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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경 Apr 04. 2020

런던크래프트위크 (1) 2019 행사 소개

Beyond Luxury를 위한 5일간의 축제

비욘드 럭셔리라는 테마로 런던에서 크래프트위크가 5일간 열렸다유사한 성격의 런던디자인위크밀라노디자인위크 등과 비교했을  겨우 햇수로 5년차인 신생 행사이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규모가 확장되면서도 내실 있는 공예 행사로 발돋움 하고 있다행사 기간 동안은 런던  지역에서 공예 관련 전시워크숍토크시연 등이 펼쳐졌는데여기에서 공예를 향한 런더너들의 뜨거운 열기를 느낄  있었다.


(사진제공: London Craft Week, 촬영: Dan Weill) 


LCW의 올해 주제는 ‘비욘드 럭셔리(Beyond Luxury)’였다. 유명세를 가진 고가의 럭셔리를 추구하는 것보다, 손과 머리, 재능과 기술의 조화를 통해 독창성과 장인 기술을 드러내는 것이 진정한 공예의 가치임을 드러내는 키워드였다고 할 수 있다. 공예품이 가진 아름다움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공예품의 형태 자체에서 답을 찾기보다 그것이 만들어진 목적과 맥락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LCW 측에서는 창작자가 자신의 상상력과 재능을 활용해서 재료와 기술을 어떻게 결합하였는지 그 과정을 따라가면서 음미해볼 것을 제안했다. 


위크의 창립자이자 대표인 가이 쉘터(Guy Salter)는 영국 럭셔리 산업 분야에 15년간 몸을 담았다. 그는 또한 10년 전부터 공예인들을 위한 멘토쉽 프로그램 ‘크래프티드(Crafted)’를 설립하여 커머셜한 분야에 대한 멘토링을 제공해오고 있다. 그는 우리가 쇼핑몰이나  웹사이트 등에서 물건을 구입할 때 유사한 형태들이 주는 단조로움에 싫증을 느끼고 있으며, 독창적인 재능을 지닌 작가들을 발견하는 일이 공간적 한계와 인터넷 알고리즘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런던 크래프트 위크를 처음 시작할 당시부터 지금까지의 그의 목표는 숨겨진 공예가, 아티스트, 브랜드들을 세상 밖으로 알리는 것이다. 가격이나 유명세를 따르는 것이 아닌, 큐레이팅된 프로그램들을 통해서 공예의 본질을 보고 느낄 수 있도록, 그리고 런던이라는 크리에이티브한 무대 위에서 다양성을 포용할 수 있도록 말이다.       


2018년에는 230개의 크고 작은 행사가 런던 전 지역에서 열렸다. 2019년에는 18개국, 240여개의 행사, 275명의 작가가 행사에 참가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행사의 ¼이 영국 이외 국가로부터 온 다양한 콘텐츠들로 채워졌다. 아시아권에서는 중국, 홍콩, 대만, 일본, 한국 출신의 공예가들이 참여하였고, 유럽권에서는 체코, 스페인, 이탈리아,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스위스 출신 작가들의 작품이 소개되었다. 참가 국가의 다양성은 국가별 공예 트렌드를 서로 비교해볼 수 있는 흥미로운 기회를 제공했다. 예를 들어, 일본 스튜디오 브아이소우(BUAISOU)가 보여준 쪽 염색 셔츠와, 주영체코문화원에서 전시한 쪽 염색을 응용한 컨템포러리 패션은 동일한 인디고 컬러와 염색 기술을 사용했지만 그 해석이 달라 동서양의 차이를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공예 분야를 소개하는 방식 또한 흥미로웠다. 일반적으로 재료에 의해 나누어지는 도자, 금속, 섬유, 목, 유리, 종이, 가죽 공예 등이 포함된 것은 물론이거니와, 한국에서는 아마추어들의 취미 공예로 취급 받는 북 바인딩, 캔들 메이킹, 캘리그래피, 퀼트 제작이 이와 동등한 선상에서 다루어졌다. 그리고 공예 기법에 의해 분류되는 금은 세공, 옻칠, 자수, 전각, 침선, 천연 염색도 행사의 일정 부분을 담당했는데 모두 전통 공예와 깊은 관련성을 가지고 있는 것들이었다. 한편 특정 사물 영역에 특화된 안경, 모자, 구두, 총기, 도검, 테일러링, 향수, 시계, 악기 제작 공예도 등장했다. 마지막으로 공예를 접목한 산업 영역인 자동차, 3D 프린팅도 각각 범주로 제시되었다. 


