다.

교수님이 박사과정에 오는 것을 반대하지 않았더라면? 

이전 일로 복귀할 때 프리랜서가 아닌 정규직이었다면? 지금의 제 천직인 '부동산 투자자'인 저를 만나지 못했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인생에서 본인이 찍어놓은 수만은 점들이 연결되어 '지금의 나'를 만든다고 된다고 하던데 그동안 그런 점들을 찍어두었던 걸까요?  


출근 대신 부동산 재테크 학원                                                                                                  

잠시 일을 쉬는 기간에 저는 부동산 재테크 책을 읽고, 재테크 카페에 가입해 부동산 투자 수업을 듣습니다.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 놓고 재테크 강의를 듣고 부랴부랴 달려오면 아이들 하원 시간. 아이들을 데리고 집으로 와서 육아 후 아이들 재워놓고 또 부동산 재테크 공부... 이런 시간을 반복했습니다.

재취업을 준비할 때 처럼요. 

                                           

당시 5살 첫째 아들의 어린이집 등원 모습
내 사랑과 힘의 근원

2014년 7월

요즘 내 에너지와 엔도르핀의 근원

엄마를 어찌나 위하고 이해해주는지...

내가 너무 피곤해하면

"엄마 오늘 많이 피곤해요? 여기 누워 좀 쉬어~" 하며 짧은 다리 무릎을 펴고,

내가 옷을 입으며 거울을 보고 있으면

"엄마 정말 예쁘다~ 엄마는 매일매일 예뻐요!"하고

내가 맛난 음식을 해주면

"엄마 정말 최고예요! 정말 맛있어요~ 나중에 또 해주세요" 하고

내가 입맛에 안 맞는 음식을 해주면

"엄마 내가 이번에는 골고루 먹겠지만, 다음에는 하지 말아요~~" 나를 달래 듯한다.

내가 가끔 티브이 보다가 청승맞게 울면 내 눈물을 닦아주며

"엄마 슬펐어? 왜 울어요? 울지 마요. 내가 지켜줄게" 하며 안아 내 등을 작은 손으로 쓸어준다.

매일 아침 어린이집 가는 길.

나는 현이 손을 잡고 범이는 앞서 뛰어간다.

그 뒷모습이 어찌나 뭉클한지 잊지 않고 싶어 눈으로 매일매일 찍어둔다.

-2014년 일기 일부 발췌                                                


이런 첫째가 있었기에 제가 그런 에너지가 생겼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하나에 꽂히면 매우 몰입하는 성향이 있습니다. 이게 참 좋은 점도 있지만, 정도가 심해서 몸을 사리지 않고, 제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저를 못살게 구는 편입니다. 그리고 확신이 들면 실행을 빠르게 하는 편이기도 한데요. 약 3개월 정도 공부하고 나니 실전 부동산 투자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 놓고 학원 가는 날을 제외하고는 부동산을 보러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아이들이 하원 할 시간에 맞춰 어린이집으로 달려오곤 했습니다. 저는 길치, 방향치에 운전도 제대로 못합니다. 학원에서 만난 수강생분들과 '임장'이란 것을 가도 아이를 데리러 오는 시간에 맞춰 중간에 빠져야 했기 때문에 어느 순간 재테크 학원  수강생분들이 저를 불러주지 않았습니다. 투자도 혼자 고독하게 해야 하는 거였습니다.

약 4건의 부동산을 매수했을 즈음 다시 컨설팅 회사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잠시 망설였습니다. 지금 이 속도대로라면 금방 재테크로 큰 부자가 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부동산 재테크와 프리랜서 컨설팅 투잡러를 결심하다

긴 고민 끝에 부동산 재테커와 프리랜서 컨설턴트 '투잡러'를 결심합니다.            

얼마나 힘들여 다시 일을 하게 되었는데 바로 포기하기에는 제가 들인 시간과 노력이 아까웠습니다. 그리고 출산을 이유로 '뭔가 이뤄내지 못한 분야'라는 생각에 미련이 남아있었습니다. #부동산재테커 와 컨설턴트 #투잡족 이 되기로 결심합니다. 이제 다시 이모님을 모셔야했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쓰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회사 출근하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 119 부른 사연을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첨부사진>>

1번 사진 : Photo by Glenn Carstens-Peters on Unsplash

2번 사진 : Photo by 베로니카

3번 사진 : Photo by 베로니카

4번 사진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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