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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 L Aug 11. 2018

죽은 환자들이 남기는 것들

사망자 컨퍼런스

  전공의 시절 가장 괴로운 시간이 매달 한 번씩 열리는

사망자에 관한 학술회의 (Mortality & Morbidity conference) 시간이다.

* M&M 이라고도 한다.


그 달에 돌아가신 모든 환자의 케이스를 모아서 과연 최선이었는지,

주치의가 생각지 못한 점은 없었는지를 다시 검토한다.

사망한 환자가 스친 모든 과의 의사 및 주치의가 모여 그 환자가 처음 병원에 내원하였을 때

부터 사망한 시각까지 환자의 증상 변화 및  시행한 모든 것을 하나하나 다시 짚어 본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치료방법의 여지가 있었다면 가혹한 질책이 이어진다.

심지어는 주치의는 “당신이 죽인 거야!”라는 말도 교수님들께 듣는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 이해받지 못하는 오해받기 딱 좋은 말들을 의사들이 한다.

 “숙련된 의사가 되려면 환자를 10명은 죽여 봐야 한다.

환자를 일부로 죽여야 한다는 것이 아닌, 치료 결과가 아쉬워

고뇌했던 경험이 쌓일수록 숙련된 의사가 된다는 뜻이다.




 오래전에 미국에서 무기징역을 받게 된 교포 구명운동이 있었다.

가족이 기도원에 갔다가 화재사고로 딸보다 먼저 탈출한 아빠가 딸이 빠져나오지 못하고

사망하는 장면을 보고 "내가 죽인 거다 “라고 애통해하며 허탈한 나머지 헛웃음을 지었다.

 아마 이민을 데려와서 딸이 죽게 된 책임을 통감하고 이민을 후회하며 내뱉은 절규였으리라.

그러나 이 장면을 이해 못한 현지인이 이 아빠가 딸의 방화살인 혐의를 인정하고

심지어 웃기까지 했다고 경찰에 제보하는 바람에  교포 아빠는 중형을 받게 되었다.


  딸을 잃은 아빠는 과연 마음이 편해서 웃었을까?

사람들은 이런 어법을 이해하지 못한다.



환자가 돌아가시면 가족도 고통스럽지만 의사도 환자를 잃을 때의

고통은 말도 못 하게 가슴 아픈 경우가 많다.

제대로 손도 못써보고 환자를 잃을 때의 심정이란....  

전공의 시절, M&M Conference 가 힘들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정들은 환자가 자신의 치료 때문에 죽었을지도 몰라 자책하며 고통스러워하기도 한다.




   의학적 치료방법에는 차선은 없다. 항상 최선을 추구해야 한다.

바둑을 둘 때 최선이었는지 프로기사는 시합 후에 항상 복기를 한다.

환자 치료 후에도 항상 최선의 방법이 있었을 거라는 전제하에 다시 복기해보고 경험을 쌓는다.

이러한 방법을 여러 과의 의사들이 다 같이 토론하는 것이 Mortality Conference이다.

Johns Hopkins의 Mortality & Morbidity Conference, 1987




의료현장에서는 매일같이 안타까운 일들이 일어나고

의사들은 어떻게 하면 이런 가슴 아픈 일을 막을 수 있는지 고민한다.   


고통스럽지만 복기를 하자.

재발방지를 하는데 제일 미련한 일 들이 관계자를 처벌하고 사건을 덮는 것이다.

아이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면 아이는 돌부리를 야단쳐주면 금세 울음을 멈춘다.

문제를 회피하는 같은 방식이다. 재발을 막을 수 없다.

 넘어지지 않게 돌부리를 없애든(원인 제거) 피해가던지(회피) 해야 한다.

질병치료도 마찬가지이다. 

그대로 두면 다시 유사 사건이 생긴다.


 

 만일 이런 사건이 일어날지 미리 알았더라면 인간은 얼마나 현명하게 살까?

 의학은 이런 사건이나 병이 일어날 조짐을 보고 조기치료로 대책을 구하는 학문이다.

 의사들은 사망한 환자들의  M&M Conference를 통해 예방주사를 조제한다.

이 것이 바로 사망한 환자들이 남기는 유산인 것이다.








#애경내과 #신도림역 내과 #구로동 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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