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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경 Apr 04. 2020

 런던크래프트위크 (2) 기획전 Scorched

피츠로비아 교회를 전시 공간으로 선택한 큐레이터 사라 마이어스코

LCW에서는 사라 마이어스코(Sarah  Myerscough)를 큐레이터로 역임하여 ‘Scorched’ 전시를 기획했다. 사라 마이어스코는 1999년 런던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갤러리를 설립하고, 전 세계 50여개 박물관과 갤러리와 협업하면서 갤러리스트로서 경력을 쌓았다. 그녀는 2014년과 2015년 연속으로 필자가 담당했던 공예트렌드페어(서울 코엑스) 해외 갤러리관에 초청되어 한국을 방문하고 국내 공예 마켓을 둘러본 바 있다. 이때 맺어진 인연으로 2015년과  2016년 디자인 마이애미 바젤에 한성재 작가가 사라 마이어스코 갤러리를 통해 참가하여 스피커 에디션을 완판시킨 것도 국내에서 큰 이슈가 되었다. 


(사진제공: London Craft Week, 촬영: Dan Weill)


사라 마이어스코 갤러리는 주로 목공예를 전시의 소재로 삼는다. 이번 기획전에서는 일본에서 나무를 보존 처리하기 위해 불에 그을려 마감하는 전통방식인 ‘야키수기’(Yakisugi, 다른 말로 Shou-Sugi-Ban) 건축공법이 적용된 공예작품들을 선보였다. 이러한 가공을 마친 후 숯처럼 까맣게 타버린 목재는 물에 잘 젖지 않고 내구성이 강하며 방충 효과가 있다고 전해진다. 


2015년 청주국제공예공모전에서 금상을 수상, 비엔날레에서 작품을 전시한 관계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데이빗 게이트(David Gates)의 건축적인 오브젝트를 비롯하여, 야키수기 기술을 재해석한 17명 작가의 선이 굵은 목공예 작품을 이번 기획전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특히 전시장으로 활용된 피츠로비아 교회(Fitzrovia Chapel)은 1891년 미들섹스 병원으로 건축되었다가 1929년 병원이 철거되고 교회로 다시 탄생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금빛 모자이크와 대리석으로 내부가 화려하게 장식된 것이 특징인 이곳은 현재 피츠로비아 교회 재단에서 운영을 맡으며 비종교적인 행사나 웨딩, 전시 등의 대관을 진행하고 있다. 이탈리아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교회 건축에 놓여진 검게 그을린 목공예 작품들이 묘한 대비를 주면서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내었다.


큐레이터 사라 마이어스코에 따르면 본 기획전의 목적은 전통적인 기술과 발전된 테크놀로지가 빚어낸, 창조적이면서 무궁한 가능성을 가진 작업을 보여주고 그것들의 물질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한편 목공예는 도자나 유리 공예 분야에 비하여 현대 공예계에서 덜 주목받고 있으며 Scorched 전시를 계기로 이러한 현실이 변화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전시 기간 중 LCW의 대표 가이 쉘터가 기획전에 전시된 와이클리프 스터츠버리(Wycliffe Stutchbury) 작가의 작품Hundred Foot Drain 5 을 구입한 것도 화제가 되었다. 가이 쉘터는 “저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릴 것 같은 작품은 꼭 삽니다. 그건 대개 수집을 어떤 연유로 하게 되는지에 대한 출발점이 될 수 있지요.”라고 입장을 밝혔다.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나, 작품을 출품한 작가의 이름은 흔히 거론되지만, 작품을 구입한 콜렉터가 누구인지 알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국내에도 안목 있는 콜렉터들을 타겟으로 공예품 콜렉팅 장려를 위한 프로그램 개발에 주의를 기울인다면, 또 이들의 수집 활동이 갤러리를 통해 양지에서 이슈화 된다면, 얼어붙은 공예 시장도 한층 활기를 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사진제공: London Craft Week, 촬영: Dan Weill)



기획전 큐레이터, 사라 마이어스코(Sarah Myerscough) 코멘트


LCW의 초청을 받은 큐레이터로서 저는 Scorched 전시를 맡게 되어 기쁩니다. 이번 기획전은 선도적인 현대 작가들에 의해 숯으로 탄 목재로 만들어진 작품을 선보이는 자리였습니다.

 

1891년에 이탈리안 고딕양식의 오마주로 지어진 피츠로비아 교회가 전시 장소로 선택되었습니다. 이곳은 다양한 컬러의 대리석, 모자이크, 금박의 화려한 조합이 특징입니다. 현대적인 작품들을 이 독특한 장소에 위치시켜서 공간 속에서 섞이도록 함으로써 감각적인 몰입 경험을 만들어냈습니다. 고대와 현대의 대화, 작가와 소재의 대화, 촉각과 시각의 대화를 이끌면서요.

 

전시는 대성공을 거두었습니다. LCW가 주최하는 파이넨셜 타임즈 및 이브닝 스탠다드 등 주요 언론사를 초청하는 프레스 조찬 장소로 Scorched 전시장이 선택된 것은 영광이었습니다. 그 결과 숯 나무 소재는 예술과 디자인 영역의 새로운 트렌드라는 코멘트도 언론으로부터 얻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 분야의 인테리어 디자이너부터 콜렉터, 예술가, 일반인 등 많은 이들의 환상적인 응답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LCW및 행사 스폰서들과 본 전시를 위해 협업하면서 저녁에는 다양한 프라이빗 뷰 행사를 열었고, 행사 기간 동안 마련한 작가와의 대화 자리가 전부 매진되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이번 전시의 성공으로 인해 우리는 6월 초에 오픈한 새로운 갤러리의 첫 전시로 Scorched 를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또한 LCW 대표 가이 쉘터를 포함하여 많은 이들이 작품을 구매한 것이 정말 기쁩니다. 가이 쉘터가 구입한 작품은 2018 로에베 공예상 쇼트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작가 와이클리프 스터츠버리(Wycliffe Stutchbury)가 제작한 것으로, 다음은 그의 작업 노트입니다.

 

“제 작업은 나무에서 탈락하여 사라지는 목재와, 나무의 미적 내러티브에 대한 연구의 결합물 입니다.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가공되지 않은 아름다움, 내구성, 그리고 취약성으로 환경에 응답하는 목재를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소재의 기원을 활용하는 것이 제 작업의 핵심입니다. 버려진 빅토리안 시대의 테라스 하우스의 바닥재부터 정원 펜스, 서식스 다운 지역 가장자리에서 발견된 관목지대의 뽕나무 가지, 40년 된 오크 문 지주까지, 장소에 대한 감각은 매우 중요합니다.” 



(사진제공: Sarah Myerscough Gallery, 촬영: James Harris LoRes)


(본 내용은 격월간 매거진 공예플러스디자인 2019년 7/8월호에 각색하여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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