행사를 관람하고자 하는 이들의 편의를 위한 배려도 돋보였다. 이벤트별 간략한 정보와 지도가 담긴 책자가 전시장마다 비치되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고, 함께 배포된 감사 카드의 뒷면은 온라인 만족도 조사에 참여하는 이들을 위한 추첨권으로 활용되었다. 올해 행사의 컬러 아이덴티티는 딥 그린 컬러였는데, 곳곳에 이 컬러를 사용한 입간판이 설치되어 멀리서도 전시가 이루어지는 장소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온라인 홍보로는 웹사이트 이외에도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가 적극 활용되었다. 때문에 어디에서 어떤 이벤트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팔로워들과 실시간으로 공유하면서 소통할 수 있었다. 


행사가 끝난 이후에도 LCW에서는 The Sound of Craftsmanship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KEF 오디오 제조사와의 협업 하에 온라인에서 10명의 공예가, 아티스트, 엔지니어들이 만들어내는 사운드를 하나씩 공개하는 프로젝트이다. 그 첫번째 시리즈로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차, 롤스로이스 엔진에서 들리는 미세한 소리를 조율하는 일을 맡고 있는 데이브 몬크스(Dave Monks)의 영상이 소개되었다.


곳곳을 취재하면서 공예의 높은 장벽을 무너뜨리고, 그것이 가진 다양한 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주는 것이 LCW가 가진 힘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대형 컨벤션 센터나 갤러리에서 전시되는 고가의 아트 피스 뿐만 아니라, 내가 사는 동네에 위치한 작은 숍에서 누구나 취미로 쉽게 입문해서 만들 수 있고, 구입할 수 있는 소품도 공예가 될 수 있다. 프로그램  중 하나인 코사지를 만드는 워크숍에 참여한 이들은 평범한 지역 주민들이었다. 그들은 바느질을 하는 내내 워크숍에 참여하게 된 계기에서부터 올해 여름 휴가 계획까지 작가와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투박하지만 자기 손으로 직접 만든 결과물에 담뿍 애정을 담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짧은 LCW 기간 동안 사람들은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작가 혹은 큐레이터와 만나고, 작품에 얽힌 스토리를 듣는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구입한 공예품, 또는 워크숍의 결과물은 단순히 매장에서 대량생산된 물건을 사는 것과는 색다른 경험을 준다. 그것은 사물과의 긴밀한 관계성을 구축하는 일이다. 손님을 초대한 저녁 식탁에서 공예가가 만든 도자 그릇을 꺼내고 유리 화병에 꽃을 꽂아서 장식하는 행위는 삶의 즐거움을 제공한다. 지도 속 관심 가는 이벤트에 동그라미를 그리며 돌아다닌 5일간의 여행을 통해 무수히 많은 공예의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모두에게 다음 LCW가 벌써부터 그리워지는 이유이다.  



LCW사무국 이사, 사스키아 리틀 (Saskia Little)과의 일문일답

Q1. 간단하게 자신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제 이름은 사스키아 리틀이고 LCW에서 일한지 3년이 됩니다. 현재 프로그램 매니저 니나 팀스와 행사 프로그램을 함께 이끌고 있습니다. 저는 파인아트 중에서도 현대 목공예를 전공했는데 LCW 사무국에서 처음 일하게 되었을 때 공예와 제작을 기념하는 축제를 진행한다는 점에서 무척이나 기뻤습니다. 제가 했던 공부는 장인 기술이 가진 기능적인 측면에 치중되었던 반면, 이곳에서는 제 역할을 통해서 문화 영역을 가로지르는 작가들과 공예 브랜드로부터 직접적으로 배울 수 있다는 점이 보람 있는 경험입니다.

