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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로니카 May 16. 2020

하느님의 깜짝 선물에 흘린 미안한 눈물

워킹맘과 도우미이모님 육아3

첫째를 낳은 지 10년...

지금은 내 육아의 중반부쯤일까요?

어디쯤인지 모를 요즘 아이들과 시간을 알차게 보내려 노력 중입니다.            

아~ 맛있다! 엄마 오늘 점심은 뭐 먹어요? 저녁은요?

매일 아침 식사를 맛있게 먹으며 우리 공주님이 하는 말입니다. 그렇습니. 게는 육아 이야기 1편, 2편에서 이야기한 어렵게 임신하고 낳은 아들도 있고, 얼떨결(?)에 받은 선물 복덩이 둘째 딸도 있습니다.

오늘 그 이야기의 시작을 기록하고자 합니다.


첫째와 함께한 모든 첫 순간

회사의 엄청난 눈치와 외면을 받으며 육아휴직을 시작 한 는 하루하루 우리 아들과 시간이 아까웠습니다.

엄마가 처음인 많은 육아서를 보며 배운 육아 놀이, 학습을 시도해보기...

매일매일 엄마를 위해 준비한 아침 선물처럼 온갖 재롱과 발달 과정을 보여주는 아들...

서로의 첫 순간들을 하나하나 눈에 익히고, 맞춰가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엄마인  시도 때도 없이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임신 때부터 중얼중얼 아이에게 많은 이야기를 했던 저.

엄마는 지금 무얼 먹고 있는지 맛은 어떤지,

요즘 어떤 음악이 더 좋은지,

엄마는 오늘 어떤 옷을 입었는지,

오늘 날씨는 어떤지, 산책 길 어떤 꽃이 예쁜지,

일하느라 좀 힘들었던 이야기,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너도 좋아하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 등...


아이를 낳고 난 후 실제로 아이를 안고 아이 눈을 보면서 이야기를 하고 있노라면 정말 아이가 다 알아듣는 것 같았습니다. "봉봉이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 즐겨 듣던 음악이야 기억나?", " 이게 엄마가 아침마다 먹던 사과야~", "엄마가 얘기해줬던 봄이야~ 봉봉이가 생겼다는 걸 처음 알게 된 계절. 저기 초록 보이지? 새싹이 돋고 있어"...


책을 많이 읽어 주었습니다.

잠시 '구연동화 자격증을 따 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내 새로운 재능을 발견하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첫째가 특히 좋아하던 책은 [입이 큰 개구리], [달님 안녕], [사과가 쿵]이었습니다.

아직도 몇 구절은 기억납니다.

그리고 엄마의 책 [니체의 말] 아기 띠를 메고 동동 거리며 자주 읽어주어서 그런가 아들은 꼬마 철학자 같습니다.


아들은 수많은 첫 순간들을 엄마에게 선물해주었습니다.


처음 할아버지 앞에서 뒤집기를 보여주던 순간,

자리에 앉아 뿌듯한 표정으로 엄마를 바라보던 순간,

잠시 부엌에 나온 사이 안방에서 어기적어기적 엄마 찾아 기어 나와 놀라게 했던 순간,

일어섰다 앉았다를 연습하더니 한참을 일어서 있던 순간, 걸음마를 떼었던 순간,

"마~엄마" 하고 엄마라고 불러주던 순간,

이유식을 순삭 하던 순간...

이 글을 쓰는 10년이 지난 오늘도 그 순간들이 또렷하고 가슴 벅찬 추억입니다. 고맙다 아들.

이따금씩 엄마라는 게 이렇게 힘들구나 싶었었고(지금도 변함없지만^^;;;), 임신 전부터 문제였던 호르몬 이상으로 우울증과 무기력증이 너무 심해서 병원도 다녔고, 육아휴직을 빨리 끝내고 일하러 가고 싶었던 순간들도 있었고, 잦은 야근과 회식으로 늦는 아빠와 다퉈 우는 날도 있었고, 출산 후 드라마틱 한 몸의 변화에 한숨을 쉰 날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엄마가 세상에 태어나 가장 잘한 일은 진부하지만 아들을 낳은 일이었다는 것임에는 변함없었습니다.


하느님의 깜짝 선물. 기쁨보다는 두려움
아직도 미안해

첫째가 8개월 무렵.

둘째 복덩이를 임신했다는 것을 알게 된 늦은 여름날...

남편은 무척이나 기뻐했지만, 당시 그 상태에서 하나를 더 낳아 #독박육아 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거기다 내가 좋아하던 일은 #육아휴직 아닌 #퇴사 가되는 상황... 두려웠습니다.


오빠 나 알지?  
정말 씩씩하고 용감하잖아.
근데 엄마는 정말 자신이 없어.
나 지금도 겨우겨우 해내고 있어.
아이 하나도 이렇게 힘든데 둘을 나 혼자 어떻게 키워? 오빠는 늘 야근에 회식인데...
엄마가 제일 자신 없어.


펑펑 울었습니다.

(아직도 둘째에게 그날은 미안한 마음이 큽니다)

그토록 바라던 아이였는데... 막상 연년생으로 둘째가 생기니 그때는 정말 두려웠었다. 자신이 없었습니다.


하느님의 깜짝 선물 '복덩이'는 우리에게 갑자가 왔습니다.


둘째를 임신하고 첫째 육아는 쉽지 않았습니다.

첫째 때와 다르게 입덧도 심했고, 몸이 힘드니 아들과 놀아주는 것이 예전만 못했습니다. 무엇보다 동생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를 첫째를 생각하면 마음이 짠했습니다. 첫째와 둘째 18개월 차이...

둘째 임신 덕분에 10개월 만에 그렇게 좋아하던 엄마 모유와도 결별해야 했고, 계획보다 일찍 어린이집도 다니기 작했습니다. 첫째에게 미안한 마음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둘째가 첫째의 정말 좋은 친구가 되어 줄 것'이라는 희망과 '둘째는 어떤 녀석일까?' 하는 기대감으로 둘째 복덩이를 맞을 준비를 했습니다.


남편도 더 많은 공동육아를 위해 새벽같이 출근해서 되도록 일찍 집에 오는 노력, 야근이나 회식하고 와서도 입덧이 심한 나를 위해 첫째 이유식을 만들어주는 등 애를 많이 썼습니다.

(그때는 와 닿지 않았던 모습들이 내가 다시 일을 하며 회사 눈치를 보니 나중에야 '남편 그때 많이 힘들었겠다'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더위가 막 시작될 무렵.

그토록 갖고 싶던 딸 둘째가 태어났습니다.

첫째가 워낙 난산이었기에 많이 긴장했지만 순산이었고, 둘째는 복덩이라고 어떤 기형아 검사 등도 받지 않고 낳았는데 건강하게 태어나 주어 정말 감사했습니다.

2012년 는 회사를 퇴직하고 두 아이의 #경단녀 엄마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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