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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무침, 굴전, 그리고 어리굴젓

굴 한 통 사서 아주 잘 먹었다.


동해안 오니까 확실히 굴은 찾아먹지 않으면 먹을 일이 별로 없는 듯. 굴 좋아하시는 분 모시고 사는 김에 굴을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싸고 싱거운 통영굴 중에도 특히 큰 이즈가 왔네. 이런 굴은 뭔가 요리를 하게 된다.생굴이야 요리 하면서 하나씩 집어먹는 것이고.



굴에 불순물이 어쩌고 하면서 박박 씻는 것이 정석인 줄로 너튜브 같은 데서는 가르치는데 저 거뭇한 부분을 다 긁어내려다 보면 굴이 안 남아날 것이다. 상한 것도 불순물도 아니니 쫄지 않아도 된다.


우선 찬물에 한 번 헹구고 소금물에 적당히 한 번 더 조물거리는 정도로 충분하겠다.

 



무는 살짝 절여 물기를 뺀다. 배추에 갖은 채소 썰어넣고 초고추장 양념으로 버무려서 표고버섯 썰어 올리면 굴무침 완성. 장과 초를 좋은 것을 쓰니까 맛없없 조합이다. 물론 설탕과 식초에 중독된 입맛엔 좀 싱거울 순 있다.


취향껏 깨나 참기름 뿌려 버무려도 되겠지.


다음은 굴전이다. 나름 밀가루와 감자전분으로 부칠 때의 비교실험이었는데...



색은 좀 다르지만 맛은 딱히 큰 차이는 없다. 괜히 비싼 감자전분 쓸 필욘 없겠다 싶다.



이렇게 굴로 한 상 차려 먹고.


이 굴젓은 아까의 무채에 마늘에 생강청 등을 넣고 버무렸다. 젖산발효를 돕고 시원한 효과를 낼 겸 약간의 막걸리를 부어주었는데, 사실 막걸리는 잔뜩 부어서 발효시키는 맛도 나쁘진 않다. 너튜브에 나오는 어느 할머님께서 '요즘은 굴젓이 아니라 굴무침을 만든다'고 일갈하셨는데 거기에 자극 받아서 발효를 푹 시킨 것도 있다. 어리굴젓이란 것이 '얼추'라는 뜻이니 다른 젓갈처럼 푹 익힐 것은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굴무침도 아니긴 하지.


굴젓도 한동안 손님상에도 내고 잘 먹었네. 어쨌거나 탁월한 밥맛을 내었으니 이런 밑반찬도 격에 맞는 것을 쓰는 게 중요해서 식해며 젓갈이며 알아서 담그게 된다. 이제 철은 갔으니 찬바람 때까진 사먹을 일은 없겠다. 그렇게 생각하니 새삼 섭섭한 마음이다. 굴젓 감칠맛도, 산미도 좋게 나왔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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