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공을 연마하는 것과 의사가 되는 과정을 보면 비슷한 점을 많이 찾을 수 있다.
첫째,
무림고수와 의사가 되려면 우선 스승이 있어야 하고 장기간 수련이 필요하다.
둘째,
실전이나 진료현장에서는 말이나 이론만 가지고는 대응이 전혀 안 된다.
셋째,
무술은 실력이 없으면 결투에서 절대 이길 수 없고 의술은 실력이 없으면 환자를 못 살리고 병이 낫지 않는다.
한마디로 거짓이나 뻥이 통하지 않는다.
일전에 유튜브 이종격투기에서 지칭 소림무술의 대가가 무명의 무에타이 선수에게
실컷 얻어터지는 걸 본 적이 있다. 실력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무협소설과 영화에서 중국의 무협 고수들은 공중을 날아다니고, 검술로 절벽에 글을 쓰고, 장풍을 쏜다.
무협물을 좋아하다 보니 소림무술을 무림의 지존으로 생각했는데 소림무술의 대가가 완벽히
패배하는 모습을 보고 실망이 컸다.
보통 검은 띠가 더 실력이 있지만 단이 높아도 싸움이나 격투기에서 질 수도 있다.
길거리 싸움꾼도 태권도 9단을 이길 때도 있듯이 병을 치료할 때도 마찬가지다.
유명 대학병원의 교수님도 못 고치는 병을 이름 없는 시골의사나 무면허 치료사가 고치는 경우도 간혹 있다.
넷째,
실전에서 다양한 싸움 상대를 만나는 것처럼 의사는 다양한 질병을 마주친다.
다섯째,
무술에서는 패하면 죽는다.
때로 운이 좋으면 무릎 꿇고 상대방에게 “형님으로 모시겠습니다.”하면 용서받을 수도 있다.
의술에서는 환자의 목숨과 의사의 명예를 잃는다.
현장에서는 단 한 번의 실수나 패배도 용납될 수 없다.
여섯째,
고수가 되려면 모든 기술을 연마한 후 필살기가 필요하다.
무림지존이 되려면 주먹, 발 쓰기, 검술, 창술, 마술, 궁술, 암기 쓰는 법 등 모든 술기를 연마하여 익혀야 한다, 그리고 필살기 한, 두 가지는 있어야 할 것이다. 물론 전략적인 머리를 쓰는 병법을 익히는 것도 중요하다. 만일 검술만 잘하면 검술만 쓰다가 가까운 주먹 한 방에 당할 수 있다.
무공이 한 가지밖에 없다면 결국은 다른 필살기를 가진 상대에게 결국은 당하게 된다.
의술도 마찬가지다. 정식 의사는 아직 필살기에 해당하는 전문분야가 없어도
의대에서 모든 의술을 배우고 나서야 면허를 취득한다.
이후 전공의 수련을 받던 개원가에서 따로 경험을 쌓던 전문분야를 가진 전문가가 된 후에 개원을 한다.
의사가 아닌 사람이 우연한 기회에 한 가지 치료 기술을 습득하게 되면
모든 병을 한 가지 방법으로 치료하려고 시도할 것이다.
하지만 질병은 다양하고 사람마다 체질이 제각각이어서 결국은 부작용이나 돌발 상황을 만나
대응이 안되므로 큰 사고를 치고 종종 뉴스거리가 된다.
마지막으로 웃지 못할 의술과 무술의 공통점을 추가한다.
90년대에 한동안 남성적 매력을 가진 “임청하“라는 중국 여배우 주연의 “동방불패”라는 중국 무협영화가 유행했다. “동방불패“는 김용의 무협소설 “소오강호”의 등장인물 중 하나인데 하도 인기가 있어 따로 그를 주인공으로 따로 만들어진 영화다. 무협소설에서도 이례적인 기괴하고 파격적인 성 정체성이 모호한 캐릭터다.
전설의 ‘동방불패’는 절대 무공을 가진 강호의 최강자다.
동방불패는 “동쪽에서 해가 뜨는 한 나는 절대 지지 않는다”라고 말하며
자신의 무공에 엄청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무공 비술인 규화 보전을 완벽히 터득하기 위해 동방불패는 스스로 거세를 해 남성도 여성도 아닌 존재가 됐다.
규화 보전은 과거 어느 환관이 창안한 무공으로 창시자 특성상 남자의 몸으로 익힐 수 없는 무공이다.
동방불패는 규화 보전의 극도의 수련으로 카리스마 넘치는 남성이면서도
매력적인 여성같아보이게 된다.
남성이 무공 완성의 극치를 위해서는 거세를 해야 하는 희생도 필요하다는 저자의 관점이 반영되어 있다.
그 후일담으로 실제인지 알 수는 없으나 동방불패가 남겨놓은 비급을 한 조선인 남자 제자가 얻게 되었다.
많이 훼손된 무림 비급은 의외로 한글이었고 한문으로 주석이 옆에 달려있었다.
그는 거세를 하려다 속표지에 실린 내용을 자세히 보고 경악하였다. 그곳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대가리가 되려면 가시나도 X 빠지게 연공 해라.
주석 :大成XX必 去勢後鍊功(대성 XX필 거세 후 연공: 대성하려면 필히 거세 후 연공 하라)"
무술이건 의술이건 연마하기 위해서는 뭐가 됐던 지간에 남녀 상관없이 열심히 하라는 말이다.
이 말을 거세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큰 오해가 생길 수 있다.
일부만 알고 전반적으로 충분한 이해가 없으면 이런 웃지 못할 오해가 생긴다.
#애경내과 #신도림역 내과 #구로동 내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