 

Q2. LCW에서 일하면서 느낀 점은 무엇인가요

저는 오전에는 커피와 함께 공예가와 담소를 나누고, 오후에는 대영박물관과 미국대사관과 매년 봄 축제기간 동안 보여질 전시와 커미션에 대한 공예적 제작 요소에 대해 논의하는 게 제 업무가 될 줄은 여기 오기 전까지 한 번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LCW가 매년 장인기술과 제작을 강조하는 것을 미션으로 삼고 많은 영역을 가로지르는 위치에 서 있을 때, 행사 프로그램의 큐레이션은 자연스럽게 새로운 활기를 띄게 되고, 창의적인 프로그램들이 행사 기간 중 무대 위에 오르도록 기대하게 만듭니다.

 

Q3. 2019 LCW 대한 당신의 평가는 어떤가요?

5회차 행사는 지금까지 중에서 가장 성공적인 행사였다고 평가됩니다. 우리는 240개 이상의 이벤트를, 275명의 독립 작가들과, 18개국으로부터 콘텐츠를 가져와서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또한 2019년에는 LCW가 처음으로 자체 기획한 전시 ‘Scorched’를 열었는데요. 사라 마이어스코 갤러리에서 큐레이팅한 이 전시는 18세기 일본으로부터 비롯된 나무를 태우는 마감 기술인 ‘야키수기(Yakisugi)’라는 전통적인 과정을 탐험한 17명의 공예가의 목공예 작품을 선보여서 호평을 받았습니다. 

 

Q4.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무엇이었나요?

위의 전시 ‘Scorched’에 대한 이야기를 더 하고 싶은데요, 이 전시는 LCW 측에서 프로그램에 대한 자체 기획 콘텐츠로 생산한 첫 번째 사례라는 점에서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한편, LCW는 두개의 새로운 허브를 이벤트 지도에 추가했는데요, 마운트 스트리트(Mount Street)와 코울 드롭스 야드(Coal Drops Yard)가 그것이며, 각 장소들은 다양한 공예의 면면을 보여주는 것에 주목했습니다. 마운트 스트리트에서는 아트와 패션의 만남을 만날 수 있었는데, 패션 브랜드 록산다(Roksanda) 쇼룸에서 선보인 패션디자이너 에르뎀(Erdem)의 프라이빗 아트 콜렉션과 덴마크 출신 도자공예가 크리스틴 롤란드(Christine Roland)의 새로운 콜렉션 전시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코울 드롭스 야드(Coal Drops Yard)에서는 천연염색, 주방용 칼 갈기, 캔들 메이킹, 수제 초콜렛 시식과 같은 워크숍들이 입주 상점들에서 펼쳐져 스포트라이트 받았습니다. 또한 일정 기간 동안 콜 드롭스 야드 한 켠에 팝업 공간을 신청한 일본의 쪽 염색 컴퍼니 부아이소이(BUAISOU) 측에 의뢰, 야외에 멋진 쪽 염색된 깃발들을 설치하여 방문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Q5. LCW 한계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우리가 함께 일했던 브랜드, 작가들, 기관이 가진 한계는 거의 없었습니다. 매년 새롭고 풍성한 콘텐츠를 들고 오니까요. 아마도 우리의 한계는 오로지 축제라는 형식인 듯합니다. 이슈거리가 되기보다는 관습적인 이벤트의 범주를 초과함으로써, 방문객들과 새로운 이들을 유인하기 위한 흥미거리를 찾는 것이 우리의 변함없는 미션입니다.


Q6. 한국 공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2019년 경우  콜렉션(Han Collection) 갤러리 엘비스(Gallery LVS)에서 LCW 참가하여 한국 공예를 선보였습니다한국의 갤러리와 작가들이 내년 행사에 참가할  있도록  말씀 부탁드립니다.

한국의 공예는 LCW의 중요한 꼭지이며 올해 참여한 두 곳의 갤러리가 더 많은 한국 공예 콘텐츠를 가지고 지속해서 참가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더 많은 한국 갤러리와 작가들이 참여하길 바라며 새로운 제안서도 환영합니다. 공예 안에서 우리는 국제적인 콘텐츠와 문화를 가로지르는 대화를 통해 LCW프로그램이 더욱 풍성해질 것이라고 믿으며, 한국의 더 많은 파트너사와 함께 일하는 것을 바라고 있습니다.




(본 내용은 격월간 매거진 공예플러스디자인 2019년 7/8월호에 각색하여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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