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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경 Apr 14. 2020

미국 코닝유리박물관 'New Glass Now'

영롱한 유리 공예를 투과하는 시대 정신

미국 뉴욕에 위치한 코닝유리박물관은 1951년 유리제조사 코닝 Inc가 회사 설립 100주년을 기념해 조성한 비영리 박물관이다. 박물관이 건립된 이후 코닝사는 국가에 이 박물관을 기증했다. 이곳에서는 고대 이집트 파라오의 유리 부조부터 현대 조각 작품에 이르기까지 3,500여년의 유리 역사를 50,000여점의 소장품을 통해 볼 수 있다. 2015년 3월, 박물관은 동시대 아트&디자인 갤러리관을 오픈한 이래로, 다양한 동시대 유리 작품을 수집 및 전시하는데 주력해왔다. 특히 이곳에서 2019년 5월 12일부터 올해 1월 5일까지 열린 ‘뉴 글래스 나우’는 유리 공예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실험을 보여준 획기적인 전시로 주목받았다.


(사진제공: Corning Glass Museum)


‘뉴 글래스 나우’는 박물관에서 긴 호흡으로 기획되는 연계 전시의 일환으로, 그 시작은 1959년 개최된 ‘글래스(Glass)’ 전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윌리엄 모리스의 예술공예운동의 유산을 물려받아, 산업화로 인해 대량 생산된 유리가 더 이상 부유층의 전유물이 아닌 모두를 위한 일상 용품임을 보여주는 것이 전시의 목적이었다. 아르누보 스타일의 장식적인 유리 조형물과 결별하고 유리의 재료적 특성인 투명성과 기하학적인 형상을 강조함으로써 모던 공예의 전형을 제시했던 것이다. 글래스 전시가 끝나고 20년 후인 1979년 ‘뉴 글래스(New Glass: A Worldwide Survey)’ 전시가 열렸다. 1959년 전시가 주로 공장에서 제조된 와인잔이나 식기와 같은 생활 용품 위주로 구성된 반면, 1979년 전시에서는 팝 아트의 영향을 받은 작가들의 자유로운 예술적 표현에 주목했다. 그리고 또 다시 20년이 흐른 2019년, ‘뉴 글래스 나우’ 전시가 열린 것이다. 이 전시에서는 하이테크놀로지와 손 기술이 교차하는 유리 소재에 대한 실험에서부터 정치적 메세지를 전달하는 오브제에 이르기까지 유리 공예를 둘러싼 다양성을 보여주었다.


 New Glass Now 전시 (사진제공: Corning Glass Museum)


한편 1979년부터 꾸준히 발행되고 있는 ‘뉴 글래스 리뷰(New Glass Review)’ 연례 저널에는 지난 40년간 박물관이 축적한 귀중한 자료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한 해 동안 발표된 신규 유리 공예 작품 중 엄선된 100점, 유리공예 분야 조사 데이터, 박물관에 새롭게 추가된 소장품 목록 등이 저널에 매년 실린다. 인쇄 매체를 통해 박물관이 수행하는 조사, 연구 활동을 정기적으로 공개하여 대중들과 소통하는 활동은 우리에게도 바람직한 롤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박물관은 2021년 1월 3일까지 라이브러리 공간에서 아카이브 성격의 전시 ‘뉴 글래스 나우 I 컨텍스트(New Glass Now I Context)’를 진행한다. 큐레이터와 아키비스트의 콜라보레이션으로 기획된 이 전시는 지난 세 개의 전시들-글래스(1959), 뉴 글래스(1979), 뉴 글래스 나우(2019)-과 ‘뉴 글래스 리뷰’ 저널을 동시에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New Glass Now Review 전시 (사진제공: Corning Glass Museum)

박물관은 위의 전시들이 열릴 때마다 출품작 매입을 통해 20년 주기의 시대 정신이 담긴 유리 공예 콜렉션을 구성할 수 있었다. 이번 ‘뉴 글래스 나우’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 수지 J. 실버트는(Susie J. Silbert)는 이 소장품을 활용하여 전세계 투어를 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특히 최근 뛰어난 동시대 공예 작가들의 활동으로 주목받고 있는 한국에서 전시를 보여주기를 희망했다.



코닝유리박물관 큐레이터

수지 J. 실버트(Susie J. Silbert)


1. 공예박물관의 기능과 성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모든 공예박물관은 해당 커뮤니티의 니즈와 소장품, 그리고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의지하고 있기 때문에 역할에 있어 약간의 차이가 있다. 코닝유리박물관의 목표는 과거, 현재, 미래에 이르기까지 과학적이면서 예술적인 응용물로서 유리 소재를 사람들에게 교육시키고 영감을 주는데 있다. 박물관은 또한 유리 오브젝트, 인공 유리, 서적, 아카이브를 포함해 유리에 대한 모든 것들을 기록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2. 공예와 디자인, 예술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기관이 정의한 공예란?

우리 박물관은 예술, 공예, 디자인을 각각 구분하지 않는다. 유리 소재로 만들어진 것이라면 어떤 작품일지라도 전부 다룬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연례 출판물 ‘뉴 글래스 리뷰’와 ‘뉴 글래스 나우’ 전시에 소개될 작품을 선택할 때, 나를 비롯하여 한 명 이상의 심사위원이 공예와 장인 정신을 중점적으로 평가했다.   


3. 소장품 선정 기준은?

박물관의 수집 과정은 꽤나 엄격하며 엄청난 분량의 연구가 수반된다. 모든 큐레이터들은 정기적으로 개인에게 할당된 작품들을 검토한다. 일단 큐레이터가 소장품 후보를 선택한 다음에는 작품, 작가 및 제조사, 소장품으로서 의의에 대한 제안서를 작성한다. 이 문서는 박물관 내부의 여러 디렉터들과 이사회 멤버들로 구성된 수집위원회의 승인을 거쳐야만 한다. 하나의 작품이 소장품에 포함될 때까지 철저하게 심사한다.


4. 관람객 유치를 위한 방법(또는 계획)은?

우리는 다양한 관람객이 전시에 관심을 갖도록 노력하고 있다. 뉴 글래스 나우 전시에서는 신선한 방식의 전시 캡션을 선보였다. 각 작품의 캡션에 해당 작품을 선정한 심사위원의 생각을 간략하게 담은 것이다. 이 아이디어는 관람객이 작품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도록 자극했다. 다음 전시인 ‘인 스파클링 컴퍼니(In Sparkling Company)’는 마치 18세기에 온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 VR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할 예정이다. 물론 우리는 전 세계에 전시가 홍보될 수 있도록 마케팅 및 커뮤니케이션, 디지털 팀들과 밀접하게 협력한다.


5. 기관의 입장에서 작가들에게 부탁 또는 바라는 점이 있다면?

작가들로 하여금 자신의 커리어 단계별로 더 많은 기회를 창출하도록 돕는 것이 우리 목표다. 현대 작가들의 작업에 대한 흥미를 자극하여 새로운 관람객들이 더 많이 공예 및 디자인에 관심을 갖도록 만들고 싶다. 이는 ‘뉴 글래스 나우’ 전시와 ‘뉴 글래스 리뷰’ 저널의 지향점이기도 하다. 나의 조언은 작업을 계속하고, 비전을 계속 추구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작업을 많이 보여주라는 것이다. ‘뉴 글래스 리뷰’에 지원해달라.



(본 내용은 격월간 매거진 '공예플러스디자인' 2020년 3/4월호 내 서울공예박물관 건립 관련 특집기사로 각색되어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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