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마음 한편에 다른 사람들이 보면 "그게 뭔데 씹덕아"라고 부를 만한 마이너 한 취향들을 가지고 있다. 나는 수학을 잘한다고 할 수 없지만, 간단한 수학 모델들을 우리 주변에 도입하여 세상을 색다른 시각으로 이해하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아, 근데 그게 사회과학과 연관이 있다고? 입에서 침이 흐른다... 후르릅!
왜 다양한 수학 모델들과 그것의 활용에 환장하냐고 물어본다면 (물론 아무도 물어보지 않겠지만). 수학 모델이라는 것의 근본을 파고 들어가 보면 특정 현상을 이해 및 측정 가능한 구성 요소들로 쪼개서, 그 요소들이 어떻게 서로 연결되어 있는지 설명하는 그럴듯한 판타지 소설 (어떤 사람들은 '가설'이라고 한다)이기 때문이다. 이는 달리 말하면, 수학 모델을 통해 다양한 상황들에 대해서 수많은 '말이 되는 상상'들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상상이 현실을 잘 반영한다면 금상첨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수학 모델을 통해 현실의 문제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 자체가 멋있다는 것이다! 덤으로 '아... 모르는가? 이것은 [수학 모델]이라는 것이다'라고 간간히 자랑할 수 있는 것은 케이크 위의 초콜릿 같은 느낌이다.
덕질을 홍보하다 보니 말이 많아졌지만, 흥미와 별개로 사실 어느 정도의 복잡성을 가지는 많은 구조체들은 (앱 서비스, 물류, 혹은 당신과 우리의 데이팅 앱) 다양한 수학 모델을 사용하여 자신들의 시스템을 효율화 및 정교화해 나아간다. 그리고 각 도메인에서 쓰이는 수학 모델은 사실 거기서 거기라서, 생태학에서 쓰이던 수식이 앱서비스에서 쓰인다던가(혹시 carrying capacity라고 들어봤는가?), 아니면 네트워크 학에 쓰이는 수식이 SNS 콘텐츠 랭킹에 쓰이기도 한다. 따라서 분야 상관없이 하나의 수학 모델을 배운다는 것은 하나의 사고방식을 배우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다양한 사고방식을 통해 세상을 시뮬레이션해본다는 것은, 무언가를 실행해 보기 전에 수학 수식이 우리 대신 먼저 실행해 보고 죽어본다는 (혹은 월급을 삭감당해 본다는) 말과 같다. 자, 서론이 길었다. 오늘의 수학 모델은 창고 공간 낭비측정이다 (Honeycombing Formula라는 있어 보이는 말을 앞으로 쓸 것이다). 그리고 공간 낭비측정 수식으로 왜 데이팅 앱에서 당신이 매칭이 안되는지 설명해 보겠다.
자자 선생님들 아직 나가지 마시고 제 말 좀 들어보세요. 아 진짜 재미있다니까.
여러분 올리브영을 생각해 보세요! 올리브영의 매대? 선반? 을 보면 한 종류의 똑같은 상품들이 일렬로 3~5개 정도 높여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사람들은 맨 앞의 상품만 선택해 가기 때문에 (예외 케이스는 무시하도록 한다!) 그 뒤에 있는 2~4개의 상품은 공간만 차지하는, 더 정확히는 공간을 낭비한다고 볼 수 있죠. 그러면 그 '공간낭비'는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자, 여기까지 따라오셨나요? 꽉 잡으세요. 아래의 설명이 지루할 수 있지만, 읽다 보면 데이팅 앱에서 당신이 왜 매칭이 되지 않는지 알 수 있는 단계에 도달할 것이다.
자, 아래와 같은 상황을 '가정'해 보자.
1. 올리브영에서 단 한 종류의 상품만 판다
2. 올리브영에서 해당 종류의 상품을 일렬로 정렬해 두고 판다.
3. D = 1년에 팔리는 총 상품 개수 = 100개.
4. q = 올리브영에서 본사에 재고를 채우기 위해 한 번에 주문하는 상품 개수 = 10개.
5. 이때 q/D는 올리브영의 재고가 몇 년 (예: 0.1년) 단위로 전부 팔리는지를 말한다.
6. 매대의 한 줄에 상품이 k개 놓여있다 (가로가 아니라 세로로).
위의 가정에 근거하여, 팔리지 않고 뒤에 쌓여만 있는 상품들이 평균 몇 년이나 매대에서 그냥 놓여있기만 한지 계산해 보면 아래와 같은 식이 나온다.
아, 잘 이해가 안 간다고? 그럼 chat gpt에 내 글을 복붙 한 후 자세히 설명해 달라고 해보자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자, 이 수식이 당신이 데이팅 앱에서 매칭이 안 되는 것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magic start!
아래와 같이 위의 수식을 대입해 보자.
1. 틴더 같은 데이팅 앱에서는 남성들을 "일렬로" 정렬해 둔다 (한 번에 가장 앞에 있는 한 명만 스와이프 할 수 있다).
2. D = 1주에 여성분이 소통할 수 있는 총 매칭 남성 수 = 5명.
3. q = 매주 새로 들어오는 매칭 수 = 20명.
4. k = 한 번에 대화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 수.
이것을 근거로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k-1)/2 = 19/2 = 이번 주에 매치되었지만 말 걸지 못하는 9.5명의 남성들.
여성분에게 매치된 남성들 중 20명 중, 평균적으로 9.5명이 대기 상태에 있다. 즉, 매칭이라는 극악한 확률을 뚫었더라도 50% 확률로 당신은 말조차 걸지 못한다!
2. q/D= 20/5 = 새로 매칭되더라도 기다려야 하는 시간 4주.
당신이 다음 주에 해당 여성분과 매칭이 된다면, 해당 여성분이 기존에 매칭된 분들을 모두 패스하고 당신과 대화하기까지 약 4주가 걸린다.
3. 4 X 9.5 = 평균적으로 상시 38명이 대화도 못 걸고 매칭 상태로 있다.
그리고 당신이 38명 중 한명일 가능성이 높다.
으윽, 가슴이 찢어진다. 하지만 너무 상심하지 말자. D, q, k를 조절해 보면서 행복 회로를 돌려볼 수 있다! 만약 D가 20이라면? 여성 한 분에게 매치된 후 대기 타고 있는 남성분들이 평균적으로 9.5명밖에 안 된다!
이 얼마나 재미있는가. 수학을 통해서 우리는 왜 우리가(특히 남성분들이) 데이팅 앱에서 무한 대기를 타게 되는지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럼 여기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1. D가 적어지는 환경, 예를 들어 동호회를 가자.
2. q가 적은 환경, 즉 오프라인 모임을 가자.
3. k가 큰 환경, 음... 다양한 사람과 짧은 텀으로 대화할 수 있는 곳을 가자?
여기까지 수학을 통해 왜 우리가 연애를 하지 못하는가에 대해 설명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