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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로니카 May 07. 2020

'불임'을 선고받고 기적처럼 온 너.

워킹맘과 도우미이모님 육아1


저와 제 남편은 지방 출신입니다. 서울에서 만나 3년 연애 후 결혼했고, 야근이 많은 직업을 선택한 이유로 정말 열심히 일하고, 재테크에 집중합니다. 그러다 보면 아이가 생기겠지?

 '오만'이었습니다.


불임을 선고받다
이런 몸 상태로는 아이가 생기지도 않고,
생긴다고 하더라도 유지되지 않을 겁니다.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며 불태웠던 신혼 기간... 신입시절 끝도 없는 야근...

출근 준비하던 어느 날 꼭 맞던 원피스의 허리가 주먹이 들어갈 만큼 헐렁한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살이 이렇게도 빠지나?'

회사에 출근하면 많은 분들이 "OO 씨 괜찮아요? 요즘 너무 야윈 것 같아요~" 하던 이야기가 오버랩됐습니다.

동네 병원에서 대학 병원까지... 내분비계 전문의에게 들은 말입니다.

얼마나 울었는지... 제가 얼마나 아이를 갖고 싶어 했었는지...

눈물 흘리던 내게 전문의가 한 말이 10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이 납니다.

"암에 걸렸다고 한 것도, 죽을병도 아닌데 왜 우시죠?"

어쨌든  저는 임신이 안 될 여자라고 선고받았습니다.

난 예지몽을 잘 꾸는 여자

병원을 다녀온 날 조그만 성모상 앞에서 얼마나 울며 기도했는지 모릅니다. 울다 잠이 들었습니다.

화사한 봄날 제가 온통 초록인 풀밭을 거닐고 있습니다. 황금색 바탕에 까만 점박이가 있는 조그만 뱀이 저를 졸졸졸 쫓아옵니다. 저는 평소 뱀을 굉장히 싫어하는데 꿈속의 뱀은 무섭지도 않고, 귀엽습니다. 뱀이 점점점 커지더니 제 온몸을 감고 저를 보며 반달 웃음을 짓네요. 그 느낌이 어찌나 생생한지 꿈에서 깨어나서도 제 몸을 감고 있던 촉감이나 힘이 느껴졌습니다.

 '이건 분명 태몽이야!' 

웃으실지 모르지만 저는 평소 큰일이 있을 때 예지몽을 꾸고 대부분 잘 맞는 편입니다. 생전 이런 꿈은 꿔 본 적 없고 이토록 생생하니 분명 태몽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병원에서 받아온 호르몬제가 있었는데 그 약을 복용하면 1년 이상 임신을 하면 안 됐습니다. 정말 만에 하나 임신이 되더라도 호르몬제 때문에 대부분 기형이 된다고 했습니다. 한 달치 호르몬제를 먹지 않습니다. 저는 예지몽을 잘 꾸는 여자, 그 예지몽이 잘 맞는 여자니까요. 간절하게 원하던 아이... 혹시나 하는 마음이 컸습니다. 한 달 후 검진에서 놀랍게도 호르몬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선생님께 약을 먹지 못했다고 했더니 이 정도 수치라면 약 없이 지켜보자 하셨습니다.

몸이 더 이상해지다

그렇게 몇 달 후... 

제가 평소 즐겨하지 않던 음식들을 계속 찾고, 즐기는 모습을 보던 직장 동료가 이야기합니다.

"지혜 씨, 사람이 죽을 때가 되면 변한다던데... 진짜 이상해서 그래요. 평소 너무 안 먹던 음식을 평소 양보다 너무 많이 먹으니까 이상해요. 병원 한번 가봐요"

'이건 뭐지? 그러고 보니 내가 평소 안 먹던 고기도 너무 당기고, 피부도 이상해지고, 살도 갑자기 찐 것 같고... 스트레스가 너무 많았나?'

하는 생각으로 퇴근하는 길 정말 혹시나 하고 임신 테스트기를 사고 집에 왔습니다.

그동안 많은 실망을 했던 터라 그날 이후 며칠이 지나서 테스트를 해 본 기억입니다.

'앗! 임신 테스트기도 유통기한이 있던가?'

선.명.한 두 줄... 

어안이 벙벙... 거짓말 같았습니다. 남편한테 말 못 하고 친언니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합니다. 임신 테스트기가 이상한 것 같다고... 언니가 테스트기는 거의 90프로는 확실하다고 축하해줍니다.

밤새 뒤척였습니다. 혹시 아니면 어떡하지? 그동안 잦은 실망으로 더는 실망하기 싫었습니다. 


기적이 일어나다

다음 날 점심시간을 이용해 근처 병원에 갔습니다. 아침부터 병원으로 달려가 확인하고 싶었지만 부산 떨다 임신이 아니라면 크게 실망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 떨리던 순간...

"아직 심장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임신입니다. 축하드립니다."

"정말요? 진짜 임신 맞아요?" 하고는 말없이 눈물 흘렸습니다. 

'봉봉이'라는 태명으로 몸과 마음에 좋다는 많은 것들을 섭취하고, 찾아 즐겼습니다. 

매일 아침 사과 반쪽, 아몬드 먹기, 태교에 좋다는 클래식 음악, 책...

"아이가 생긴다고 하더라도 유지할 수 없을 겁니다"

전문의의 말 때문에 임신 10달 내내 한 시도 마음이 안 놓였었습니다.

아이는 무럭무럭 자라 10달 하고 10일 만에 세상에 태어났습니다.

기적처럼 찾아온 내 보물. 벌써 10년 전의 일입니다.

꿈에서 본 뱀처럼 반달눈으로 웃어주던 아이
2020년 1월 8일 결심하다

제가 읽은 그 어떤 #육아 책에도 없는 야근 많은 프리랜서 #워킹맘 의 육아에 대해 써 보겠노라고...

지금 정확히 몇 번째 이모님인지 잘 모르겠지만 또 그만두신다고 하십니다. 

둘째 초등 입학 다음 날 3년 입주하신 이모님이 떠나고, 새로 모신 출퇴근 도우미 이모님...

가족사가 있어 도와드렸던 부분이 해결된 지 한 달도 채 안 되었는데...

하하 하하 하하 하하 그냥 웃음만 나왔습니다.


#이모넷 이라는 사이트가 생길 정도로 우리나라 많은 워킹맘들이 할머니, 할아버지 또는 친지가 아닌 도우미 아주머니를 '이모님'이라 부르며 육아와 전쟁 중입니다. 그동안 내 일기장과 다이어리에만 가득했던 #도우미이모님 을 모시고 하는 육아에 대한 한숨과 침묵 이따금씩의 행복을 글로 남기려 합니다. 제가 가장 쏟아내고 싶은 글인 것 같습니다. 기록을 남기는 데는 우리 아이들을 염두에 둔 것이기도 합니다. 엄마가 그 많은 이모님을 아름답게 떠나보내며 아이들에게 한 '선의의 거짓말'에 대한 비밀과 고민을 나중에 이 기록을 토대로 이야기하고자 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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