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브잇이라는 회사를 시작으로, 요즘 들어 개발자, 기획자, 마케터가 아닌 Problem Solver를 구한다는 구인공고를 올리는 회사들이 종종 보인다. Problem Solver라는 직업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이러한 직업이 존재하는 회사의 업무 시스템은 매우 비효율 적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모든 것을 하게 되면, 모두가 그 무엇에도 집중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은 조금 생각이 다르다.
Problem Solver라는 직업이 생길 수 있었던 이유는 아래의 4 가지이다
1. 업무의 자동화
2. 쉬운 지식 접근
3. 매우 쉬워진 아웃소싱
4. 사업 방향만 존재하는 회사
기존에는 회사에서 각 직책이 해야 하는 단순반복적이지만 유의미한 일들이 있었다. 예를 들어 마케터라면 그날의 마케팅 성과를 엑셀에서 차트로 만드는 것 같은 일 말이다. 하지만 내가 하고 있는 일 들 중 많은 일들을 소프트웨어로 자동화하기 너무 쉬운 시대가 왔다. 지금도 Zapier라는 도구를 활용해 이런저런 소프트웨어를 엮어 내 업무에 최적화된 자동화 프로세스를 만들기는 너무 쉽고 또 너무 저렴하다. 한 10만 원 정도 쓰면 사실 네이버 예약 같은 서비스를 내 손으로 만들 수 도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단순 업무가 아닌 창의의 영역이라 생각했던 마케팅 문구 및 이미지를 대신 만들어주는 서비스 또한 존재한다
이러다 보니, 기존의 직업들이 해야 하는 실행의 영역에 있는 일들은 점점 더 축소되고, 그 직업을 이루는 매우 근본적인고 핵심적인 무언가만 남게 된다. 마케터라면 '매출을 올린다'라는 방향과 그것을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만 남고 나머지 짜치는 일들은 모두 소프트웨어가 해주는 것이다.
이렇게 특정 직업의 사람이 해야 하는 일 중 실행은 사라지고 생각만 남게 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위와 같은 트렌드 속에서 개인의 역량이 높을수록 그 사람의 업무 범위는 끝없이 확장된다. 다양한 업무의 핵심적인 지식은 너무나도 쉽게 배울 수 있고, 생각에는 업무 범위의 한계가 없기 때문이다.
단순히 업무의 자동화만 급속도로 일어났다면, 각 직업의 효율이 극도로 올라가는데 끝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흐름은 내가 무언가를 하고자 할 때, 거기에 필요한 다른 일들을 아웃소싱 주기 너무 편해진 그리고 그것이 너무 효율적이게 된 시대이다. 예를 들어 내가 어떤 서비스를 만들고자 하는데, 마케팅이 필요하면 내가 할 필요 없이 그것을 전문적으로 하는 회사에 돈을 주고 맡기면 된다. 재미있는 것은 그런 외주 회사들의 업무 효율이 극도록 올라가다 보니 일을 맡기는 것 자체가 그렇게 큰돈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을 개인에게 적용시키면, 개인은 하고자 하는 업의 방향과 방법과 창의를 가지고 가고 그 이외의 것들은 다 외주 주어 실행해도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개인에게 남은 것은 무엇일까? 문제와 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방향 혹은 태도만 남는다.
이렇게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의 범위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효율성이 극대와 되면서 회사는 한 가지 고민을 하게 된다. 그래서 개인에게 어떤 역할과 일을 주어야 할까, 그리고 어떤 사람을 구해야 할까.
Problem Solver라는 직종을 구인구직에 올리는 회사들은 보통 스타트업인 경우가 많다. 왜 그런지 생각해 보면 스타트업이 당면한 문제는 보통 특정 권한을 가진 직책의 사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기보다는, 다면적인 생각과 실행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어떤 서비스 기획을 할 때, 이 기획이 실행되기 위해서는 개발을 뛰어넘어 업무 프로세스의 변화, Customer Voice 응대 자동화, 마케팅이 동시에 들어가야 하는 일들도 간간히 있다.
이렇게 다면적인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이러한 다면적인 일을 개인이 할 수 있을 만큼 업무의 자동화 및 아웃소싱이 활성화되면서 회사들은 어떤 특정한 일만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닌 회사가 풀고자 하는 문제에 공감하고 이를 풀기 위해 무엇이든 궁리하는 사람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런 사람을 모으고 또 같이 일하기 위해서 회사들은 개개인에게 막대한 자율권을 주게 된다.
즉, 거시적 방향과 문제만 있을 뿐, 그것을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는 모든 것을 개인에게 맡겨 버리는 회사들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4가지 요소가 엮이면서 회사들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이든 하는 극도의 효율적인 사람들을 찾게 된 것이고, 이 사람들이 할 일을 Job Description에 기존의 어떤 직업으로도 설명하기 어려우니 Problem Solver라는 직업 명을 만들게 된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생각이 든다. 그럼 Specialist는 종말을 맞이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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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경우, 전문적 지식에 의한 허들은 사라지지만, 경험과 사유의 축적에 기반한 개인의 스타일은 남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개인만의 고유한 스타일을 갖추기를 모든 사람에게 요구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