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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은 별 Jun 21. 2022

가장 로맨틱하게 부부 싸움하기!  in 피렌체

두오모에서 벌어진 일

냉정과 열정사이로 유명 하디 유명한 피렌체! 나의 최애 여행 장소이자 너무 사랑스러운 도시였지만

나는 어쩌다 그곳이 우당탕탕 첫 부부싸움 장소로 남아버렸다. 사람이 너무 기대를 하고 미치도록 좋아하는 것도 그다지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그땐 몰랐던 것뿐이다. 그저 좋아서 그랬는데 어쩜 그 결과는 같이 찍은 사진 없는 말 그대로 냉정만 남은 시간이었다.

이탈리아 10일 중 꽉꽉 채운 이틀을 넣은 것도 이곳은 무조건 가봐야 한다는 마음 때문이었건만 설레는 마음만 있던 우리가  싸울 거라는 생각은 일도 못했다.


우리의 신혼여행은 내가 준비한 순도 100% 자유여행이었다. 비싼 호텔 보단 뷰가 멋진 에어비엔비까지 찾아내며 나름 열심히 준비했고 특히 내가 가장 힘을 주고 애쓴 도시가 피렌체였다. 냉정과 열정사이로 유명해진 두오모 성당을 비롯해서 발길 닿는 곳이 로맨틱하며 맛난 먹을 것들이 즐비한 피렌체는 그야말로 꿈에 그린 아름다운 유럽 도시였다. 숙소도 두오모 성당이 보이는 곳으로 알아보고 로맨틱한 신혼여행을 위해 나의 준비는 완벽했다. 물론 도착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캐리어를 끌고 하는 유럽여행은 처음이었던 우리에게 피렌체의 우둘투둘 한 거리는 그다지 낭만스럽지 못했다 아스팔트가 아닌 잔 돌들이 깔려있는 유럽식 거리들은 캐리어 바퀴들을 아주 쉽게 돌아가게 만들어 이동 하나하나가 참 쉽지가 않았다. 아마 호텔이었다면 엘리베이터쯤은 있었을 테고, 성급이 좋은 호텔이었다면 객실까지 짐을 들어주는 호의쯤은 심심치 않게  받았 을 테지만 내가 예약한 곳은 에어비엔비를 통해 예약한 3층짜리 숙소였다 보니, 엘리베이터는커녕 숙소 입구도 못 찾아 건물 주변을 20분쯤 헤맨 거 같았다. 10바퀴쯤 돌다가 간신히 찾아낸 입구를 들어서자 놀리기라도 한 듯 나타난 비좁은 계단, 목을 타고 나오는 탄식을 꾹꾹 눌러 담고  케리어를 낑낑대고 끌고 올라가야 하는 전통적인 유럽식 가정집이었다. 결국 고장 나 버린 캐리어 바퀴에 괜한 탓을 하며 삐죽 대고 있는 남편의 목소리에 나의 신경도 괜히 덩달아 올라섰다. 어렵게 도착한 3층 딸깍 문이 열고 들어서자 구해줘 홈즈에서 봤을 법한 리액션이 터져 나왔다!

그래 이거지 이거지! 창문 밖으로 웅장하게 보이는 두오모 성당 베란다를 향해 나의 몸은 이미 달려가고 있었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미친 두오모 성당 뷰에 어렵고 힘들고 지치게 만들었던 순간이 녹듯이 사라졌다.

정말 바보같이 한순간에 남편과 ‘우와 뷰 미쳤다’를 외치며 우리는 레드썬! 모든 걸 잊고 다시 재부팅되었다.

다행이었다.

우리 숙소 베란다모습! 베란다에서 두오모 성당이 저렇게 보였다! 어마 어마한 뷰!

