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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경 Apr 04. 2020

런던크래프트위크 (9) 인도 공예마을

사라져가는 수공예 기술을 살리기 위한 정부의 노력 

긴 역사를 자랑하는 인도의 수공예품은 언제나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인도에도 공예마을이 있고, 크래프트위크가 매년 12월 개최된다는 사실은 이전까지 알지 못했던 정보라 흥미롭다. 인도에서 하트 바자르(Haat Bazaar)는 노상점포가 즐비한 마켓을 가리킨다. 그리고 산스크리트어로 멜라(Mela)라고 불리는 축제도 열린다. 이 둘은 공예품이 판매되는 두 가지 형식인데, 오래 전부터 쭉 이어져 왔다. 그런데 기존의 유통방식이 공예품을 소외시키고, 혁신적인 사고로 공예품을 장려하고자 하는 열망과도 괴리가 있다는 문제의식 아래 인도 크래프트 위크(India Craft Week)가 출범했다. 


런던 네흐루 센터에서 열린 인도 공예마을 프로모션 전시 (사진제공: London Craft Week)


각양각색의 인도 공예품을 현대적 양식에 맞게 소개하는 일종의 플랫폼인 인도 크래프트 위크는 평범한 공예의 지위를 누구나 갖고자 열망하는 것으로 한 차원 향상시키는 데에 그 목표를 두고 있다. 공예를 중시하는 국제적인 커뮤니티와 바이어들에게 이국적이면서 우수한 수공예를 새롭게 이미지 메이킹하고자 시도하는 이 행사는 전통과 현대 공예를 잇는 다리 역할도 하고 있다.  


인도공예마을 설립자 이티 티아기(Iti Tyagi)에 따르면, 오늘날 세계는 지속가능성, 올가닉, 혹은 윤리에 대한 의식을 새롭게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이것은 아주 오래 전부터 공예가 가진 특징이며, 영혼 없는 상업적인 접근은 이러한 중요한 연결 지점을 끊어버린다고 설파한다. 그리하여 인도 크래프트 위크는 방법, 과정, 소재에 초점을 두고, 잊고 있었던 지속가능성과 올가닉의 가치를 되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런던 네흐루 센터(Nehru Centre)에서 열린 인도공예마을 프리뷰 행사는 12월 인도 뉴델리에서 선보일 위크의 홍보를 위한 사전 이벤트 성격이었는데, 시연을 하는 전통공예 장인들의 섬세한 손기술이 관람객들의 탄성을 자아내었다. 하지만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밀한 그들의 손놀림에 대한 존경심과는 별개로, 공예품의 고급화를 추구하기 위해서 오늘날 소비자들의 안목에 맞는 상품화 디자인 컨설팅이 그들에게도, 우리에게도 시급해 보인다.


(사진제공: London Craft Week)



인도공예마을 설립자

이티 티아기(Iti Tyagi)



“저는 인도 정부 여성&어린이 발전부 장관님과 세계공예청 아시아태평양지구 대표님을 모시고 2018년 뉴델리에서 제1차 인도크래프트 위크를 런칭했습니다. 인도 크래프트 위크는 인도의 장인 정신은 물론 고급스러움의 대명사로 자리매김 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인도의 수준 높은 장인 정신을 기념함과 동시에, 모든 관련 종사자들을 한자리에 초대하여 인도와 전 지구적 공예 생태계에 새로운 현상을 만들어내고자 합니다.  


현재 세계적으로 단 5~6개의 크래프트 위크가 개최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하나의 우산 아래서 서로 협력 하여 세계의 다양한 문화와 공예품을 한자리에 모으자는 아이디어에 공감했습니다. 훌륭한 기획들이 국제적으로 연결되지 않고 장소적 한계로 인해 내부적 논의로 그치는 것은 문제라고 봅니다. 우리가 올해 LCW에 참가하고, LCW 역시 인도 크래프트 위크에 방문하기로 함으로써 문화 교류를 시작했습니다. 이 교류를 시작으로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는 다른 크래프트 위크를 연결하는 통로를 만들고 싶습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우리 내부에서 현재 하고 있는 논의들이 동시대적으로 LCW에서도 논의되고 있는 점입니다.  


