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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비 Oct 01. 2023

전직은 피똥 싸게 힘들다: (3) 백수 타임리밋

개발자로 전직을 해야겠다고 결심을 한 후, 나는 지금의 부인님과 담판을 지으러 갔다.  돈을 더 모으는 것도 아니고, 커리어를 더 안정적이게 쌓는 것도 아니고, 취업이 확정되지도 않은 길을 간다는 것은 결혼을 약속한 이상 더 이상 나만 리스크를 진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나는 일종의 협상안이자 선언문을 들고 갔는데, 그것이 바로 6개월 이내에 개발자로서 취업을 하겠다는 광대한 포부였던 것이다. 


그때 내가 왜 6개월 안에 개발자로서 취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는지 돌이켜 보면,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데이터 분석가로서 자만심이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다양한 데이터 분석가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내가 그동안 배우고 쌓아왔던 경험과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중 많은 부분을 내가 혼자 이룩했다는 생각이 나는 혼자서 뭐든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확신감을 주었던 것이다. 여기에 더해서 'MIT 4년 과정 1년 만에 혼자 끝내기' 같은 TED 영상을 보고 난 후라, 부트캠프에 가는 것보다 내가 혼자서 효율적으로 지식을 습득해 나아가면 빠른 시간 내에 컴공을 전공으로 한 학생들과 비벼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즉, '내가 혼자서 알아서 효율적으로 남보다 더 빨리 잘 배울 수 있으니, 그냥 6개월 만에 코딩 독파해서 취업한다'라는 매우 오만한 생각을 가지고 위의 타임리밋을 정한 것이었다.


문제는, 데이터 분석가로서 일하며 입은 심리적 타격이 너무 컸고 또 내가 정말로 개발을 배우고 싶은지 모르는 상태였기에 어느 정도 나를 알아가는 휴식의 시간이 필요했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서, 기존에 매우 여유롭게 일하다 보니 나는 정말로 치열하게 무언가를 한다는 감각을 잃어버린 상태였다.

이 모든 문제를 인지하지 못하고 공부를 시작함으로써 나는 내가 그렇게 자신 있어하고 또 중요히 여기는 '공부 효율'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여정을 시작한 것이다. 이 얼마나 웃긴 아이러니이자 멍청함인가! 하하


이렇게 마음만큼 집중력과 효율이 따라오지 않으면서, 나는 점점 더 따른 것들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재미있는 것은 그 와중에 마냥 노는 것은 또 싫어서 무언가 생산적인 딴짓을 했다는 것!).


지금 생각해 보니 그 딴짓들이 참... 나다웠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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