짐을 정리하고 우리는 진짜로 두오모 성당을 마주하기 위해 숙소를 나갔다. 멋진 뷰를 보고 캐리어 없이 나온 유럽식 자갈길은 운치 있게 다가왔다. 좀 전엔 그렇게 미워 보였던 돌들도 예뻐 보이고 이제야 피렌체가 눈에 들어왔다. 두오모 성당을 향해 가는 길가 위, 노점인 듯 아닌 듯 좌판 같은 곳에서 특이한 병맥주를 너무 싸게 팔고 있었다. 맥주를 좋아했던 남편과 나는 무거운 줄도 모르고 싸다는 생각에 10병을 사서 가방에 넣었다. 내가 두병을 들고 나머지는 남편 가방에 넣었다. 그리고 우리는 신나는 발걸음으로 두오모 성당을 향해 갔다. 두오모 대성당 꼭대기 쿠폴라를 보기 위해 통합권을 미리 예약을 해온 스스로를 칭찬하며 우선 사람이 제일 많다는 조토의 종탑 꼭대기를 먼저 오르고 그리고 내려와서 찬찬히 나머지를 둘러보기로 했다. 그러나 조토의 종탑은 400개의 계단을 올라야 볼 수 있다는 걸 그땐 미처 몰랐다.

그저 나는 피렌체에 왔다는 설레이모가 신남에 그 400개의 계단을 후다닥 올라가기 바빴다. 결혼 준비한다고 복싱에 헬스에 열심히 운동한 보람을 느끼듯 정말 신나서 나는 열심히 올라갔다.

멋진 뷰를 보기 위해서는 이런 좁은 통로 길에 사백 개가 넘는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그리고 꼭대기 즈음에 갔을 때 보이지 않는 남편이 그제야 보였다


“뭐야 체력이 그모양이라서 되겠어!! 남자가 그정도 밖에 안된다니 실망이야 ~ 날봐 나는 한번도 안쉬고 이렇게 먼저 올라왔는데 ~안 되겠네~우리남편 다시 내려갔다 와야겠어!!~돌아간다 실시!!~~”


이제 곧 두오모 성당이 보인다는 설렘에 지친 기색이 역역한 남편을 위로는커녕 놀려버렸다.

신나는 나와는 다르게 낯빛이 어두워진 건 물론 표정이 사늘하게 식었음을 감지했다.


“자기야 왜 그래? 기분 나쁜 일 있었어”

“…………”

아무 말도 하지 않은 남편은 손을 쭉 펴서 훠이 훠이 저리 가라는 손짓만을 했다.

“왜 그래? 다 올라왔잖아 나가서 보자~ 미쳤다 여기~~ 우와~”

남편 팔을 끌어당기는 순간

“혼자 보라고!! 신난 너 혼자 보고 오라고!!!”


화가 잔뜩 난 남편의 목소리가 내 귓가를 사정없이 때렸다. 달뜬 기분이었던 내 맘이 순식간에 바닥에 내동댕이 쳐지는 것 같았다. 갑자기 이러는 남편 맘을 알리가 없던 나는 같이 나빠진 내 기분은 아름다운 두오모 성당 뷰를 깡그리 회색빛으로 갈기갈기 찢어 놓은 기분이었다. 그런 내 기분을 주워 담을 생각은 없었다. 우선 그 자리를 피해 풍경을 이 있는 밖으로 나갔다. 뷰가 보일 리가 없었다. 그렇게 기대했던 두오모는 뒤로 하고  잠시 나는 다시 남편에게 갔다.

“ 남편 왜 그래 갑자기 기분이 왜 그렇게 된 거야? 말을 해야 내가 알지? “

“ 됐어! 그냥 혼자 봐 난 그냥 여기 있을게 “

남편은 정말 아무것도 보지 않고 망부석처럼 안쪽 벽에 걸터앉아 핸드폰만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피렌체에서 이 풍경을 보지도 않고 잔뜩 부어오른 얼굴을 하고 앉아 있겠다는 남편의 표정은 정말인지

여행기분을 딱 뭉게 버리기 참 좋은 타이밍이었다. 정말 너무 멋있었던 이 풍경을 이런 분위기에서 보게 될 줄은 나도 몰랐다.

왜 저러지라는 생각으로 이 좋은 곳에서 갑자기 급 식어버린 분위기에 카메라 셔터 소리 딱 한번 눌러보곤

나도 굳어진 표정으로 두오모 보기를 접었다. 꼬깃꼬깃 구겨진 내 표정과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피렌체의 모습은 한없이 아름다웠다.

이렇게 이쁜 피렌체인데 남은 사진이라곤 이게 다라니! 말도 안 된다!