이번 행사를 위해 주영 인도대사관은 영국과 인도 양국 간 협력을 위해 장소와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리하여 인도공예마을은 LCW 행사 기간 중 ‘인도 크래프트 위크 프리뷰’라는 이름으로 10종의 공예품을 선보일 수 있었습니다. 전통이든 현대이든 간에 장인정신의 정수를 보여주자는 LCW와 인도 크래프트 위크의 목적이 동일하다는 것 또한 이번 파트너쉽의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우리는 오 천년 동안 내려온 풍요로운 유산과 문화의 몽타쥬를 인도 공예품의 형식으로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전시장에서는 국내외 공모전에 당선된 장인들의 목공예, 텍스타일, 3D 텍스타일, 금속, 민속예술, 직조, 도자 작품의 전시와 시연이 이루어졌습니다. 다양한 형태의 민예, 텍스타일 전통, 재료 문화를 통해 인도의 우수한 장인정신을 보여주었다고 자부합니다. 


이번 행사의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었습니다. 전시는 인도 대사님과 전시장인 네흐루 센터 디렉터님을 비롯한 여러 고위 인사들을 모시고 개관했습니다. 행사는 LCW 전시 기간 중 가장 많은 관람객들을 끌어들임으로써 가장 성공적인 프로그램 중 하나로 등극했습니다. 관람객들은 다양한 인도 공예를 배우는 것을 즐거워했고, 장인들과의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서로 교류하는 기회 또한 가졌습니다. 가상 테크놀로지 시대에 전통 공예는 사람들이 촉각적 감성을 느낄 수 있도록 합니다. 또한 공예를 배우는 것은 바쁜 일상 속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명상에 잠길 수 있는 시간을 갖도록 합니다.


제2회 인도 크래프트 위크는 2019년 12월 4일부터 8일까지 뉴델리 에어로시티(Aerocity)에서 열립니다. 올해의 행사는 세계 150여개 이상의 브랜드, 디자이너, 장인, 공예가들을 모두 한 자리에 불러모을 예정입니다. 공예 럭스(Craft Luxe)관은 발전하는 공예 분야의 광범위한 비전을 놓고 다양한 토픽과 아젠다의 패널 토의 및 상호 교류를 위한 자리입니다. 그곳에서 수공예 업에 종사하는  참가자들이 만드는 신뢰할만한 럭셔리 제품과 지속 가능한 문화를 엿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 행사는 공예가 국가 건설, 생계 수단, 사회적 참여, 지속 가능한 문화와 관련될 뿐만 아니라 수 백만 사람들의 일자리 창출을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어린이들이 공예의 중요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시키고자 기획되었습니다. 공예 파노라마(Craft panorama)관에서는 ‘시간을 뛰어넘는 보물(Timeless Treasures)’ 전시를 통해 이전까지 볼 수 없었던 세계적 경지에 오른 장인들과 공예계 전설들의 놀랍고도 숨 막히는 작업들을 목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공예 리듬(Craft Rhythm)관에서는 공인된 단체와 개인이 선보이는 전통적인 부족 댄스와 뮤직 퍼포먼스가 이어질 예정입니다. 우리의 향후 계획은 인도 크래프트 위크를 글로벌 플랫폼으로 구축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지속 가능한 문화를 지켜나가는 세계 각지의 장인, 공예가, 브랜드들과 교류하고자 합니다. 


저는 2015년 공예마을을 사회적 기관으로 설립했습니다. 세계공예청 아시아퍼시픽 지부, 네덜란드 Res-Artis, 뉴욕 Residency Unlimited의 멤버로 가입되어 있는 우리 기관은 공예 분야의 훈련과 홍보 업무를 주로 하고 있습니다. 또한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미국, 영국, 네덜란드, 폴란드, 멕시코 등지에서 1만명 이상이 우리 기관에서 추진하는 레어 앤 익스크루시브(Rare & Exclusive) 공예 워크숍에 참가했습니다. 이 워크숍은 전세계인들과의 교류 뿐만 아니라 인도 공예 제품에 대한 주문도 증진시켰습니다. 우리 기관의 다양한 활동들은 100여 가지 공예 영역에 종사하는 수 천명의 장인들에게 현대 소비자, 산업, 후원자들과 연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교외 지역까지 지하철 개통으로 인해 공예마을은 2만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 기관은 전 세계 공예를 기념하고자 매년 10월 15일을 ‘세계 공예의 날’로 제정하고 2017년 세계 공예 공모전(International Craft Awards)을 시작했습니다. 30개 이상의 국가에서 공예 분야의 발전과 성장에 힘쓰는 작가, 장인, 디자이너, 기관들이 참여했습니다. 그 다음 행보로 2018년 인도 크래프트 위크를 시작했고 2019년 런던에서 이에 대한 프리뷰 행사를 열었던 것입니다."



(본 내용은 격월간 매거진 공예플러스디자인 2019년 7/8월호에 각색하여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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