“ 내려가자 “

냉랭하게 식어버린 우리 사이 기운은 이미 이 여행은 여기 까지라는 선이라도 그어낸 듯 설렘과 신남으로 올라오던 그 비좁은 계단을 적막한 공기만 담아 터덜 터덜 내려갔다. 우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직 볼게 더 남았는데도 두오모 성당 내부도 안 봤고 두오모 성당 꼭대기도 올라가야 하고 할게 이렇게나 많은데 도저히 이 기분으로 뭘 할 수 있겠냐 싶어 우린 그렇게 두오모를 등지고 걷기 시작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한참을 걷는데 도무지 왜 이렇게 돼버린 건지 발끝부터 치밀어 오른 서운함이 결국 눈물로 터져 나와 버렸다. 피렌체 한복판에서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 아니 뭐 때문에 그런지 말은 안 해주고 화부터 내고 이게 뭐야 이게 무슨 신혼여행이야"

남편에게 왜 그러냐며 피렌체 한복판에서 꺼이꺼이 울며 화를 내버렸다. 연애하면서도 싸운 적도 없고 크게 화낸 적도 없는 내가 해외에서 그것도 신혼여행지에서 울면서 소리치니 우리 남편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빛의 속도로 미안하며 울지 말라고 나를 달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남편은 갑자기 이거 한번 들어보라며 본인이 매고 있던 가방을 내 손에 쥐어 줬다. 그 가방을 드는 순간 돌덩이 백개가 들어있는 듯한 엄청난 무게가 순식간에 느껴졌다.

“ 남편 가방이 왜 이렇게 무거워? “

“ 나 이거 메고 거기 올라갔다고 근데 자기는 뒤 한번 안 돌아보고 신나서 가더라? 중간에 잠깐 쉬는데 자기가 없어지고 나는 정말 힘들어 미치겠는데 막 자기가 늦게 왔다느니 하며 막 놀리며 말하니 나도 모르게 기분이 너무 나빠서 화가 났나 봐 미안해 "

정말 상상도 못 했다. 맥주병 8개… 그 무게를 오롯이 짊어지고 올라오는 남편을 챙길 생각은 못하고 피렌체에 왔다는 기분에 신나서 올라간 것도 모자라 놀려댔으니 내가 얼마나 얄미웠을까? 그제야 부끄러움과 미안함이 밀려왔다.

“ 남편 미안해 몰랐어 나는 피렌체가 너무 좋아서 올라갈 생각만 했지 맥주 생각은 못했어 근데 가방 장난 아니다…”

“나는 군대서 행군할 때도 이 정도 무겐 아니었던 것 같은데 정말 죽을 뻔했다고.... 진짜 미안해  “

그새 풀린 우리는 다시 두 손 꼭 잡고 그리고 맥주병도 반으로 딱 나눠 들고 웃으며 신혼여행을 다시 이어갔다.

그럼에도 아쉬웠던 건 나의 피렌체의 두오모는 거기까지였다는 것..

조토의 종탑에서 찍은 두장의 사진이 전부였다는 사실..

완벽하게 준비한 계획이 한순간에 지워질 수 있다는 것! 피렌체 여행 사진은 그 덕에 몇 장 없다.

싸운 그날 저녁 피렌체 야경은 빛났다! 그래도 한 장 더  남겨진 소중한 피렌체 두오모 성당 사진!!

남는건 사진이랬는데 피렌체 그곳은 남편과 나의 머리속과 가슴속에만 오롯이 남겨졌다. 이 오롯한 추억이 지워질세라 나는 뒤늦게서야 이렇게 그날의 기억을 꺼내놓는다.

로맨틱을 꿈꿨지만 눈물로 마무리한 뜨겁게 아름다웠던 피렌체! 그래서 그날밤 피렌체의 야경은 한층더 쓸쓸하지만 아름답게 빛났는지 모르겠다.

무심히 내리던 빗줄기 속에서도 어둠내린 하늘을 머금고 반짝이던 두오모 성당은 여전히 멋스러웠다.

다시꺼내든 사진을 바라보며 조용히 다짐했다.

결혼 10주년엔 다시 가보련다. 그리고 꼭 로맨틱해져 보겠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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